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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8 뮌헨·잘츠부르크·빈

8. 8 (수) : 파리에서 서울로

파리공항 2터미널 인포메이션 데스크

밤새 잠깐씩 돌아가면서 눈을 붙이긴 했었나 보다. 정신이 잠시 혼미해졌다가 말짱해지기를 반복했으니.

새벽 4시반에 다시 찾은 1터미널의 루프트한자 데스크에선 매니저가 오는 6시반에 다시 오라는 말만 던진다.

어차피 우리나라 같은(?) 서비스는 기대하지 않았으니 기다리라면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다시 찾은 루프트한자의 매니저는 항공권을 확인해주고는 우리 수화물이 어찌되었는지 위층에서 확인하고 오라 한다.

수화물 보관소에 문의한 결과, 1터미널에선 알 수 없고 오스트리아항공기에서 내렸으니 2터미널에서 확인해야 한단다.

그제서야 루프트한자 매니저는 2터미널에서 셔틀버스로 이동 가능한 호텔 숙박권과 식사권을 내어준다.

2터미널까지는 또 셔틀트레인으로 움직인다.

2터미널의 수화물 보관소에 들어가기 위해 인포에 문의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 후 보관소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였으나

어제 이곳에 남겨진 수화물 중 우리 캐리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친절한 직원이 수화물 현황을 체크한 결과 우리 수화물은 이미 서울로 이동 중인 것 같다고 한다. 

 

Golden Tulip Hotel

2터미널에서 셔틀버스로 20여분 이동하여 Golden Tulip Hotel에 도착했다. 

객실은 청소 중이었고 우선 조식당으로 가서 아침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빈 공항에서 점심으로 먹은 샌드위치 약간, 파리 오는 기내에서 먹은 쿠키, 몽땅 문 닫은 파리 공항 식당 덕에 

파리 공항에 앉아서 먹은 영후배가 건넨 소시지-아이 주려고 빈 공항에서 구입한- 반 개가 어제 오후 이후에 먹은 전부다.

 

Golden Tulip Hotel에서의 점심식사
추가 주문한 에스프레소

빵을 먹고 치즈와 과일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허기를 해결하니 온몸에 고단함이 더더욱 몰려왔다.

청소된 객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아픈 허리와 부은 다리가 말끔해지는 것 같다.

원치 않은 장소에서 원치 않은 방법으로 하루 연장된 여행을 돌아보며, 숙언니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체크아웃 직전까지 휴식을 취한 후, 느즈막히 먹은 뷔페식 점심 식사가 괜찮다.

뜻하지 않은 도시에서 뜻하지 않게 밤새 대기하고 아침에야 제공 받은 객실과 식사, 나쁘지 않다.

식사 후 우린 에스프레소까지 추가 주문하여 만족스럽게 마셔 주었다.

 

파리 공항

이제 서울 가는 아시아나항공기 탑승하러 1터미널로 가 볼까. 

셔틀버스를 타고 2터미널까지 이동 후 다시 1터미널까지 가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아시아나 체크인카운터에 도착하니 한국여행객들의 긴 줄로 북새통이다.

우린 '좀더 일찍 나왔어야 했나,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게 아닌 건가'를 되뇌이며 카운터 앞을 또 뛴다.

처음엔 웹체크인이 안 되어 일반 체크인줄에 서 있었는데, 영후배가 웹체크인에 성공하여 다행히 금세 탑승권을 받았다.

 

인천행 항공기에 오르는 감회가 특별나다.

유럽 다닌 지 15년 동안 한 번도 겪지 않은 일들을 이번 여행에서 모두 다 경험했다.

탑승만으로도 감사했던 우리가 이것저것 가릴 처지(?)는 아니었지만 낡디낡은 아시아나 항공기는 최악이었다.

너무 작은 모니터,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시청할 수 없는 기내 엔터테이먼트, 수준 이하의 기내식까지 불편종합세트다.

 

아시아나항공기 : 이렇게 작고 엉망인 모니터는 처음

8월 9일 목요일.

기내 시설은 모두 엉망이었지만 인천 공항엔 제시각에 도착했다.

일정보다 하루 늦게 도착한 인천공항에서 수화물 분실신고를 한 후 루프트한자 사무실에 들러 눈을 희번덕거렸다.

힝공사 사무실에선 컴플레인 접수가 안 되었고 결국 전화로 고객센터에 문의를 남긴 다음, 공항버스에 올랐다.

 

국제 미아가 될 뻔한 우릴 구원해 준 영어의 신 수언니, 끊임없는 웃음을 선사해 준 웃음의 여왕 쉬리언니, 자유여행의 노하우를 천재적으로 수용하고 응용한 숙언니, 길찾기와 장보기의 파트너 영후배까지, 서로 이해하고

배려했기에 행복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아니 온점이 아닌 잠시 쉬는 반점이다.

우린 멀지 않은 미래에 또 먼 곳으로 날아 떠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