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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4 파리·스부·잘츠·빈

8. 3 (일) : 앙커시계를 만나다

# 일요일 그리고 슈베덴플라츠

 

새벽에 떠진 눈을 다시 감아버리고, 오랜만에 8시가 넘어 느즈막히 눈을 떴다.

아침식사 후엔 휴대폰에 저장된 음악을 재생시켜 한참을 감상한다.

'옥탑방 왕세자, 쾌도 홍길동, 프라하의 연인, 성균관 스캔들'의 주제가와 배경음악들이 가슴을 친다.

그러고 보니 빈에 머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레 아침엔 이곳을 떠나니까.

 

바깥 바람을 쐬기 전인 정오 무렵, 남편과 보이스톡으로 통화를 했다.

오늘 폴란드로 출장을 떠나는 남편이 우리집 막내 '똘이장군'을 친정에 맡기기로 했던 것이다.

남편은 내 차로 이동하여 차는 친정집 주차장에 두고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아, 잠시도 잊지 못할 녀석.

 

공항버스 타는 곳, 슈베덴플라츠
슈베덴플라츠
슈베덴플라츠

숙소를 나와 구시가로 가기 전,  공항버스 출발시각을 확인하고자 슈베덴플라츠엘 들르기로 했다.

물론 빈 교통국이나 빈 공항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정보였지만 그냥 그곳엘 직접 가고 싶었다.

슈베덴플라츠에 가는 건 이번 여행에서 두번째로, 훈더트바써하우스에 갈 때 환승을 위해 발을 디뎠었다.

공항버스 승차장에서 버스 시각을 확인-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하고 다시 U1을 탄다.

 

그라벤 거리
그라벤 거리
슈테판플라츠

# 처음이야, 앙커시계

 

슈베덴플라츠에서 슈테판까진 지하철 1코스로, 2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역을 나와 그라벤까지 거닐다가 다시 슈테판 쪽 거리를 걸어본다. 아련한 이 공기가 며칠 후면 사라지겠지.

그래, 그런 의미에서 이 일요일을 보람있게 보내기 위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앙커시계를 보러 가자구.

앙커시계는 요 아래 지도처럼 슈테판에서 슬슬 걸어가면 금세 등장해 주신다.

 

앙커 시계
앙커 시계

앙커 보험회사의 두 빌딩을 연결하는 공중회랑에 걸려있는 시계가 바로 앙커시계다.

1917년에 만들어진 이 시계엔 역사적 인물들을 표현한 12조의 인형이 들어있고, 매시 정각이면 음악과 함께 한 조씩 나와

시각을 알린다고 한다. 정오엔 12조의 인형이 모두 나온다고 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우린 볼 수 없었다.

암튼 주변 시선을 모을만큼 규모도 컸고 정교하며 아름다운 시계였다.

 

Nordsee의 참치랩(왼쪽)과 슈트뢱의 치즈빵
지퍼맥주, 오스트리아산

# 빈의 먹거리들

 

일요일, 점심은 뭘 먹어야 하지.

빈에 살 때 자주 가던 그라벤의 레스토랑은 낮이라 아직 열지 않았고, 야외는 더워서 별로.

오늘 점심은 해산물 레스토랑 Nordsee에 가서 먹을 걸 사들고 숙소로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케른트너의 노트제에서 참치랩을 사들고 가는 도중, 반갑게 발견한 슈트뢱에서 치즈빵도 구입한다.

 

숙소로 오는 길, 날이 흐려지며 바람이 점차 세차게 불어댄다.

바람이 불건 어쩌건 오후 3시, 숙소 식탁에서 맛있는 빵들과 함께 지퍼맥주도 마셔준다.

 

훈더트바써 설계, 쓰레기소각장
19구 동네 구경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폴란드 가는 중, 항공기 환승하느라 암스텔담 공항이란다. 우리 세 식구, 같은 유럽 하늘에 있다.

 

저녁 무렵, 특별할 것 없는 조용한 동네지만, 동네 산책을 나가본다.

오스트리아는 주말과 공휴일엔 철저히 휴식이다.

일요일이라 문을 연 가게라고는 중국식당, 피자리아, 터키인케밥집, 카페 한두 곳이 전부다.

7시 반, 조리해먹는 오스트리아식 파스타가 맛있다. 지퍼맥주와 함께라서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