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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3 오사카

1. 12 (토) 전 : 오사카 성에서

# 도톤보리의 주말 아침

 

여느 주말보다 일찍 눈을 뜬 아침, 호텔 창 밖은 서민적인 풍경이다.

이른 아침이라 주변이 상당히 조용한 듯하여 창문을 열었더니, 웬걸, 시끌벅적 소란스럽다.

날씨는 아주 굿이다!

 

8시, 호텔 15층에 위치한 식당은 적지 않은 투숙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15층이라 전망도 괜찮고, 생각보다 메뉴도 다양하여 아침식사하는 즐거움이 꽤 괜찮다.

식당은 전체적으로 아주 조용하고 차분했는데, 창가에 앉은 6-7명의 한국사람들만 유독 큰소리로 떠들어대고 있다.

저런 거 좀 제발 안하면 안 되나.

 

# 오사카 성으로 가자

 

오늘 오전 여행지는 오사카의 대표 볼거리인 오사카 성이다.

주말 아침 도톤보리는 고요 그 자체, 우린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폰바시역으로 움직인다.

일본어 문맹인 우릴 위해 지하철 역엔 영어가 병기되어 있는데, 그 덕에 어렵지 않게 지하철을 갈아타고 또 내릴 역을

셈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오코소 오사카 깃푸에 들어있는 오사카 1일 승차권은 교통 요금 비싼 오사카에선 필수 티켓이다.

오사카 1회권이 200엔부터 시작되는 걸 생각하면 주말엔 1일 600엔, 주중엔 1일 800엔인 1일 승차권은 이동 많은

여행객에겐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티켓인 것이다. 낡은 듯 소박한 니폰바시역에서 출발한 우리는 한번 환승 후

다니마치 욘초메역에서 내려 오사카 성으로 향했다.

 

오사카 역사박물관

# 지하철 역에서 오사카 성까지, 우리들의 극기 훈련

 

그런데, 왜 이렇게 먼 거야.

지하철 역에서 꼬박 15분이나 걸어 겨우 만난 오사카 성 공원.오사카 성 공원 주변엔 해자가 조성되어 있었는데,

처음엔 해자 바로 옆 건축물이 오사카 성의 천수각인 줄 알았다지.

 

오사카성은 1538년에 건립되었다.

오사카성의 중심인 천수각은 건축된 후 수차례 파괴와 재건을 거쳤는데, 현재 천수각 모습은 1931년에 복원된 것이라 한다. 

천수각까지 가는 길, 1931년에 함께 조성된 오사카 성 공원 모습이 아주 단정하고도 차분해 보인다.

 

 

오사카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한국어 표지판, 여기도 낯익은 한글이 반갑다.

오사카를 가리켜 '먹다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여행하며 겪어보니 정말 그렇다.

오사카 성 공원 내에도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자동판매기가 가득했다.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난 천수각.

일본의 3대 성 중 하나인 오사카 성 천수각의 위용이, 흰빛과 금빛이 어우러져 화려하고도 아름답다.

공원 입장은 무료지만 천수각에 들어가기 위해선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천수각 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일단 내렸다. 5층까지만 운행한단다.

승강기 안에선 재일교포인 듯한 엘리베이터걸이 일본어와 한국어로 천수각 각 층에 대해 능숙하게 안내를 해 준다.

5층에서 8층 전망대까진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8층 전망대를 먼저 둘러본 후 내려오면서 각 층 내부를 살피기로 했다.

전망대에선 현대적이면서도 낡은 듯한 오사카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 이게 전부란 말인가

 

에잉, 그런데 이게 뭐야.

8층 전망대에서 층층이 내려오면서 관람한 천수각엔 성의 내부 모습이 없었다.

화재로 소실되고 파괴된 성의 내부는 전혀 복원되어 있지 않았고. 그저 박물관처럼 전시실로만 꾸며져 있다.

일본 고유의 성 내부를 볼 수 있으리라 여겼던 나의 기대는 거품 터지듯 다 날아가버렸다.

 

천수각 앞엔 학교 운동부인 듯한 한 무리의 아이들이 공원을 달리고 있다.

맑은 표정으로 힘차게 공기를 가르며 사방으로 활기를 뿌려주고 있다.

어느 새, 시각은 이미 정오가 훨씬 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