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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3 오사카

1. 12 (토) 후 : 신사이바시 헤매기

신사이바시 '마루가메 제면'

# 마츠바야의 행방

 

오후 5시반, 낮잠에서 깬 남편과 함께 객실 밖으로 나선 이유는 단 하나,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우사미테이 마츠바야 식당은 오사카에서 키츠네우동(유부우동)을 처음 시작한 원조격인 우동 맛집이다.

도톤보리에서 마츠바야가 있는 신사이바시까지는 한 걸음에 디딜만큼 가까운 거리.

신사이바시 거리에선 대낮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물결을, 아주 거대한 물결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내가 만든 여행안내노트의 약도대로 마츠바야 위치를 찾아갔지만, 도대체 보이지가 않는다.

거긴 저녁 7시까지밖에 영업을 안 한다는데, 어디로 사라진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헤매던 그 골목이 아닌 다음 골목이었다는....

 

# 마루가메도 괜찮아

 

마츠바야 찾기에 실패한 우리는 차선책으로 '마루가메 제면'으로 들어갔다.

마루가메 제면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많은 우동 체인점으로, 작년 말에 우리나라에도 분점을 열었다.

마루가메 제면의 주문 방식은 원하는 우동을 직접 주문하여 바로 받은 다음, 원하는 사이드메뉴(튀김이나 초밥)를 선택하여

계산을 먼저 한다. 그다음 파와 튀김가루, 생강 등은 셀프. 이어 자리에 앉아 맛나게 먹어주면 된다.

 

남편은 유부우동과 유부초밥 그리고 튀김을, 난 카케우동과 튀김을 골랐다.

우동을 받은 후 새우튀김이 없는 것 같아, 튀김들을 하나하나 요리조리 살피고 있는데, 남편이 새우라며 내 쟁반에 재빨리 

올려준 정체 모를 길다란 튀김! 알고보니 그것의 정체는 바로 내가 정말 싫어하는 치킨이었다.

결국 남편은 우동에, 유부초밥 그리고 튀김 두 개까지 몽땅 다 먹어야 했다.

 

우동에 대한 맛 평가를 하자면 역시 면발이 환상이다. 

마츠바야를 찾지 못한 차선이었기에 큰 기대없이 들이킨 면발이라 더욱 맛나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부른 배도 진정시키고, 또 도큐핸즈도 찾을 겸 신사이바시 상점가를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이곳의 다이소, ABC마트 등 눈에 익은 상호명들은 내가 있는 곳이 오사카인지 서울인지 순간 헷갈리게 한다니까. 

 

# 홉슈크림, 이것도 먹어야 해

 

그렇게 오가다 발견한 홉슈크림 가게~

이건 무조건 먹어줘야 한다. 음식물이 배를 뚫고 나오더라도 반드시 먹어야 할 NO.1 간식!

래서 오사카에선 먹다가 망한다니까. 왜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을까. 대신 배부르니까 한 개만 사자고.

커스터드 크림이 듵어있는 빵의 겉은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고, 속에 안겨있는 풍부한 크림은 달콤하게 살살 녹아버린다.

 

신사이바시 '도큐핸즈'

# 찾았어, 도큐핸즈

 

아, 드디어 찾았다, 도큐핸즈.

우메다에선 그리도 모습을 내주지 않더니만, 어둠 속 신사이바시에선 정말 쉽게 나타나버렸다.

8층 건물 전체가 모두 다 도큐핸즈 상품들의 진열대.

한국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지 영업시각이 9시까지라는 한국어 안내방송까지 한다.

 

이런저런 다양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제품들을 한 시간 넘게 신나게 구경하고, 물건 몇 개를 집어 계산을 하는데,

계산원의 과도한 친절-두손을 공손히, 아주 공손히 모으고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함-이 왠지 불편하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그러고 보니 이제, 이젠 정말 남은 기운이 하나도 없다.

 

호텔을 향해 신사이바시스지를 통과하면서 피곤한 다리를 잠깐 쉬기로 했다.

서울 여기저기에 널려있듯 아무렇지 않게 오사카에도 있는 낯익은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

탄산음료 둘을 시켜놓고 마주 앉아 수다를 떠는데, 매장 내엔 1인 손님을 위한 테이블이 정말 많다.

 

도톤보리 호텔로 돌아오는 밤거리엔 치즈케이크로 유명한 파블로 케이크 전문점도 보이고, 상점들의 다채로운 모습처럼

다채로운 표정과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또는 홀로 지나간다.

밤을 쏘다니는 저들도, 우리처럼 오사카를 즐기기 위해 고향을, 또 고국을 떠나온 여행자들일까.

 

신사이바시스지가 끝나면 바로 호텔 앞 거리다.

큰소리의 한국말이 난무하는, 또 폐쇄공포증에 걸릴 것만 같은 '돈키호테'에 잠시 들러 필요한 물품을 후딱 구입한 후,

호텔 로비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아들녀석에게 저녁 안부를 물었다.

내일 가게 될 우메다의 캐릭터샵에 대한 폭풍 검색도 빼놓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10시, 오사카의 최중심 유흥가엔 오늘 밤도 요란하고 부산스러운 빛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