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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1 홍콩

8. 11 (목) 후 : 미드레벨 그리고 센트럴

홍콩 버스 2층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는 즐거움도 런던 못지 않게 크다.

게다가 홍콩 버스의 냉방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니 고온다습 날씨엔 버스에서 내리기가 싫을 정도다.

스탠리를 출발한 2층 버스는 30여분 후 홍콩 도심 센트럴 역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센트럴은 침사추이와 함께 구룡반도의 최중심으로, 영화 '중경삼림'의 배경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시작되는 곳이다.

번화가답게 명품샵도 즐비하고 유동 인구도 정말 많다. 한마디로 무지하게 복잡하다는 것.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시작점 근처 편의점-홍콩엔 서클K, 세븐일레븐이 셀 수 없이 많다-에서 시원한 생수를 샀다.

홍콩의 여름 날씨는 물 없이 거리를 헤매는 일 따윈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세상에서 가장 긴 야외 에스컬레이터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지붕 없는 야외 에스컬레이터를 처음 보고는 정말로 신기해 했었는데,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지붕과 기둥이 갖춰져 있어 비 내리는 날씨에도 문제가 없어보였다. 리고 이 에스컬레이터는 전체가 모두 연결된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짧은 에스컬레이터가 연속됨으로써 중간중간에 타고 내리기 편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소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주변 지역은 소호(SOHO)로 불린다.

세련된 카페와 레스토랑이 소호 거리를 장식하고 있는데, 점심 끼니를 이곳에서 해결하려 했던 우리는 이상하게도 마땅한

당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시 센트럴로 발길을 옮겨야 했다. 역시 무더위 때문에 눈에 뵈는 게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

 

IFC몰

센트럴도 만만치 않다. 도로 자체가 복잡한 형세는 아닌데, 어디가 어딘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스페인 세비야의 미로 같은 구시가에서도 헤매지 않던 우리였는데 센트럴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어버린다.

햄버거로 초간단식사를 하고  IFC몰을 발견, 내부로 들어갔다.

 

쇼핑을 할 것도 아닌데 이곳이 반가웠던 이유는 더위를 물리칠 수 있다는 기쁨이 아니었을지.

미리 습득한 정보에선 세일 기간이라 했는데, 막바지 세일하는 곳만 약간 보일 뿐이다.

기화병가에 들르는 등 IFC몰을 대충 훑은 후엔 센트럴 역 주변의 로드샵으로 향했다.

막스앤스펜서, 봉주르, 에스프리 등을 기웃거리다 기운이 바닥나 버렸다. 오늘 귀가길도 역시 택시다.

 

저녁 8시가 되자 '심포니오브라이트'가 시작된다. 음악과 조명의 향연이라 해야 할까.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웠던(?) 우리는 호텔 창을 통해 향연을 즐겨본다. 뭐 그다지 또는 그럭저럭.

 

향연이 끝난 후, 유독 더위에 약한 녀석은 객실에 남겨두고 둘이서만 거리 산책에 나섰다.

호텔이 있는 완차이 주변은 서민적 분위기가 많이 나는 곳으로, 하루를 마치는 홍콩시민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버스를 기다리고, 먹거리를 구입하고, 귀가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트램길 옆 시장은 이미 다 문을 닫은 상태, 아직 영업을 하고 있는 신발 가게에 들러 신나게 눈요기를 하는 중, 스피커에서

소녀시대의 익숙한 노래 '훗'이 흘러나온다.  

 

동네 탐험을 마치고  돌아온 호텔 객실엔 여전히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다.

객실 창 밖, 좁은 바다 건너 침사추이의 불빛 속에서 내일 향할 마카오의 향기가 느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