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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5 홍콩

1. 16 (금) 후 : 침사추이 그리고 몽콕

50분간의 질주에서 벗어난 우리는 센트럴 페리선착장으로 향한다.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눈 앞에 보이는 바다를 따라 걸으면 금세 페리선착장이다.

 

센트럴 페리선착장
센트럴 페리선착장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의 좁은 바다를 이어주는 페리는 센트럴에서 침사추이를 오가는 코스는 물론, 완차이와 침사추이를

운행하는 노선도 있다. 2010년 여름에 홍콩을 여행했을 땐 숙소가 완차이였기에 완차이-침사추이 노선을 두어번 탔었다.

10-15분간의 짦은 뱃길, 규모가 크지 않은 도시에 반도와 섬을 오가는 낭만적인 바닷길이 있다니.

서울이, 아니 다른 도시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분명 우리는 이곳에 긴 교량을 건설했을 것이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기술력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과 자만심을 오래도록 드러내지 않았을까.

 

센트럴에서 침사추이 가는 바다
센트럴에서 침사추이 가는 바다
침사추이 시계탑

잔잔한 바다를 건너면 홍콩의 최중심인 침사추이다.

그 중앙엔 시계탑이 있고 빅토리아 항구로 가는 바다를 따라 스타의 거리가 있다.

한국어가 천지사방에서 몰려오는 오후, 아주 맑은 하늘은 아니지만 겨울의 홍콩을 즐기기엔 괜찮은 기후다.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

해무리가 분사되기 직전 시각인 오후 5시 40분, 스타의 거리가 한눈에 펼쳐지는 스타벅스 2층에 앉았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거리 구경에 심취해 본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맥주보다는 덜 좋아하고, 그러기에 우린 늘 카페보다는 맥주집(?)을 애호했는데, 오늘은 예외다.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 스타벅스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 스타벅스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 스타벅스

커피 맛 좋고 전망 좋은, 스타의 거리에 위치한 스타벅스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건 화장실 관리다.

스타의 거리는 홍콩 최중심의 번화가이기에 유동인구가 엄청나고 특히 스타벅스 주변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오가다보니,

공중화장실처럼 개방된 스타벅스 화장실 관리가 엉망이었던 것이다.

화장지 등이 제대로 비치되지 않았음은 물론, 화장실 전체가 매우 더러웠고 굉장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들른 도시 최중심의 카페나 레스토랑 화장실이 이렇게 더러운 건 처음이다.

 

몽콕 야시장

 

몽콕 야시장
한국음식점 앞

어둠이 밀려오는 시각, 이스트침사추이 쪽 지하통로를 통해 침사추이역에 다다랐다.

오늘의 마지막 여행지는 야시장으로 유명한 몽콕으로, 몇 해 전의 여름 여행에선 무더위 덕에 패스했던 곳이다.

 

홍콩의 인구밀도가 세계 최상위권이던가.

금요일밤의 엄청난 인파가 침사추이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목적지도 우리처럼 몽콕이었는지 승객 대부분이 몽콕역에서 우르르 내린다.

그런데, 이곳 몽콕 시장은 정말 우리 취향이 아니다.

강아지를 전시 판매-우리나라도 그렇긴하지만-하고, 금붕어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팔고 있다니 뒤로 쓰러질 노릇이다.

 

몽콕 야시장
몽콕 야시장
몽콕 야시장

그럴 예정은 아니었지만, 우연히 '명동익스프레스'라는 한국음식점을 발견했고 약간의 대기 후 식당에 들었다.

김치찌개를 주문했는데, 달고 묘한 향을 풍기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맛이다.

생각보다 별것도 없는 몽콕의 레이디스마켓을 슬쩍 더 둘러본 후 야우마테이역쪽으로 향한다.

공기가 안 좋은 건가. 아까부터 목 안이 건조해지면서 컬컬한 느낌이다.

 

야우마테이 역에 다다를 무렵 호텔 근처로 가는 112번 버스를 발견했다.

얼른 냉큼 올라탄 버스는 구룡반도에서부터 긴 해저터널을 지나 홍콩섬으로 향한다.

호텔 객실로 들어온 저녁 9시반, 목이 아파오고 알 수 없는 몸살 기운이 온몸에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