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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4 파리·스부·잘츠·빈

8. 4 (월)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 마지막 장을 보다

 

아침식사 후, EUROSPAR에 간 우리는 서울 지인들에게 줄 작은선물 사기에 돌입했다.

물론 구입한 먹거리들의 대부분이 아들녀석의 선배들, 친구들, 학원아이들의 몫이었다.

나 역시 꽤 많은 양이 필요했지만 도저히 캐리어에 들어갈 구석을 만들 수 없었기에 최소한으로 만족해야 했다.

1시간 30분 넘게 이번 여행에서의 마지막 장을 본 후, 11시경 숙소로 돌아왔다. 아, 힘들어~

 

11시반, 피자가게에 피자를 사러간 아들녀석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월요일은 쉰단다.

그래, 내일이면 떠나는데, 더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프라터로 가자고.

그런데, U4 Spittelau역 지하철이 출발하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티켓을 구입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빈의 교통은 자율적으로 표를 끊고 승차하기 때문에 출입구에 펀칭기 외엔 별다른 설치물이 없다.

물론 지하철이나 트램에서 무임승차로 검표원에게 적발되면 어마무시한 벌금을 내야 한다.

 

지난 화요일에 구입한 1주일권-월요일부터 일요일-의 기한이 끝난 걸 깜빡하고 아무 생각없이 지하철을 탄 우리.

그냥 프라터에 가서 구입해도 될 듯하지만 그건 안 될 일, 게다가 프라터는 유동인구가 많아 표 검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발매기로 24시간권 2매를 구입하고 다시 지하철에 오른다.

오늘 여러 번 지하철과 트램을 타야 하고, 내일 오전엔 공항버스 승차장까지 가야 하니, 1회권을 여러 번 사는 것보다

24시간권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프라터 러닝스시
도나우젠트룸 입구
도나우젠트룸의 Tchibo

U1 Praterstern역에서 하차하여 역 밖으로 나가는데 무언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역 출입구 쪽을 막고 여러 명의 검표원이 표 검사를 하고 있다. 무임승차로 적발된 사람도 보이고.

아들녀석이 나를 보고 대단하다며 큰일날 뻔했다고 하는데 누구든 그냥 기본규칙만 지키면 되는 것일 뿐이다.

무슨 일인지 프라터슈턴역엔 경찰들도 쫘악 깔려있다.

 

단골집(?)인 프라터 회전초밥식당에 들러 맛난 초밥들을 들이키고, 이어 도나우젠트룸을 기웃거린다.

Tchibo 진열장을 들여다보고는 BIPA에선 화장품과 머리염색약을 구입했다.

염색약은 아들녀석을 위한 것으로 바로 숙소로 돌아가 머리카락에 강한 색감의 색을 입혔다.

그러나 물이 닿자 애써 물들인 색상이 이내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거 대체 왜 이런 거지.

 

슈트란트카페 가는 길
슈트란트카페 가는 길

# 다시 슈트란트카페

 

숙소에서 꼼지락거리다가 6시가 넘어 슈트란트카페로 간다.

7박 동안의 빈여행 중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슈트란트카페엘 한번만 간다는 건 어불성설.

게다가 지난 번엔 비가 내려 도나우강의 전망을 못 보았으니 오늘 같은 날 다시 가야하는 건 당연지사.

U1 Kagran역에서 트램 25번으로 두 정거장 가서 카그라너브뤼케에 내린 후 잠시 걸으면 슈트란트카페다.

 

도나우강변의 슈트란트카페
도나우강변의 슈트란트카페

7시, 손님 가득한 슈트란트카페엔 빈 좌석이 없다.

대기줄에 서서 잠시 기다리니 다행히 10분도 안 되어 빈 자리로 안내해 준다.

날씨가 왜 이렇게 좋은 것이야. 자리까지 강쪽이니 완전 최고라니까.

주문한 슈페어립, 슈니첼, 샐러드 그리고 부드바이저맥주까지 늘 그랬듯 매우 너무나 훌륭하다.

 

슈페어립
슈니첼

8시가 넘어도 해는 밝게 빛나고, 도나우강은 그야말로 아름답고 푸르다.

아름다운 도나우강과 점등되는 불빛과 웃으며 미소짓는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한 조화를 이룬다.

빈은 늘 여유롭고 평온하며 빈 사람들은 언제나 시간을 천천히 다루고 가꾼다.

 

슈트란트카페
슈트란트카페
슈트란트카페

# 빈 시청사 필름페스티벌

 

다시 U1 Kagran역, 아들녀석이 추억 어린 모교인 VIS 앞에서 사진을 찍는단다.

그리고는 우린 필름페스티벌이 열리는 빈 시청사 광장으로 향한다.

이번 빈 여행에선 야경하고 전혀 안 친했기에, 야경 보기는 밤의 시청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시청사 광장에 설치된 화면에선 오페라가 상영 중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여행객들은 한마음으로 관람 중이다.

 

시청사 광장 필름페스티벌
시청사 광장 필름페스티벌

왼편 관람석에 앉아 대형화면을 공략하던 중 갑작스레 들리는 귀에 익은 한국말.

내일 빈을 떠나려면 이제 숙소에 갈 시각이란 말을 들은 듯 우린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광장에선 한여름밤의 꿈과 축제가 열리고 우리 마음에선 아쉬움이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