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류/2017 프푸·하이델·콜마·파리

8. 9 (목) 후 : 세 번째 파리, 그 험난함

유럽숙박 사이트인 Waytostay를 통해 아파트 예약을 한 건 딱 두 번이다.

2015년 여름에 빈 아파트에서 7박을 했고 이번 2017년 여름엔 파리 아파트를 빌려 3박을 했다.

Waytostay는 예약금으로 전체 숙박비의 30~50%를 지불하고 나머지 비용은 숙박할 때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예약을 취소할 경우 그 시기에 따라 예약금의 전부 또는 50%를 Waytostay 포인트로 돌려준다고 한다.

2015년에 빈 아파트를 아주 쾌적하게 이용했고, 이번 여행을 앞두고 부킹닷컴에서 파리 13구의 체인 아파트호텔을 예약해

두었다가 Waytostay에서 위치 좋고 평점 좋고 가격까지 착한 이 아파트로 변경 예약하게 되었다.

 

리뷰에도 썼지만 이 아파트엔 전기렌지가 없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게 없다는 사실을 여행 출발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알았으나-물론 나의 불찰-, 이 사이트를 앞으론

이용할 계획이 전혀 없기-돌려주게 될 예약금(Waytostay포인트)을 사용할 일 없음-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숙박하기로 했다.

다행히 작은 전자렌지는 있으니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서 발견되었다.

먼지 쌓이고 전혀 관리 안 된 오래된 가구, 마치 시골 재래식 화장실을 연상시켜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화장실,

한 집을 둘로 나눈 듯 어설프고 요상하게 분리된 옆집으로 통하는 출입문, 지하철역에 열차가 출발하고 도착할 때마다

심하게 흔들리는 건물....

 

게다가 귀국한 후 관리인 알리가 내게 보낸 문자메시지-여행중 이미 스팸처리, 후에 우연히 발견-는 정말 어이없었다.

메시지의 내용인즉, 내가 아파트 평점을 낮게 줘서 아파트 임대를 그만하게 되었고 자기 일자리도 날아갔다는 것이다.

사실 평점을 3-4점 주려 했지만 결론적으로 무려 7점대로 올라갔는데, 무슨 소리.

그리고 관리인이 숙박객의 개인정보로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게 과연 정상적인 사이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한심했다.

십수 년 동안 유럽에서 만난 숙소 중 단연 최악이었다.

http://blog.daum.net/stelala/15920127 (숙소 리뷰)

 

숙소명 : Les Halles Rouge
숙소명 : Les Halles Rouge

칭찬 일색이었던 평점에 비해 도착해서 실제로 본 아파트는 관리가 전혀 안 되어 열악했다.

1구에 위치해 있어서 루브르나 퐁피두 등이 도보 가능한데도 가격이 저렴-13구의 체인 아파트호텔과 비슷-한 이유가 있었다.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파리에서 3박 동안 필요한 식료품을 사기 위해 우산을 들고 숙소 근처의 프랑프리로 움직였다.

물과 우유, 사과, 복숭아, 계란, 요거트, 샐러드용 야채로 작은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

어느 새 파랗게 갠 하늘, 우린 저녁 요기를 위해 다시 숙소를 나선다.

 

Hippopotamus
Hippopotamus
Hippopotamus

3년 전 아들과의 여름여행에서 베르시빌라주의 Hippopotamus에서 스테이크를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기에, 저녁식사

장소는 숙소 근처 생드니가의 Hippopotamus다. 그때와 비슷한 메뉴를 주문했는데, 그 맛이 아니고 그 분위기가 아니다.

 

숙소도 마음에 안 드는데, 식사까지 별로니 마음이 꿀꿀해지려 한다. 마치 2005년의 첫 파리를 만나는 기분이다.

그땐 더럽고 지저분한 파리에 얼마나 실망했는지, 지금 12년이 더 지나 실망스러운 상황-예전과는 달리 이번엔 우리의 불찰-

이 돼버리니 우린 파리와 합 맞추기 힘든 운명인가.

 

생드니가에서 퐁피두센터로 가는 길
생드니가에서 퐁피두센터로 가는 길

생드니 거리에서 굳이 찾을 것도 없이 조금만 움직이면 나와주는 건축물은 바로 퐁피두센터다.

12년 전엔 찾지 않은, 3년 전엔 외관만 만났던 공간을, 정식 관람은 아니지만 이번엔 내부까지 들어가 보기로 했다.

조금씩 어스름을 향하는 저녁 햇살이 퐁피두센터의 정면을 아스라히 비추어주고 있다.

 

퐁피두센터
퐁피두센터

 

퐁피두센터 앞 광장

퐁피두센터의 정식 명칭은 조르주 퐁피두 국립미술문화 센터(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 Pompidou).

1977년 개관한 이곳엔 계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전기배선, 상하수도 등이 건물 밖으로 나와 있는데, 노란 파이프는

전선, 녹색은 수도관, 파란색은 환기구, 빨간색은 에스컬레이터를 나타낸다고 한다.

 

내부에는 국립 현대미술관, 도서관 등이 있고 기획 전시실과 공연장, 식당, 카페 등도 자리하고 있다.

주변의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퐁피두센터.

에펠탑처럼 퐁피두센터 역시 건립 초기엔 환영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빼놓을 수 없는 파리의 명소가 되었다.

 

퐁피두센터
퐁피두센터
퐁피두센터

퐁피두센터의 국립현대미술관을 즐기기엔 늦은 시각이라 그저 내부를 슬쩍만 살펴본다.

외관의 에스컬레이터처럼 내부 에스컬레이터도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고 내부 천장에 수없이 많은 파란 배관은 환기구다.

이 현대적인 공간에 많지 않은 현대인들이 오가고 우리도 그 틈에서 근사하고 현대적인 공간을 즐긴다.

 

파리시청사
파리시청사
파리시청사

퐁피두센터를 지나면 역시나 마주치지 않을 수 없는 건축물이 파리 시청사다.

역시 12년 전엔 마주하지 않았고 3년 전엔 아들과 함께 지났던 곳, 남편이 시청사를 보며 감탄사를 연이어 내놓는다.

뭘 그리 놀라나, 한 나라 수도의 시청사가 이 정도는 되어야 기본 아니겠어.

 

서머타임을 안은 긴 저녁시간도 어느 새 어둑어둑하고 오늘의 걸음은 17,000보를 넘겼다.

세번째 만난 파리의 험난한 첫 날, 우리 좀 파리랑 잘 지내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