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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4 파리·스부·잘츠·빈

8. 5 (화) : 빈을 떠나며

# 마지막 날

 

밤새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챙긴 뒤 넘치는 먹거리들을 겨우 캐리어에 넣었다.

아들이 사용하던 거실의 소파베드를, 소파로 다시 만들려다 방법을 몰라 헤매고 결국 벨베데레 전투처럼 마무리 한판.

결국 소파베드는 접어두지 못하고 펼쳐둔 채, 11시 체크아웃을 했다.

 

19구 숙소

빈을 떠나려니 날이 참 맑다.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 어느 건물 벽면에 오묘한 표정의 여인이 판화처럼 그려져 있다.

우리를 향해 '이제 가니' 라고 말하는 듯 도도한 눈빛이다.

숙소에서 슈베덴플라츠까진 U4로 4정거장이고 슈베덴에서 빈 공항까진 버스로 20-30분 거리다.

 

슈베덴플라츠
슈베덴플라츠
슈베덴플라츠

# 슈베덴의 공항버스

 

U4 슈베덴에 내리면 앙커와 슈트뢱 빵집이 보이고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이어진다.

캐리어를 끌고 아이스크림 가게 앞 광장 벤치에 앉아 이 평화로운 시간을 잠시 즐겨본다.

2009년 귀국한 후 빈에 다시 오기까지 1년반이 걸렸고, 또 그로부터 4년만에야 다시 찾은 빈.

그 몇년간 바쁘고 힘겨웠던 시간들이 무사히 지났으니 앞으로는 더 좁은 간격의 유럽이 우릴 기다리겠지.

 

슈베덴플라츠 공항버스정류장
공항버스 안에서

정오에 출발한 공항버스는 20분 후 빈 슈베하트 공항에 우릴 내려놓는다.

긴 줄을 서고 체크인을 하고 출국심사를 하고 면세점 구경을 한 다음, D23 탑승구 앞에서 검색대를 지난다.

검색대를 통과한 탑승구 안쪽에선 20여명의 홍콩 아이들이 크고 둥근 원을 만들며 소란스럽게 떠들어댄다.

부족한 잠과 노곤한 몸 덕에 의자에 앉아 열심히 졸고 있었건만 홍콩녀석들 덕에 깨기를 여러 번 했으니, 아들녀석 왈,

홍콩이나 중국이나, 거기서 거기야.

 

빈 공항
빈 공항

# 서울 오는 길

 

항공기에 탑승하니 불운하게도 홍콩아이들의 좌석이 우리 자리 앞뒤를 차지하고 있다.

통로를 왔다갔다하며 모여서 떠들고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며 공중도덕의 중요성과 선진국민의 기준을 헤아린다.

5시간의 비행 후 두바이에선 긴 대기시간을 보상해주는 '밀 바우처'-탑승권 제시 신청-를 받아 간단히 식사를 했다.

두바이 공항 A1 탑승구 앞에선 러시아권 20대 어렷이 빈에서의 홍콩아이들처럼 시장통이다. 

 

8월 6일, 새벽 3시 45분 두바이를 출발한 에미레이트 항공기는 16시 5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똘이장군을 데리러 친정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끈질긴 졸음을 물리치며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여행은 끝났지만 4년 만의 꿈 같은 나들이였다.

오랫동안 기다렸기에, 꿈꾸었기에 기뻤고 현실이 되어 정말 행복했다.

또, 떠나야지. 우린 늘 그곳을 꿈꾸고 그곳은 늘 우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