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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6 두브로브닉·프라하·빈

8. 5 (금) 후 : 가장 오래된 거리

트램을 타고 다시 돌아온 Oper 역.

오페라하우스 맞은편 쪽에 위치한 고서점 '부르크페어락 Burgverlag'은 점심시간이다. 그럼 우리도 점심시간 하자구.

빈에 살 때 자주 가던 그라벤거리의 레스토랑엘 갈까하다가 한적한 뒷골목으로 가서 한 야외레스토랑에 앉았다.

 

1구 레스토랑 Muellerbeisl
1구 레스토랑 Muellerbeisl
Muellerbeisl

평일 점심이라 가볍게 '오늘의 점심 메뉴'를 주문했다.

원래 생선 메뉴만 있었는데, 하나는 슈니첼로 바꿔줄 수 있냐했더니 서빙하던 어린 알바생이 안으로 가 물어보고는 OK한다.

산뜻한 분위기와 적절한 양과 적당한 맛을 즐긴 결과는 물 포함 2인분에 팁 포함 24유로. 아주 착한 가격이다.

 

알베르티나 미술관

케른트너 거리로 가는 길, 또 구걸하는 이가 있다.

오늘 1구에서만 구걸하는 사람을 10명도 넘게 봤는데, 10여년 전과는 정말 다른 아니 작년과도 또 다른 양상이다.

구걸하는 이들이 급증한 구체적인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이들은 오스트리아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르만은 아니었다.

짐작컨대  비엔나도 유럽 다른 도시들 못지 않게 난민을 받아들인 홍역을 심하게 치르는 듯하다.

 

알베르티나 미술관
알베르티나 미술관
알베르티나 미술관

아, 알베르티나 계단을 오르자 여름이 아닌 듯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비엔나를 배경으로 한 영화 '비포선라이즈'의 주요무대다.

 

영화 속 연인은 국립오페라하우스 뒤편이 보이는 알베르티나 입구 난간에서 마음을 또 대화를 나누던가 뭐 그렇다.

작년 여행기에도 언급했지만 선호하는 영화 장르가 아니라서, 대충 얼핏 본 기억만이 있는 영화라서 추가 설명은 능력 밖.

만 이 장소가 오페라하우스가 정말 이쁘게 보이는 곳이라는 점에선 이의없음이다.

 

비포선라이즈의 촬영지
오페라하우스
Sacher호텔

왕궁 정원엔 모차르트가 있다.

잘츠부르크 거리를 온통 장식하고 있는 바쁘신 모차르트가 빈의 합스부르크 왕궁 정원에서 높은음자리표를 품고 있다.

작년 여름, 새벽에 맞이한 모차르트는 인적없는 고요함에 둘러싸여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오후의 이곳은 아주 활기차다.

 

왕궁정원
고서점 Burgverlag
고서점 Burgverlag

다시 찾아온 'Burgverlag'은 내부가 점심시간이었던 아까랑 비슷한 분위기다. 아직도 아무도 없나.

고서점 부르크페어락 Burgverlag은 '유럽의 명문서점'이라는 책에서 우연히 접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빈에 살 때

그 앞을 스친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찾아온 거리가 아주 익숙한 걸 보니 분명 여러 차례 스쳤던 곳이다.

그땐 100년 역사를 지닌 서점이라는 걸 알지 못하고 지나쳤기에 아쉬웠을 뿐.

 

그런데, 고서점 내부엔 아무도 없는 듯하다. 

문이 잠긴 듯해서 밖에서 보는 걸로 만족하고 다음에 들를 기약을 가만 남겨두고 돌아선다.

 

캐른트너거리의 백화점 Steffl
클림트샵

구시가 보행자거리인 케른트너와 그라벤은 각종 상점의 전시장이다.

기념품샵에서 남편의 초관심인 vienna라 쓰인 모자를 사서 지금껏 쓰고 다니던 croatia모자와 교체하고, Zara에선 남자옷

쇼핑을 즐겁게 해낸다. Steffl 백화점에 들어가고 클림트샵에 들르고 율리우스마이늘샵에서 실컷 커피 구경을 한다.

 

그라벤 거리
율리우스마이늘 샵

비 내릴 듯 흐린 하늘, U1 슈테판플라츠역에서 숙소가 있는 포어가르텐슈트라쎄역까진 5분이면 충분하다.

역 근처 유로스파에서 마지막 장을 보고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잠시 기다리다 빗줄기가 약해진 틈에 도착한 숙소에서는 저녁식사로 성대한 라면정식이 준비되었다.

그나저나 1+1 세일하는 바람에 비엔나 온 첫날 구입한 감자샐러드는 언제 다 먹는다지.

 

서울 장마처럼 비는 주룩주룩 쏟고 천둥마저 잿빛 하늘을 두세 차례 흔든다.

쉼없는 세찬 빗줄기가, 필름페스티벌을 한번 더 갈까 말까 하던 고민을 단번에 날려버려주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