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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2004 여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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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8. 3. 화 (그릴 파티) 서울로 돌아가려면 꼭 1주일이 남았다. 그립다. 지금은 핀카펠트의 사무실(1층) 겸 집(2층)의 2층에 앉아있다. 아침이라 아직 덥지 않다. 어쩌면 오후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몇 시간 동안만이다. 헝가리로부터 식료품을 사러오는 차를 같이 타고 간 다음, 돌아올 때는 기차를 이용하면 된다고 한다. 오후다. 이슬비가 내리는 정원의 파라솔 아래에 앉아 소설책을 읽고 있는데, 자동차 한 대가 담장 안으로 들어온다.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이 내게 무언가 말을 한다. 사무실 쪽을 가리키려는데. 남편과 K씨가 나온다. 그들은 필요한 한국 식료품을 싣고 인사를 나눈 후 금세 사라져버린다. 헝가리는 무산이다. 비가 그친 후, 기호와 둘이 BILLA에 가서 에그몽과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그리고..
2004. 8. 2. 월 (성당의 종소리) 오늘은 그냥 휴식이다. 여행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고, 이후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다. 오후엔 K씨 아내, 기호와 함께 BILLA에 갔는데 오고 가는 길에 기호를 모델 삼아 핀카펠트 거리를 담았다. 오스트리아의 주요 산업은 철강과 건설, 석유 화학, 스키 관련산업, 관광 등이라고 한다. 음악으로 알려져 있는 나라이기에, 음악이나 자연경관을 이용한 관광산업만을 떠올렸는데, 예상이 빗나가 버렸다. 특히 터널 공사나 스키장 리프트 공사는 세계 최고이며 우리나라 스키장의 리프트 시설도 모두 오스트리아 기술이라 한다. 저녁에는 이탈리아 여행 코스를 알아보느라 사무실에서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인터넷을 찾았다. 담배 사러 간다는 말에 9시가 넘어 집을 나서니 성당의 종소리가 들린다. 항상 시도때도 없이 들리는 종소리..
2004. 8. 1. 일 (다시 핀카펠트로) 8월이다. 오스트리아에 온 지 열흘째. 오스트리아에 온 후, 시간의 흐름을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하루가 열흘 같기도 하고 열흘이 하루 같기도 하다. 잘츠카머구트에 온 지는 5일째. 오늘은 핑카펠트로 돌아가는 날이다. 10시에는 숙소를 비워야 한다고 해서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숙소 정리를 했다. 짐을 꾸리고, 그릇들을 제자리로 옮겨놓고, 남은 음식들은 다시 아이스박스에 넣었다. 돌아가는 길. 기호가 J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J와 같은 차 타기를 거부한다. 그러더니 강아지 모모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다시 벤츠에 오른다. 물론 J와는 가장 멀리 떨어져 앉는다. 핀카펠트로 가는 차 안, 남편이 운전대를 잡고 있고 난 그 옆이고, 두 아가는 계속 낮잠이다. 고속도로를 달려오는 도중에 폭우가 쏟아졌고, ..
2004. 7. 31. 토 (아터제 수영장에서) 여헹 기간 내내 고맙게도 날씨가 너무나 맑다. 바람 한점 없이 따끈한 날이다. 주먹밥 도시락과 컵라면을 챙겨 예정대로 아터제 수영장으로 간다. 출발 전 J네 가족의 불같은 마찰이 있었지만 오래 끌지 않고 대충 수습이 되었다. 기호와 J가 어제도 왔던 아터제 수영장엔 1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토요일이라 주차장이 포화 상태다. 겨우겨우 차를 세우고 보니 오후시간 입장에 가족 단위라서 입장료가 무척 저렴하다. 주차장에 이어 수영장도 만원, 입구에서부터 파라솔과 비치 의자를 3개씩이나 끌고 들어왔는데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유아풀 근처에 파라솔을 고정시키는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이 자기네 자리를 조금씩 내어준다. 역시 선진 국민. 자리 정돈을 하고서 바라본 아터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큰 호수다. 보일듯..
2004. 7. 30. 금 (잘츠부르크를 가슴에) 오늘은 모차르트의 음악 도시, 잘츠부르크다. K씨 가족과 기호, J는 호숫가 수영장을 택했고, 나는 남편, J아빠, J엄마와 함께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먼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 장면 촬영지인 미라벨 정원으로 갔다. 분수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화려한 꽃들이 싱싱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다. 대주교의 연인을 위한 성이었으며 지금은 관청으로 사용되는 미라벨궁 또한 정원 정면에서 그 위용을 과시한다. 미라벨 정원에서 올려다 보이는 호엔잘츠부르크성의 웅장함도 일품이었고, 미라벨 정원 곁에 아담하게 지어놓은 난쟁이정원의 소금광산 난쟁이 조각상들도 흥미를 끈다. 잘츠부르크 구시가지인 게트라이데 거리로 가는 길. 모차르트의 청소년기 꿈과 일상이 묻어있는 모차르트하우스와 세계적인 지휘자였던 카라얀의 생가..
2004. 7. 29. 목 (잘츠카머구트에서) 맑고 푸른 날이다. 어제보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K씨네는 숙소 주위 초원에서 두 아가와 함께 쉬기로 했고 J엄마도 어제부터 있던 멀미 증세로 하루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우리는 J아빠, J와 함께, 원래 계획했던 잘츠부르크 투어 대신 쾌청한 날씨를 빌미(?)삼아 잘츠카머구트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잘츠캄머구트는 알프스 빙하가 녹아 흘러 이루어진 자연 호수 지대다. 제일 처음 도착한 곳은 몬트제였다. '제(See)'란 독일어로 호수를 뜻한다. 이곳엔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결혼식 배경이 된 성당이 있는데 영화를 떠올리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파스텔톤의 예쁜 거리와 예쁜 호수 그리고 호수에서 불어오는 쾌적한 바람이 인상적이다. 상트볼프강의 성당은 성당 내부의 유서 깊은 성화와 낡은 의자로, 성당의..
2004. 7. 28. 수 (잘츠 가는 길) 오늘은 여행 가는 날. 어제는 분명 일찍 잤어야 했다. 그런데 요즘 매일 그러하듯 또 맥주 잔치가 벌어지다보니, 새벽 세 시가 다 돼서야 잠이 들었다. 게다가 밤새 기호의 격투를 받다보니 잠에서 깨기를 여러 차례, 그야말로 비몽사몽인 아침이다. 그래도 출발이다. 어제 종이에 정성스레 써가며 세웠던 계획보다는 늦었지만 9시 50분, 집을 나섰다. 바람이 매섭다. 가는 길에 맥도널드에서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주유소로 가서 차에 기름을 넣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자동차에 기름 넣는 것은 모두 셀프다. 잘츠카머구트까지는 여러 시간을 가야 했다. 기호는 J네 가족, 강아지 모모와 함께 20년 된 벤츠에 타고 있고, K씨 가족과 나는 남편이 운전하는 오펠에 있었다. 아침을 먹고 다시 출발한 지 1시간이 지나자, 두..
2004. 7. 27. 화 (잘츠로 가려면) 이른 아침부터 바람이 불더니, 하루종일 서늘하다. 여름인데, 전형적인 우리나라 가을 날씨 같다. 오늘 같은 날, 이층에서 바라보는 주택가 풍경이 참 예쁘다. 집집마다 창가엔 잘 가꾼 화분들이 놓여져 그 집의 생기를 보여준다. 정원에는 싱싱한 잔디가 깔려있고, 꽃과 나무들도 정원 곳곳에서 그 모습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낮은 담장도 평화롭다. 정원의 파라솔은 낯설지 않은데 반해 그 옆의 긴 비치의자는 우리나라 같으면 수영장에서나 볼 수 있는 거라 무척 생경하다. 물론 비치의자 용도는 맑은 날의 일광욕을 위한 것이다. 해가 좋은 날이면 일상의 옷을 벗고 정원에 나와서 볕에 몸을 맡긴다.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은 의식하지 않는다. 참 자유롭고 편하다. 점심엔 잡채를 만들었다. 당면이 많다는 내 말에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