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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6 두브로브닉·프라하·빈

8. 5 (금) 전 : 가장 위대한 음악가

오늘도 맑고 푸른 아침이다.

단기여행 온 것이 아닌, 빈에 한두 달쯤 머무는 장기여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소망은 몇 년(?) 뒤 은퇴한 다음에 꼭 이루기로 하고, 식사 후 아침 마트 쇼핑에 나선다.

 

숙소 앞 거리
PENNY

9시반, 그제 갔던 PENNY 말고 유로스파 쪽에 있는 PENNY로 출동한다.

오스트리아 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PENNY는 메이저슈퍼마켓인 SPAR와 저렴이마트인 HOFER의 중간쯤 되는, 

두 마트의 장점을 섞어놓은 마켓이다. 진짜 좋은 상품과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상품이 골고루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즐거운 PENNY, 필요한 것들을 재빨리 구입한 우리는 숙소에 물건들을 옮겨놓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Oper역
국립 오페라극장
오페라극장 옆 케른트너 거리 초입

오전 일정은 중앙묘지다.

빈에 살 때 수없이 들렀던 곳이라 우리의 추억이 생생한 곳이고, 또 여행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기에,

또 남편은6년 만의 빈 방문이기에 중앙묘지 산책은 필수다.

 

19세기말에 조성된 중앙묘지까지 가려면 트램 71번을 타면 된다.

특히 71번 트램은 구시가 Ring에서부터 Zentralfriedhof 3Tor(중앙묘지 3문)까지 운행하는데 시간을 아끼려면

U3 Simmering까진 지하철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71번 트램을 타는 방법이 있다.

우린 바깥 풍경을 보여주며 천천히 움직이는 트램을 매우 사랑하기에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71번 트램로 갈아탔다.

Oper역 지하광장 주변은 좀 위험한 인물들의 집합소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71번 트램 노선(일부)
낭만적인 구형 트램
중앙묘지 가는 71번 트램
중앙묘지 가는 71번 트램

중앙묘지의 음악가 묘역에 가려면 Zentralfriedhof 2Tor(중앙묘지 2문)에서 하차해야 한다.

여행 성수기지만 한적한 71번 트램, 빈의 트램은 구형과 신형이 함께 운행되는데 구형 트램은 시간의 묘약이고 추억 주머니다.

난 3년째 여름 중앙묘지에 개근 중이다. 2014년엔 아들녀석과, 작년엔 혼자서 그리고 이번엔 남편과 함께 말이다.

 

Zentralfriedhof 2 Tor (중앙묘지 제2문)
Zentralfriedhof 2 Tor(중앙묘지 제2문) 옆 꽃집
중앙묘지

Zentralfriedhof 2Tor의 웅장한 출입문도 여전하고 그 옆 꽃집도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럽 도시들의, 그리고 빈의 좋은 점은 시간이 흘러도 있어야 할 것들은 늘 그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다는 것이다.

 

2004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묘지가 묘지답지 않고 공원처럼 맑고 예뻐서 얼마나 신기했던가.

지금도 묘지는, 또 묘역은 나무가 울창하고 조각상이 화려하고 휴식할 수 있는 벤치가 있어 여전히 공원 같다.

저 앞에 한국인 단체여행객들 20-30명이 음악가묘역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묘지 음악가 묘역
중앙묘지 음악가 묘역
왼쪽부터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음악의 성향도 다르고 활동시기도 다른 독일어권 음악가들을 한 곳에 집합시켜두다니 기발하다.

베토벤은 빈에서 오래 활동하긴 했지만 독일인이고 브람스 역시 국적이 독일이다.

모차르트-물론 가묘-와 슈베르트 그리고 요한 슈트라우스는 오스트리안~

음악가들의 묘지 앞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꽃들이 그들의 위대함을 밝혀주고 있다.

 

모차르트 가묘
베토벤
요한슈트라우스 2세와 브람스

한국인 단체 말고도 부부와 딸들이 함께 온 한국인도 있고, 중년여인들과 젊은처자 하나가 조합된 한국인여행객도 있다.

그새 음악가 묘역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꽤 인기가 있는 곳이 되었나보다.

한국어가 들리지 않게 된 시각, 하늘엔 점점 흐린 구름이 덮히고 있다.

 

중앙묘지 성당
중앙묘지

시원하고 또 서늘하다. 아니 가을 같은 스산함이 떠다니는 듯하다.

오후로 가는 길목, 이제 빈의 가장 오래된 그곳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