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파도다.
간격과 세기의 차이가 있을 뿐 늘 파도였다.
잔잔함이 꽤 오래간다 싶으면
신기하리만치 기다렸다는듯 덮쳐누르는 큰 파도가 쏟아진다.
난 원인 제공을 하지 않았고 어느 것도 알지 못했는데
삶이 내게 선전포고를 했다.
난 전투를 징글징글하게 싫어하는데
삶은 교묘히 통렬히 난리를 즐긴다.
이미 삶이 내 뒤통수를 쳤는데 어쩌겠어.
최선, 아니 차선이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어.
그러나 하릴없는 다짐은
빠진 얼을 제자리에 놓진 못한다.
긴 시간이 필요할 터.
이 또한 지나갈까.
근데, 삶은 이미 여러 번
내게 활을 쏘고 창도 날렸었는데,
또다시 어느 날
심연에서 더 큰 파도를 자아내면
그땐 정말 어찌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