오스트리아에서 4년여를 생활하며 운좋게 유럽 여러 곳을 여행했다.
여행 자체로도 늘 설레고 행복했지만, 여행을 하면서 획득하는 번외의 기쁨은 기념품이었다.
여행 초기엔 단순히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여행지의 특성을 살려주는 작은 물건 하나씩만을 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기념품 수집이 여행의 또다른 이유가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그 양이 많아져 귀국할 때는 기념품으로만 기내용 캐리어 2개를 가득 채웠다.
이 보물들을 수화물로 부치지 않고 기내로 고이 모셔온 덕에, 다행히 하나도 부서지지 않고 모두 온전하다.
수집한 기념품들은 건축물 모형이 가장 많다.
빈과 잘츠부르크, 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 브뤼셀, 로마와 피렌체, 프라하와 텔츠, 파리, 런던, 산토리니, 로텐부르크에서
구입한 건축물 모형들을 보고 있으면 여행지에서의 수많은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 런던의 셜록홈즈 동상, 아테네의 그리스신들 모형은 꿈길을 가듯 동화와 신화의 세계로 이끈다.
기억할 추억이 많아 가슴 벅차고 뿌듯할 때도 있지만, 4년 동안 함뿍 묻어있던 여행 중독이 하루 아침에 사라질 리 없는 법.
TV에 간혹 인천공항이 비춰지면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서성이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한 지인의 말씀, 유럽에서 4년이나 살다 왔는데 또 그곳이 가고 싶냐고 한다.
스쳐 지난 곳이 아니라 숨쉬고 느꼈던 곳이기 때문에, 직접 계획하고 발로 뛴 여행지였기 때문에 그곳이 더 그립다.
언젠가, 멀지 않은 미래에, 작년엔 어쩔 수 없이 취소해버린 유럽행 항공권을 되찾을 날이 찾아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