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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밀라노·베네치아

2. 6 (수) 후 : 리알토에서 만난 카날 그란데

숙소가 있는 산탄젤로 광장 근처에 테이크아웃 피자가게인 Pizzeria L'Angelo가 있는데, 구글과 트립어드바이저 평점이 괜찮아서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 앞을 수없이 지나던 좁은 골목길에, 작게 쓰인 간판 아래 꽤 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피자 두 판을 주문한 후 대기하여 들고와 숙소 식탁 위에서 뚜껑을 여니 오, 비주얼 괜찮다.

맥주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고 가성비도 최고다. 

 

날개 달린 사자상

난 푹 쉬고 남편은 오늘도 낮잠대마왕이 되었다.

휴식과 낮잠을 마친 오후 1시 50분, 리알토 다리를 향해 우린 산탄젤로 광장을 가로지른다.

 

리알토 다리는 S자 형태의 카날 그란데, 즉 대운하에 가장 먼저 놓여진 다리로 19세기에 아카데미아 다리가 건립되기 전까지는

대운하 유일의 다리였다. 처음엔 목조로 지어졌으나 16세기 말에 공모전을 통해 지금의 가게 있는 대리석 다리로 재건립했다.

숙소 근처의 산탄젤로 선착장에서도 보이던 리알토 다리지만 바로 우리 눈앞 가까이에 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있으니

베네치아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더 실감이 난다.

 

리알토 다리
리알토 다리 위 전망

양쪽으로 상점들이 즐비한 리알토 다리의 계단를 밟아 정점에 오르면 대운하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 위에 떠 있는 선착장을 오가는 바포레토, 작고 빠른 수상택시, 관광객의 낭만을 실은 곤돌라까지 모두 대운하의 반짝이는 물결과

어우러져 근사하고 잊을 수 없는 정취를 내어준다.

 

리알토다리 옆 DFS
DFS 전망대

리알토 다리에서 내려와 바로 곁에 있는 면세백화점인 DFS로 향했다.

DFS 옥상 테라스엔 무료전망대가 있고 여행객이 많을 땐 못 갈 수도 있기에 예약을 했는데, 비수기엔 예약할 필요는 없을 듯.

구글맵도 안 보고 길을 잘 찾는 남편, 그런데 막상 도착한  DFS엔 온통 중국인 천지였다.

그들을 피해 후딱 전망대에 올라 대운하를 바라보니 테라스 난간이 시야에 부딪혀 개방감이 부족하다.

우연이라면 모를까 일부러 찾아갈 필요까진 없을 듯.

 

산 지아코모 성당

외벽에 커다란 시계를 품고 있는 산 지아코모 성당와 그 앞 광장을 지나 다시 리알토 다리로 왔다.

대운하 앞 가게에서 별맛 없는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아무데나 걸터 앉아 카날 그란데를 감상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리알토 다리 근처는 활기차고 분주하며 때론 정신없이 어수선하기도 했다.

 

대운하 양쪽에 가득 정박되어있는 로맨틱한 곤돌라.

과거 귀족들의 교통수단이었던 곤돌라는 이제 여행객들의 추억 안에서 존재하는 듯하다.

길이 11m, 무게 600kg의 곤돌라는 장식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나무를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들어진다.

3,000만원이 넘는 곤돌라 한 척을 만들기까지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고, 곤돌라 사공인 곤돌리에 역시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그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COOP에 들러 물, 와인, 해물 등을 구입했다. Simply나 Spar와는 규모, 상품, 가격이 거의 비슷하다.

아직 햇살이 살아있는 베네치아의 늦은 겨울 오후, 만보밖에 안 걸었는데 이상스레 몸은 가볍지 않다.

 

참으로 촌스럽게도, 시차 적응은 요원하고 몸은 노곤하기만 하다.

저녁식사 후 야경이 어쩌구저쩌구 하다말고 어느 새 흩어진 정신, 꿈 속에서도 우린 베네치아 운하를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