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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로마·피렌체·베니스·빈

5월 23일 (화) : 베네치아에서 빈으로

숙소 근처 S.Stae 바포레토 정류장

6시 50분에 울린 알람을 듣고서야 잠에서 깬 걸 보면 이제야 시차 적응이 되나 보다.

미역국과 계란프라이, 멸치볶음 등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 10시 20분에 숙소 체크아웃을 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숙소 1층을 내려오는 것도, 바포레토 정류장까지 가는 동안 건너야 할 3개의 다리도 캐리어 든 여행자에겐 난관이다. 

 

오늘은 베네치아에서 빈으로 기차 이동을 하는 날이다.

기차 출발 시각이 오후 3시 50분이었기에 그 때까지는 각자의 캐리어를 어딘가에 맡겨야 한다. 

계획대로 도착한 산타루치아역 유인 짐 보관소 앞에 행렬이 길다. 직원에게 캐리어를 넘기고 티켓을 받았다.

 

 

리알토 시장

기대만큼 맑은 날, 베네치아에서 가야 할 곳이 아직 남아있다.

바포레토 정류장에서 리알토 시장 가는 길이 왜 이렇게 꼬일까, 길 찾기 쉽지 않다.

새벽부터 오전까지 열리는 리알토 수산시장은 거의 파장 분위기이고 바로 옆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는 가게들만 성업 중이다.

 

 

산자코모 성당
리알토 다리

라알토 시장과 리알토 다리 중간에 자리한 5세기 베네치아 역사의 출발점인 산자코모 성당을 만났다.

베네치아인들은 산자코모 성당의 시작으로부터 위대한 도시국가가 탄생했다고 믿는데, 현재 성당은 17세기에 재건된 모습이다.

 

16세기에 대리석으로 재건립된 리알토 다리를 건넌다. 

미켈란젤로도 참가했으나 탈락한, 리알토다리 재건축 공모전을 통해 공사를 최저가로 수주한 건축가는 당시 대운하의 유일한 다리인

이곳에 상점을 지어 분양하여 공사비를 충당하는 신박함을 발휘했다고 한다.

 

 

아쿠아알타 서점

베네치아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 중 하나인 아쿠아알타 서점으로 향한다.

소운하에 접한 아쿠아알타 서점은 홍수로 물에 젖은 책들을 그대로 보존하여 명물이 된 서점이다.

그런데, 3년 전엔 서점 내부에 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었는데, 너무 너무 복잡하고 정신이 없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서점 옆 소운하에 정박해 있는 곤돌라에서 친구들을 모델로 차례차례 사진을 남겼다.

 

 

L'Osteria Le Guglie

산타루치아역 근처 S. Marcuola-Casino 정류장으로부터 소운하를 따라걸으면 점심식사 장소로 점 찍어둔 식당이 있다.

소운하 옆에 곱게 자리한 레스토랑인데 우리만 낙점해 둔 게 아니었나 보다. 야외 자리가 만석, 그럼 기다려야지.

오래 기다리지 않아 자리가 났고 이곳 서버도 '코리아?' 라 묻더니 산마르코 종탑 직원처럼 한국어를 내뱉는다.

 

 

L'Osteria Le Guglie : 구글평점 4.6

특별할 것 없는 소운하 풍경이 정말 근사하다. 

해물파스타 2개와 피자-나폴리식 아닌 이탈리아 북부식-  1개를 주문했는데, 다 맛있다. 

나중에 해산물튀김을 추가했으나 주재료인 해산물이 다양하지 않고 바삭함이 살짝 부족해서 조금 아쉬웠다.

 

 

산타루치아역 부근 스칼치다리

이제 역으로 가야 할 시간.

원래 계획은 Despar Teatro Italia-극장을 마트로 개조 운영, 무대와 인테리어가 남아있음-에 가서 기차에서 먹을 저녁거리를

구입하려 했으나, 멀진 않아도 조금 둘러가야 했기에 시간이 부족하여 갈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산타루치아역 가는 도중에 있는 마트에 들러 물과 빵, 과자, 과일박스를 구입했다.

베네치아의 오늘 최고 기온 28도, 그늘 하나 없는 거리가 매우 뜨겁다.

 

다시 찾은 기차역 짐 보관소는 한산했다.

직원에게 티켓을 건네고 캐리어를 요청하니 헉, 남의 캐리어를 가져온다.

놀라서 안으로 들어갔더니 들어오지 말라면서 캐리어들 사이를 갈팡질팡하다가 우리 캐리어를 찾아 가져왔다.

짐 하나당 기본 4시간에 6유로인데, 1시간 초과-20분 초과-했으니 7유로씩을 지불했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
산타루치아역에서 메스트레역 가는 바닷길

베네치아에서 빈까지 가는 열차는 오스트리아 철도청에서 운행하는 RJ 기차다.

처음 여행 준비를 할 때는 10시 출발 기차를 예약하기로 했으나, 2개월 전 기차 예약시 1-2일 사이에 갑자기 요금이 3배로 올라버린

이유-사실 할인요금이 정상요금이 된 상황-로, 항공 이동은 제외했으니  오후에 출발하는 기차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오후 3시 50분,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고 에어컨이 작동하는 열차 내부는 시원하고 쾌적하다.

바닷길을 넘어선 기차는 북동쪽 육지를 향해 달리고, 고단했는지 30분쯤 낮잠을 잤다.

 

 

OEBB 기차

차창 밖엔 아름다운 풍경이 스치고 있다.

바깥 풍경에 감동한 친구들은 비행기를 타지 않고 기차 타기를 잘했다고 한다.

6시 45분, 이탈리아 국경을 넘기 전인 우디네 Tarvisio역에 이르자 경찰과 군인이 기차 내로 들어왔다 나간다. 

잠시 내리다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고 있다.

 

베네치아에서 기차 탑승 직후 검표를 했고 8시, 이번엔 오스트리아 검표원이 티켓을 확인했다.

기차는 전체 좌석의 2/3 이상 비어있었기에 난 테이블석으로 이동해서 다리를 뻗으며 여유를 즐겼다. 

비 그친 멋진 정경을 향해 친구들의 탄성은 이어지고 있다.

 

밖은 점차 어두워져 이내 캄캄해지고 기차는 11시 40분, 빈 중앙역에 안착했다.

우선 중앙역 OEBB 티켓발매기에서 일요일까지 사용할 1주일권-오프라인티켓은 월요일부터 일요일, 온라인티켓은 지정일부터 7일-을

구입했다. 아무 생각없이 발매기에 현금을 넣었다가 동전 지옥에 빠졌다는 후문.

 

중앙역에서 숙소까지는 트램으로 7-8분이면 단번에 갈 거리지만, 늦은 시각이라 트램 노선이 단축되어 트램을 한번 갈아타야 했고

더구나 배차 간격도 길어져서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Bolt.

빈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두어 번의 실패 끝에 트래블페이카드를 결제수단으로 지정해 두었다.

 

 

빈 아파트 현관

호출한 Bolt는 금세 우리 앞에 도착했고 금세 우릴 숙소로 데려다 주었다. 

짙은 어둠 속에서 아파트 공동현관을 열고 엘리베이터로 5층에 올라 무사히 입실했다.

몹시도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