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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로마·피렌체·베니스·빈

5월 25일 (목) : 첸트랄과 벨베데레

슈테판 성당

매일 아침 그러하듯 오늘도 남편과 톡을 주고받은 후, 무려 7시 40분에 길을 나선다.

빈 시민의 출근 시각과 딱 겹치는 시간대라 지하철 객차 내부가 조금 북적인다.

아침 8시, 슈테판플라츠엔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고 보행자 전용도로엔 식자재 배송차량들이 진을 치고 있다.

 

 

카페 첸트랄

오늘 아침은 슈테판 성당 근처 Herrengasse-U3역-의 카페 첸트랄 Central에서 먹을 예정이다.

8시반으로 예약을 했으나 대기 중인 사람들도 다들 예약한 자들이라 모두 줄서서 입장한다.

오픈 시각이 8시여서인지 창가는 이미 만석, 예약명을 말한 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테이블에 착석했다.

귀족의 궁전이었던 이 건물 중 가장 큰 홀에 1876년 카페 첸트랄을 열었고, 지금은 빈의 유명카페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되었다.

 

 

카페 첸트랄

분위기 있는 실내에 앉아 아침식사 메뉴 중 클라식 비너 프뤼스튁 Klassisches Wiener Frühstück-클래식 빈 조식-을 골랐다.

뜨거운 음료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린 커피 멜랑쉬를, 꿀과 잼 중엔 잼을 선택했고, 크루아상과 셈멜-오스트리아전통빵-,

유기농 반숙계란, 버터가 함께 나오니 심플하면서도 깔끔하고 든든한 식사다.

 

 

미노리텐 성당

식사를 마치고 방문한 곳은 카페 첸트랄 근처 Minoriten미노리텐 성당이다.

이탈리아 성당인 이곳엔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복제화가 있고 성자 프란치스코를 그린 낡은 그림도 소장되어 있다.

너무나 조용한 성당에, 아득한 느낌이라 현실 같지 않은 이곳에 우리 셋만 머물고 있었다.

 

 

구시가

푸릇푸릇한 공원과 나무들 사이를 걸어 금세 국회의사당 앞에 다다랐다.

트램 D를 타야 하는데, 고장난 D 트램이 정차해있어 다른 트램들의 도착을 막고 있다.

잠시 후 고장난 트램은 떠나고 곧이어 도착한, 말짱한 트램 D에 올라 벨베데레로 향했다.

 

어젯밤 온라인으로 구입하려 했으나 오류가 나서 실패한 입장권, 다행히 대기줄이 길지 않다.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지만, 벨베데레는 프랑스 사보이가문 출신 오이겐-외젠-장군의 궁전이었다.

오이겐 장군은 여러 이유-모친의 스캔들, 못난 외모-로 루이 14세의 마음을 얻지 못했고, 오스트리아로 와서 군대를 이끌어

오스만투르크를 물리치는 등 공을 세우게 된다. 바로 올해가 벨베데레 궁전이 건립된 지 300년 되는 해라고 한다.

 

 

벨베데레 미술관

나는 벨베데레 상궁에는 2008년과 2018년에 이어 세번째 입장이다.

관람객은 많은 편이었으나 복잡하지는 않았고, 1층과 2층 전시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벨베데레의 대표 명화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와 자크루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최고 인기작이다.

또한 그림을 관람하다 보면 벨베데레 궁전의 원래 주인인 오이겐 장군의 초상화도 만날 수 있다.

 

 

한스 마카르트 '오감'
구스타프 클림트 '아터제의 별장'

한스 마카르트는 클림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화가로, 5개의 '오감' 을 그렸다.

'청각'과 '시각'은 전시되어 있으나 '미각, 후각, 촉각'을 표현한 작품은 어디로 갔을까, 전엔 상궁에 있었던 듯한데.

클림트는 다양한 주제로 여인을 모델 삼은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풍경화도 많이 그렸다.

난 화려한 클림트의 인물화보다 개성 넘치는 자연을 담은 풍경화를 더 좋아한다.

 

 

클로드 모네 '센강의 어부'
훈더트바써 '위대한 길'
에곤 실레 '가족'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화가, 에곤 실레의 그림도 꽤 많다.

에곤 실레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빈 뮤지엄구역 MQ의 레오폴트 미술관-안 가봄-에 가면 된다.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작품, 클로드 모네와 에드바르 뭉크의 회화도 눈에 띄었고 오스트리아 화가인 오스카 코코슈카와

훈더트바써-화가이자 건축가-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다.

 

 

Klischee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여행객이라고는 우리밖에 없을, 완전 현지인 식당으로 간다. 

이곳은 작년에 빈에서 한 달 머물 때 숙소 근처에 있던 레스토랑으로, 친절과 맛에 반해 두 번 방문했다.

특히 평일 낮엔 매일 달라지는 점심 메뉴-대부분의 식당에서 운영-가 가성비 좋고 아주 맛있었다.

 

야외 좌석에 앉아 점심 메뉴를 주문하니, 맑은 야채수프에 이어 감자 고기요리가 나왔다.

살짝 간이 센 메인요리를 먹은 후엔 아이스커피-아이스크림 올린 커피-를 요청했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1시간반 동안 머물렀다.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의 집
골목의 다른 건물 : 로마건국신화와 주신 디오니소스

식당 근처 S-Bahn Hernal역에서 하일리겐슈타트로 이동하고, 38A 버스에 승차해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의 집' 앞에서 내렸다.

들리지 않는 귀 때문에 괴로워하던 베토벤은 하일리겐슈타트-현재는 빈19구-의 이 집으로 요양을 왔으나 증상이 더욱 악화되자,

절망적인 심경으로 동생들에게 유서를 쓴다. 유서는 보내지 않았으나 이후 공개되어 당시 베토벤의 고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지역은 빈 19구 중 '빈숲'에 해당되는데 수목이 우거져 있어서 자연친화적이며 경관이 아주 뛰어나다.

 

 

빈숲의 칼렌베르크

다시 38A 버스는 우릴 그린칭에 데려다주었고, 같은 버스로 빈숲에서 가장 높은 칼렌베르크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는 칼렌베르크 전망대에 서면 빈의 좌우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아래 포도밭에선 포도가 익어가고 있고, 저 멀리엔 도나우강과 훈더트바써의 쓰레기 소각장도 보인다.

작년엔 용감히 걸어서 이 포도밭 사잇길을 걸었는데, 그 체험을 하기에 우리 체력은 현재 방전 상태다. 

 

귀가하면서 숙소 근처 또 다른 마트 Hofer에 들러 물과 체리, 치즈소시지와 모차렐라를 챙겼다.

저녁 식탁에 메인 메뉴인 라면 떡볶이를 차리고 치즈소시지와 볶음김치까지 올리니 최고의 만찬이다.

 

어제의 이른 취침 대신 오늘 우리들의 이야기는 자정을 가뿐히 넘긴다.

어느 새 여행 막바지다. 이제 3일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