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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밀라노·베네치아

2. 7 (목) 후 : 자연의 빛깔, 무라노

출발 10분 전에 오른 본섬 행 12번 바포레토에는 부라노에 올 때처럼 승객들이 가득하다.

수상버스는 파도 잔잔한 물길에 얕은 물결을 지으며 사면이 완전히 트인 망망대해를 지난다.

우리 내려서 지금 무라노섬 갈까. 부라노에서 무라노까진 25분 거리.

여행객들은 대부분 부라노와 무라노를 하루에 가는 여정을 선호하는데, 우린 무라노는 내일 갈 예정-산마르코 선착장에서

출발 가능, 15분 소요-이었고 오늘 오후엔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엘 가기로 했으나, 일정을 바꾸어 무라노에서 내렸다.

 

무라노섬

무라노섬에서 내리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5개의 작은 섬들이 다리로 연결된 무라노섬은 13세기 이래 베네치아 유리 제조의 중심지로, 현재 170여 개의 유리공방이 있다고 한다.

부라노보다는 관심이 적은 섬이라 운하 주변을 오가는 사람 역시 많지 않다.

 

무라노의 어느 카페에서 만난 '율리우스마이늘'

그런데 우린 부라노섬보다 여기가 더 좋다.

무라노는 자연적이다. 꾸며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자연의 빛깔이 참 좋다.

게다가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비엔나에서나 만날법한 '율리우스마이늘'표 카푸치노까지 최고의 맛을 안겨주니

어찌 신나고 즐겁지 않을까.

 

무라노 기념품샵의 유리 공예품

찾아보면 분명히 유리 공예품을 시연하는 공방이 있으련만 우리는 굳이 시도하지 않고 운하 따라 거리 따라 발길 가는 대로

무라노섬을 걷기만 했다. 샵의 진열장 속 유리공예품을 구경하다 내키면 들어가 둘러보고 다른 곳도 또 들어가 구경하다가

예쁜 어항 모형의 유리 장식품을 구입했다.

 

무라노섬의 물길

오후 3시 30분, 무라노섬을 뒤로 한 채 산마르코 행 4.2번 바포레토에 올랐다.

언젠가 또 베니스에 온다면, 부라노섬과 무라노섬 중 한 곳만 골라야 한다면 우린 지체없이 무라노를 꼽을 것이다.

북적이지 않았고 인공적이지 않았으며 차분했고 포근했으니까.

 

산마르코에서 보이는 산 조르조마조레 성당
산타마리아 델라살루테 성당(왼쪽)
리알토 다리

시간이 갈수록 4.2번 바포레토엔 승객들이 점점 많아진다. 이 배, 괜찮을까 싶을 만큼.

12번 수상버스보다 조금은 길게 둘러 가는 듯한 뱃길, 아침보다 바다는 꽤 출렁거린다.

우린 산마르코 광장까지 가지 않고 리알토에서 내려서 Despar에 들러 필요한 식품 몇 가지를 구입했다.

 

해산물튀김점 Acqua e Mais

겨울 해는 빠르게 움직여 금세 어두워진다.

바포레토 1번을 타고 리알토 건너편 S.Silvestro 선착장에 내려 해산물테이크아웃점인 'Acqua e Mais'으로 향한다.

어둠 속에서도 사람들로 가득한 가게 앞. 감자튀김과 해산물튀김을 주문했는데 맛있는 튀김 아래엔 옥수수 무스가 묵직하다.

 

산탄젤로 선착장
산마르코 광장

숙소 탁자에 앉아 콰트로피자와 튀김과 과일로 저녁식사 마친 후 7시반 산마르코 야경을 즐기러 나선다.

산마르코 광장의 단체여행객들은 야경투어에 귀 기울이고 카페 플로리안의 직원은 문 닫을 준비를 한다.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 칭송했다는 드넓은 광장에 고요함만이 퍼지는 밤이다.

 

카페 플로리안
산마르코 광장
탄식의 다리

산마르코에서 돌아오는 밤길, 거칠어진 겨울 밤의 물살 따라 선착장도 수상버스도 거세게 출렁인다.

숙소에서 즐기는 혼술은 베네치아의 겨울 정취를 돋워주고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베니스 여행, 내일 딱 하루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