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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뮌헨·인스브루크·빈

7. 25 (목) 후 : Strandcafé의 추억

Am Tabor에 위치한 SPAR에서 장을 본 후, 휴식과 식사를 위해 숙소로 들어가니 오후 1시 반이다.

간단히 식사를 한 후 한참을 쉬다가 오후 3시 반, 혼자 숙소 밖으로 나왔다. 이번엔 HOFER에서 장을 보고자.

이틀 뒤면 서울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뭐 그리 사야 할 게 많이 남아있는지 아니 가져가고 싶은 것이 많은지 그 질량과 부피는

빈에 대한 아쉬움과 정비례한다. HOFER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쳐다보고 구입하다 보니 1시간이 후딱 흘렀다.

 

오가는 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거리에, 또 내 육신에 습도 낮은 뜨거움이 쏟아진다.

언제 어디서나 잘 자는 남편은, 선풍기를 켜지 않아도 시원한 아파트에서 단잠에 빠져 있다. 

 

도나우강

숙소를 나서는 오후 6시. 여전히 빈의 대기는 뜨겁다. U1 Donauinsel역에 내려 도나우강변을 거닐어 본다. 

오스트리아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2005년, 빈 북쪽 시골마을에서 5개월을 지낸 후, 빈으로 이사해 처음 7개월을 살았던

고층아파트를 보니 모든 것이 뭉클하다. 폭 넓지 않은 강은 오늘따라 푸르고 물결 또한 더 잔잔하다.

 

Donauinsel에서 강을 따라 걸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가, 아니 빈에 살 때 내가 늘 가던 방법대로 슈트란트카페엘 찾아간다.

U1를 타고 Kagran으로 이동한 후 25번 트램을 승차하면 바로 닿을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이렇게 찾아간다고 해서 지금 문 닫힌 슈트란트카페에서 부드바이저 맥주를 마실 수는 없다.

 

(리모델링한) 슈트란트카페

이곳은 빈에 살 때 셀 수 없이 많이 방문한 식당으로, 특히 우리 아들이 너무도 사랑했던 곳이다.

생일에도, 크리스마스에도, 서울에서 손님이 왔을 때도, 기쁠 때나 속상할 때나 수없이 드나든 추억이 어린 곳이다.

2009년 귀국 이후에도 빈에 올 때마다 슈트란트카페엘 들렀는데, 남편은 가족이 함께 빈을 찾았던 2010년에만 이곳에 앉았을 뿐

그후엔 슈페어립을 먹을 수 없었다.

 

2014년 아들과 둘이서만 빈에 왔을 때 이곳을 2번 찾았으나, 2016년 남편과 빈에 들렀을 땐 슈트란트카페가 대대적인 증축공사 중이라

영업을 하지 않았다. 2018년 여름에 선후배와 빈에서 5박 머물 땐 리모델링된-어쩌면 추억이 사라진- 슈트란트카페의 강변테라스에서

2번 식사를 했다. 

 

슈트란트카페

문제가 생긴 건 2018년 9월부터다.

슈트란트카페 최고 인기 메뉴인 슈페어립-물에 익혀 양념으로 졸이는 방식이 아닌 숯불구이-를 요리하기 위해선

굉장히 많은 연기가 발생하는데, 주변 고급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늘상 그 고통을 참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식당이 오랫동안 증축을 포함한 리모델링 공사를 하게 됐고, 그 기간동안 주민들은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공사 후 슈트란트카페를 재오픈하자 다시 고통에 시달리게 된 주민들이 연기 발생을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했고,

그래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영업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식당 입구엔 환기시스템 문제로 2018년 9월 10일부터 문을 닫게 되었으니 양해 바란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이미 홈피에서 확인하여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숙소 앞 레스토랑

슈트란트카페 근처를 잠시 산책한 후 숙소로 돌아와, 맞은편 이탈리아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식당 이름이 '달콤한 인생'이란다. 바람이 불지 않고 기온도 아직 내리지 않은 야외는 덥다.

비주얼 좋은 피자와 푸짐한 파스타를 안주삼아 시원하고 달콤한 슈티글 맥주를 마음에 들여놓았다.

 

숙소 앞 레스토랑

9시에 돌아온 숙소. 실외 온도는 식지 않았으나 아파트 안은 거짓말 같이 서늘하다.

35도를 넘나드는 불타는 태양 아래서 시달려서일까. 10시가 되자 고단함과 함께 별안간 잠이 쏟아진다.

오늘은 늦지 않게 꿈나라, 별나라로 우리의 시간을 돌려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