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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8 뮌헨·잘츠부르크·빈

남은이야기 2 : 발생의 남발

내가 유럽 대륙을 처음 밟은 것은 2004년 여름이다.

3주간 오스트리아에서 여행하는 일정이었고, 오스트리아와 루체른, 밀라노, 베니스를 여행했다.

2004년 겨울엔 오스트리아 시골에서 6주 동안 생활을 했고

2005년 3월부터 2009년 1월까지 가족이 함께 오스트리아에서 체류했다.

그 이후 2010년에 유럽 땅을 밟았고

2014년부터는 해마다 유럽 국가로 여행을 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2018년 여름에 2주 일정으로 독일남부와 오스트리아를 향유하는 여정인데,

동안 단 한번도 겪지 않았던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뮌헨 레지덴츠

1. 입국 심사

 

유럽 공항의 입국 심사는 런던을 제외하곤 대체로 여권 확인만 한다.

런던도 '왜 왔니, 얼마나 머물 거야, 호텔은 어디' 정도다.

그런데,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안 하는 입국 심사를 뮌헨에선 한다.

몇 년 전 뮌헨으로 들어올 때도 안 했던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왜 왔니, 혼자 왔니, 여기 얼마나 머무르니, 여기서만 있니, 빈엔 어떻게 가서 얼마나 있니...

수언니 대신 내가 앞장 섰다가 연속되는 질문 공세에 살짝 어버버.

난민 문제가 주요 화두인 독일의 모든 공항에선 인터뷰 답변 준비 필수.

 

퓌센 노이슈반슈타인

2. 차별

 

노이슈반슈타인성의 티켓오피스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5명이서 음료는 5개, 식사는 3개 주문했더니 노골적으로 불친절하다.

요청한 추가 접시도 주지 않았는데, 접시 안 준 이유가 식사를 3개만 주문해서란다.

우린 음료는 다 주문했고 음료만 마시는 다른 사람도 아주 많았으며 식당은 한산했다.

서버들은 아주 푸짐히 주문한 옆 테이블의 중국인들에게는 매우 친절했다.

우린 팁을 주지 않기 위해 동전까지 탈탈 털었고 할배 서버는 화를 냈다.

난 서버에게 '슈바인'이라 말하는 대신 테이블보 위에 컵을 엎어놓았다.

중국인에겐 친절했기에 처음엔 인종차별이라 생각지 않았는데,

백인이 우리처럼 주문했다면 우리에게 대하듯 하진 않았을 거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인종 차별 또는 인간 차별.

 

잘츠부르크 호엔잘츠부르크성

3. Qando의 배반

 

오스트리아는 구글맵이 통하지 않는 나라다.

독일에선 멀쩡하던 구급맵이 오스트리아에선 먹통이거나 엉터리.

오스트리아 길찾기앱은 Qando인데, 도시마다 앱이 별도다.

잘츠부르크에선 잘츠부르크Qando를 빈에선 빈Qando가 필요하다.

잘츠의 첫날 오후, Qando가 일을 하지 않는다.

한참을 버스정류장에서 앱을 두드렸지만 신통치 않았다.

다행히 다음날부턴 Qando가 제대로 임무 수행을 했다.

 

 

4. 돈 삼킨 티켓 발매기

 

빈 서역에 도착하여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선 교통 티켓이 필요했다.

발매기에서 1주일권을 구입하기 위해 지폐를 넣었는데 기계가 완전히 정지돼 버렸다.

캔슬 버튼을 눌렀으나 돈도 티켓도 나오지 않았다.

빈에 사는 동안에도 이후에도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발생한 것.

전화를 하고 역내 사무실을 찾았고 이메일로 연락주겠다 했으나 무소식이다.

 

빈 훈더트바써하우스

5. 교통과 날씨의 배반 

 

쿤스트하우스빈 가는 날엔 공사로 인해 트램노선이 변경되었다.

여름 여행 내내 우릴 괴롭힌 더위가 정점을 찍은 날이라 다른 방법으로 쿤스트하우스엘 가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쿤스트하우스는 포기하고 훈더트바써하우스만 가게 되었다.

 

다른 날, 빈숲에서 버스를 타고 U4 하일리겐슈타트역에 도착했으나 미운행.

진짜 황당했지만 프라터 가는 버스가 있어서 그걸 타고 움직였으니 다행이었다.

뮌헨보다 잘츠가, 그보다 빈이 더 더웠다.

7월보다 8월이 더 뜨거웠던 것, 지구온난화가 중서부유럽에도 적용되고 있다.

 

6. 항공기 결항과 여파

 

여행의 대단원이 여행의 절정이 되었다.

빈에서 프푸를 거쳐 귀국하는 날, 프푸공항의 보안 문제로 항공기가 결항되었고

대체항공권으로 파리까지는 갔으나 빈 공항 직원의 잘못으로 인해

파리에서 당일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밤10시가 넘은 시각이라 항공사로부터 그 어떤 것도 제공받지 못했고

수상한 분위기의 파리 공항에서 우린 밤새 대기하며 한국의 가족들과 연락을 취해

루프트한자코리아에 요청하여 재빠르게 귀국행 항공권을 확약 받았다.

예정보다 하루 늦게 귀국했다.

루프트한자코리아에선 항공사 직원 잘못으로 인한 탑승 지연은 보상규정에 없다고 했으나

전화와 이메일로 수 차례 컴플레인하였고 결국 적으나마 보상금을 수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