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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0 베네치아·피렌체·로마

1. 19 (일) : 콜로세움 그리고 캄피돌리오

로마 아파트는 베네치아나 피렌체 아파트에 비해 침실이 크고 침대 수가 많다.

침실 하나엔 더블침대가, 다른 두 개의 침실엔 모두 더블침대 하나, 싱글침대 둘이 배치되어 있다.

피렌체에서 소파베드를 썼던 난 독방살이에 당첨되었고 다른 두 침실에 2명 그리고 3명이 묵게 되었다.

 

청색 물감을 분사한 듯 기분 좋게 맑은 날.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고대 로마의 가장 위대한 건축물이며 로마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중 하나인

콜로세움으로 간다.

콜로세움은 입장 인원 제한이 있어서 통합입장권-콜로세움, 팔라티노, 포로로마노-을 은후배가 미리 예약했는데, 그 덕에

예약 입장줄에서 오래지 않아 검색대를 통과해 콜로세움 내부로 입장했다.

 

고대 로마 건축 기술의 집약인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은 서기 80년 티투스 황제 때 완공되었다.

5만 명의 관중은 정해진 76개의 출입문을 통해 15분 만에 입장 또는 퇴장을 했고 지하에는 맹수와 검투사의 대기 장소가 있었다.

경기장 안을 물로 가득 채워 모의 해전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첫 로마여행을 했던 2006년 여름, 그땐 종일 로마를 돌아다니다가 오후 늦게 입장했던 터라 상단의 관중석까지 올라갈 여력이 없었는데,

오늘은 상단에서 경기장을 내려다 본다.

 

콜로세움을 나와 팔라티노 언덕을 가기 위해서도 기다림이 필요했다.

고대 로마는 팔라티노, 캄피돌리오, 퀴리날레 등 7개의 언덕에서 시작되었고, 로마 건국신화 속 로마의 시조인 로물루스는

팔라티노 언덕을 중심으로 도시를 건설했다고 한다. 지금은 팔라티노와 캄피돌리오만 언덕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에서 내려다 본 포로 로마노를 직접 거닐어본다.

고대 로마의 정치와 경제와 생활의 중심지였던 포로 로마노는 폼페이와 달리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 감흥이 없다.

2000년전 그곳은 위세와 활기가 넘쳤겠지만 내게 이곳은 콜로세움 통합권에 끼워 팔리는 흥미롭지 않은 유적이다.

 

점심 시간, 포로 로마노 주변은 물론 캄피돌리오 근처에도 식당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여행 성수기가 아닌 로마의 일요일에 영업하는 식당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레스토랑, 외부에도 좌석이 있었지만 우린 실내를 선택했다.

 

음료를 마시고 맛있는 식사를 나누고, 친절하고 재미난 서버가 찍어주는 사진을 즐겼다.

눈이 신나고, 코와 입이 기쁘고, 마음이 즐겁다.

1시간 30분 동안 21세기의 우리는 17세기가 전해주는 고귀한 음식 이야기를 들었다.

 

캄피돌리오 언덕
로마 건국 신화 속 로물루스와 레무스

미켈란젤로가 광장을 설계한 캄피돌리오 입구를 디오스 쿠로이-제우스의 아들들-가 지키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제우스는 백조로 변하여 레다에게 다가가고 레다는 두 개의 알을 낳는다.

그 중 하나의 알에서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와 쌍둥이자매가, 다른 한 알에선 디오스 쿠로이가 태어난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2세 기념관 중 조국의 제단
비토리오 에마누엘레2세 기념관

로마의 베네치아 광장에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2세 기념관과 기마상이 있고 그 하단엔 조국의 제단이 있다.

조국의 제단 아래 바깥쪽엔 분수대가 자리해 있는데, 작년에 관광객이 분수대에 들어가 난동을 부린 사건이 있었다.

조국의 제단에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무명용사들이 묻혀 있다고 한다.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려 테르미니역 근처의 Coop과 Sapori를 오갔다.

22,000보 넘게 걸어 고단한 저녁. 알콜이 필요없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