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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런던

10. 4 (수) 후 : Orangery에서 애프터눈티를

12시가 거의 다 되어 런던타워를 벗어나 Piccadilliy Circus에 닿았다.

사랑의 신 에로스는 여전히 그곳에 있고 인파의 규모 역시 여전하다.

 

피카딜리서커스
에로스

피카딜리서커스역을 다시 찾은 이유는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영국 차의 대명사 Fortnum&Mason 샵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린 차(茶)와 다기(茶器)에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홍콩을 통해 유럽의 한 자락에 퍼져 명성을 드높인 차의 정체에 대해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다. 피카딜리서커스 근처 말고도 런던 곳곳에 포트넘앤메이슨 매장이 있지만 규모나 인기면에서

최고의 매장은 이곳이다.

 

Fortnum&Mason
Fortnum&Mason
Fortnum&Mason

클래식하고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찻잔과 우아한 곡선미의 최고조인 티팟을 구입하고 싶은 욕심을 뒤로 하고, 여러 층으로

이뤄진 매장에서 차를 골랐다. 예쁜 캔을 채우고 있는 카모마일을 고르고, 미니캔 세트의 차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선물할 목적도 있고 또 편하게 함께 나눌 티백도 뿌듯한 마음으로 손에 넣었다.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

 

켄싱턴가든
켄싱턴가든
켄싱턴가든

숙소에서 가까운 켄싱턴가든은 호수를 사이에 두고 하이드파크와 켄싱턴가든으로 나눠진다.

2006년엔 하이드파크에만 갔고 이번엔 켄싱턴가든만 들르게 되었는데, 둘 다 거기가 거기, 같은 곳이란 얘기다.

켄싱턴가든은 1728년부터 켄싱턴궁전의 정원으로 이용되다가 100년 후 공원화시키면서 일반인에게 오픈되었다고 한다.

애프터눈티로 많이 알려진 레스토랑 'Orangery' -이후 이 건물에 있던 Orangery는 켄싱턴가든 안의 다른 장소로 옮겼고

'Kensington Palace Pavilion'으로 이름을 바꿈-엘 가기 위해 우린 켄싱턴가든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Orangery
Orangery

'Orangery'가 자리한 건물은 소박한 궁전처럼 켄싱턴가든의 한 켠을 장식하고 있다. 

층고 높고 환한 'Orangery'엔 한국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근사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친절한 직원으로부터 자리를 안내 받은 우린 2인분의 애프터눈티 세트를 주문했고 남편은 차를, 난 커피를 청했다.

 

Orangery
Orangery

커피와 차가 먼저 서빙되고 곧 샌드위치, 스콘, 케이크류가 3층짜리 트레이에 장식되어 나왔다.

맨 아래 접시에 있는 샌드위치부터 먹어주면 되는데, 함께 세팅된 클로티드 크림과 잼은 중간 접시의 스콘에 발라 먹는다.

끝내주게 맛있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와 전통을 느끼기엔 부족하지 않았고, 특히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은 찰떡궁합이었다.

 

Orangery
Orangery

흐린 런던의 오후, Orangery를 나와 켄싱턴가든을 벗어나려는데 무언가 굉장히 허전하다.

남편의 크로스백이 보이지 않았는데, 애프터눈티에 취해 Orangery 의자에 고이 모셔두고 나온 것이다.

바로 다시 들어가 카운터에 문의하니 카운터에 정성스레 보관 중이다.

 

오후 4시, 아파트 리셉션에 맡긴 캐리어를 찾아, 친절한 직원에게 객실 교체를 재확인 받은 후 아파트 객실로 들었다.

살짝 반지하인 객실이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고 게다가 와이파이는 어제 숙박했던 호텔보다 훨씬 빵빵하다.

또한 내일로 예정되었던 런던 튜브 파업을 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구글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내일 예정된 아파트 객실 교체도, 내일 예정됐던 튜브 파업 철회도 모두 다 정말 다행이다

.  

베이스워터역 부근 세일즈버리에서 감자와 양파, 물을 구입한 후, 남편은 런던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밖을 향했다. 

기네스 맥주와 함께 하는 런던에서의 혼술이, 가을밤의 정취와 어우러져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