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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2004 여름 기억

2004. 8. 4. 수 (또, 잘츠카머구트)

 

 

 

아침 6시 반이다.
전날 늦게 잔 탓에, 일어나기가 힘겹다.
미처 꾸리지 못했던 여행 보따리를 챙긴 후 기호를 깨우는데, 갑자기 아가의 울음 소리가 자지러진다.

이마를 부딪혀 큰 상처가 난 것이다. 걱정을 하며 차를 가지고 비엔나를 향해 집을 나섰다.

1시간을 달려 비엔나에 도착. J
아빠를 만나 여행팀이 출발하는 곳으로 갔다.

J아빠는 여행 떠나는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일부러 움직여주었다. 버스엔 이미 여러 사람이 앉아있었다.

우리도 캐리어를 버스 짐칸에 싣고 작은 쌕만 든 채 버스에 올랐다.
잠시 후, 거구의 중년 여인이 버스에 타더니 운전기사와 얘기를 한다.
여행사 사장 아내로 이번 여행 인솔자다.

K씨와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 이모이며 K씨와는 오랜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인솔자가 마이크를 잡고는 9명의 여행객을 더 태우기 위해 이동 중이라고 말한다.
잠시 후, 여러 명의 여행객이 승차하자 인솔자가 양해를 구한다.

운전기사가 일정을 잘못 들어서 여권과 짐을 챙겨오지 못했으니 40-50분 시간을, 쇼핑몰 구경을 하며 기다려 달라 한다.

쇼핑몰의 여기저기를 구경하는데 기호가 장난감에 눈독을 들인다.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는데 마침 그 앞에 있던 인솔자가 아는 체를 한다. 상당히 거만한 말투다.

드디어 진짜 출발이다.

버스에 탄 사람은 모두 24명이다.(여행객21, 인솔자2, 기사1) 오늘은 잘츠카머구트에 간다고 한다.

이미 가본 곳이지만 볼 때마다 다른 감흥이 있으리라 여기며 거리를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미처 풀리지 않은 술기운과 수면 부족 탓이다.

 

1시, 휴게소에서 점심 도시락을 나눠주는데, 남편이 거든다.
여행자들 중 원피스를 입은, 40대로 보이는 공주암 말기인 듯한 여자가 유독 눈에 띈다.
내키진 않았지만 인솔자와 그녀의 딸과 함께 잔디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레스토랑에 딸린 화장실을 가려는데, 이상하게도

찾을 수가 없다. 겨우 화장실을 찾아 다녀오는중 기호가 이번엔 과자를 눈여겨본다. 초코볼을 사주니 매우 좋아한다.

 

4시 30분, 잘츠카머구트의 볼프강제에 도착해서 거리를 잠시 둘러본 후, 유람선을 탔다.

야외선상에 앉아 있으니 한눈에 보이는 주위 경관이 근사하고 바람이 무척 시원하다.

유람선을 내려서는 버스를 타고 몬트제로 이동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찍었던 성당 앞에는 도자기 장터가 한창이다.

 

하루가 지는 저녁.

잘츠부르크 근교인 골링 외곽에서 조금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9시가 다 돼서야 골링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에 들었다.
나도 그렇고 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좋아하던 남편도 버스 여행이 상당히 힘들다.
아마 전날의 피로 때문이리라.

설렘과 고단함을 지닌 채 세 사람 다 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