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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5 홍콩

1. 17 (토) 전 : 스탠리에 부는 바람

호텔 조식당

6시, 눈은 떠졌으나 어젯밤부터 심상치 않은 몸 상태가 아침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나른하면서도 몸이 후끈거리는 몸살 증세가 기침과 함께 몰려온다.

 

기화병가

아침 식사를 하고는 잠시 호텔 건물 밖에 나갔는데, 남자 고등학생이 무언가를 주려다 외국인인 것을 알고는 멈칫한다.

살짝 서늘한 날씨, 다시 객실에 들러 가방을 챙겨들고는 호텔 근처의 기화병가로 간다.

센트럴 같은 번화가에 위치한 기화병가보다는 아주 작은 규모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듯하다.

 

기화병가
기화병가

기화병가에서 구입한 다양한 쿠키와 빵은 거의 선물용이다.

홍콩의 쿠키는 우리나라 것과 비슷한 맛이지만, 빵이나 케이크는 정확히 표현할 순 없으나 우리 빵과는 확실히 다르다.

독특한 향일 수도 있고 무언가 뒤섞인 묘한 맛일 수도 있는데, 우리가 미식가도 전문가도 아니니 제대로 알 수는 없다.

아침식사 전에 핸드폰으로 드라마 '피노키오'를 열심히 보던 남편은 식사 후 다음 회까지 최선을 다해 시청한다.

 

스탠리
스탠리

일찍 일어난 아침이지만, 여유롭게 움직이다 보니 11시가 돼서야 길을 나선다.

호텔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63번 버스를 타고 스탠리로 이동을 하는데, 이 2층 버스 역시 흔들거리고 출렁거린다.

런던의 2층 버스는 흔들리는 느낌이 거의 없는데, 홍콩 2층버스는 왜 탈 때마다 출렁이는지.

속도의 문제나 운전 방식의 문제일 수도 있고 버스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스탠리
스탠리 머레이하우스
머레이하우스

스탠리의 상징 중의 하나인 머레이하우스(Murry House)는 1844년 센트럴에서 영국군 영지로 사용되던 건물로,

1982년 철거되었다가 지금의 스탠리로 이전하여 1988년 재건축되었다.

세계 2차대전 때 일본군이 홍콩을 점령했을 때 일본군 기지 및 고문실과 감옥으로 쓰였던 곳이다.

홍콩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식민지 시대의 건물 중 하나다.

 

바닷바람은 생각보다 차갑고 한국인들도 생각보다 아주 많다.

여기저기 서울인 듯 들려오는 귀에 익은 언어들, 남의 나라에서 모국어를 들으면 반가우면서도 조심스럽다.

 

스탠리
스탠리

여름의 홍콩보다 겨울의 홍콩이 여행하기에 훨씬 좋지만, 지난 여름의 홍콩여행처럼 겨울 홍콩 역시 무언가 아쉽다.

이렇듯 맑고 잔잔한 바다가 있고 이국적인 건축물이 있는데도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이다.

그저 나라 밖으로 바람 쐬러 온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지, 우리의 여행 성향에 홍콩은 잘 들어맞지 않는 것인지. 

 

스탠리
스탠리

아까 바닷가의 누각 같이 생긴 건축물에서 재롱 부리던 강아지들 중 하나가 상점 앞 메뉴판 앞에 올라앉아있다.

귀엽기는 하지만, 어여쁘고 약한 강아지가 돈벌이에 내몰리는 것 같아 너무나 속상하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