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류/2014 파리·스부·잘츠·빈

(30)
8. 1 (금) 전 : 위대한 음악가들 # 8월이 되었다 서울을 떠난 날이 7월 22일 밤이었는데, 벌써 8월이 되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는 내팽겨두고 살다보니 시간 흐르는 줄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완전 내 체질. 오늘도 5시에 기상이다. 시차 부적응도 아닌데, 자꾸 새벽에 눈 떠지는 건 무슨 이유~ 빈은 여름엔 워낙 일찍 해가 뜨는 동네라 서머타임을 적용해도 새벽 5시면 이미 훤하다. 아침식사를 한 후 또다시 EUROSPAR엘 들러 이것저것 사들인다. 빼놓을 수 없는 아침 일과다. 벨베데레 전투 이후 굳이 아들과 동행할 필요성을 버린 나는 쿨하게 물어본다. "중앙묘지 갈래?", "아뇨, 엄마 혼자 다녀오세요." 예상했던 답이다. "그럼 오후에 빈숲 갈래?" 거긴 가겠단다. 숙소 앞에서 37번 트램을 타고 쇼텐토어에 내려 어제는 운행하지 ..
7. 31 (목) 후 : 훈더트바써의 흔적 # 슈베덴 플라츠 도나우젠트룸엔 자주 가던 중국식당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그자리엔 회전초밥집이 새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 가게가 그리웠는데, 하는수없이 회전초밥-맛은 괜찮음-을 먹은 후, U1를 타고 슈베덴플라츠에 하차했다. 근처에 도나우 운하가 자리한 이곳에서 트램 1번을 타면 쿤스트하우스와 훈더트바써하우스로 갈 수 있는 것이다. 트램 1번을 타고 라데츠키플라츠에 내리면, 훈더트바써하우스와 쿤스트하우스 빈을 가리키는 푯말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를 따라가면 딱 쿤스트하우스 빈을 발견할 수 있다. '쿤스트하우스 빈'은 건축가 훈더트바써가 설계한 미술관으로, 2층과 3층엔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 훈더트바써의 흔적 '쿤스트하우스 빈'은 내부 전시관에 입장해 본 적은 없지만, 이 건축물 역시 수없..
7. 31 (목) 전 : 사라진 71번 트램 # 새벽 4시의 알림 소리 새벽 4시, 반사적으로 눈이 떠졌다. 카톡 알림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중요한 메시지였기에 얼른 답장을 주고 받은 후 남편과도 안부 메시지를 교환했다. 잘 지내고 있다고~ 오늘도 맑지 않은 하늘, 내가 사랑하는 치보 카피시모에서 캡슐커피 한 잔을 내려 향긋한 식전 커피를 마셨다. 아침식사 후,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또 EUROSPAR엘 들렀다.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닌가. 매일 가더라도 마트 구경은 정말로 즐겁다. 특히 감자와 양파, 채소, 유제품 등은 품질도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하다. 맥주와 음료, 모짜렐라, 버섯, 토마토, 샐러드야채 등을 사서 냉장고에 쟁여놓고 트램을 타러 간다. # 71번 트램의 행방 오늘 오전의 행선지는 11구에 위치한 중앙묘지다. EUROSPA..
7. 30 (수) 후 : 슈트란트카페의 빗방울 # 그들만의 대화 오후 3시 30분, 원래 약속시간보다 늦게, 빈의 최중심 슈테판 앞에서 아들녀석과 만났다. 약속시각인 3시10분보다 10분 이른 3시에 이곳에 도착한 아들은 이탈리아에서 여행 온 20대 남자와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단다. 요리사인 그 남자는 전공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고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것이 여행의 또다른 의미와 재미가 아니겠는가. 수십번은 들어가본 고딕양식의 슈테판 성당엔 들어가지도 않은 채 콜마크트 거리를 걸어 왕궁 쪽을 향한다. 콜마크트 거리엔 어마무시한 명품샵들이 즐비하고, 커피와 케이크로 유명한 'Demel'도 자리하고 있다. '데멜'은 빈에서 'Sacher'와 쌍벽을 이루는, 훌륭한 전통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의..
7. 30 (수) 전 : 벨베데레 전투 # 치보 카피시모 오늘은 아침 7시 30분 EUROSPAR에서 1L짜리 물 세 병을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서울서 준비해온 것들과 어제 장본 것을 모두 모아 한국식 아침식사를 한 후, 치보 카피시모(Tchibo Cafissimo)의 원두커피 캡슐을 내려 커피를 마신다. 아, 이건 새로운 세계야, 원두의 향과 맛을 그대로 간직한 카피시모 캡슐커피에 단번에 반해버렸다. 이 숙소에 체크인 할 당시 카피시모 프리미엄 캡슐커피 6개가 구비되어있었는데, 이 캡슐은 나혼자-아들녀석은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이틀 만에 소진해버린 후, EUROSPAR에 가서 커피캡슐 10개짜리 한 상자를 구입하게 된다. 사실, 치보 카피시모 커피머신에 첫눈에 반해버린 터라, 숙소에 있던 카피시모 듀오(기존제품) 대신 신..
7. 29 (화) 후 : 빈으로 가는 Westbahn # 빈으로 가는 Westbahn 구시가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시각은 10시20분, 빈에 사는 H의 아빠와 연락을 한 후 10시50분 호텔을 나선다. 호텔 앞에 있는 SPAR에서 음료수를 구입한 후, 중앙역까지 가는 길이 역시나 멀고 험하다. 게다가 살짝 헤매기까지. 호텔 위치가 여행하기엔 좋지만, 역에서 먼 게 단점. 역까지 가는 버스 노선을 미리 확인할 걸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11시 25분이 돼서야 잘츠부르크 중앙역에 도착했고, 3번 플랫폼에 대기 중인 빈 행 Westbahn 열차에 올랐다. 2009년에 운행을 시작한 Westbahn은 오스트리아 국유 철도청인 ÖBB와는 달리 오스트리아 사철이다. 역 내에 별도 사무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승차권은 Westbahn 홈페이지에서 예약..
7. 29 (화) 전 : 혼자만의 산책 # 흐린 아침, 잘츠를 거닐다 흐린 아침, 7시 반에 내려간 1층 조식당에 여행객들이 꽤 많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식당엔 그다지 많은 가짓수는 아니지만, 알차게 차려진 음식들이 그득하다. 오스트리아 전통빵인 셈멜-독일 남부에서도 볼 수 있긴 함-을 보니 너무나 반가워서 마음이 울컥하고, 커피머신이 쏟아내는 맛있는 카푸치노 역시 코 끝을 뭉클하게 한다. 아침 8시 반부터는 잘츠에서의 유일한, 그리고 마지막 나만의 자유 시간이다. 2박이었던 잘츠 여정이 1박으로 줄어들어 오늘은 빈으로 가야 하니 지금이 잘츠부르크를 둘러볼 마지막 시간이다. 물론 빈에서 머물 7박 중 하루를 잘츠에 양보하면 시간이 여유로워질 수 있었지만, 잘츠를 위해 빈을 줄이고 싶진 않았다. 잘츠부르크 주변의 호수지대인 잘츠카머구트는 다음을..
7. 28 (월) 후 : 다시 만난 잘츠부르크 # 미라벨 정원과 잘자크강 린저가쎄 끝에 위치한 호텔에서 이정표를 따라 미라벨 정원으로 향한다. 17세기에 완성된 미라벨 정원은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배경이고 이곳에서 보는 호엔잘츠부르크의 모습이 근사하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던 한국어가 잘츠부르크에서는 심심찮게 들려온다. 수만송이 꽃들이 화려한 조화를 이룬 미라벨 정원에서도 가족 단위 한국여행객들이 정말 많다. 미라벨 정원의 입구를 지나 잘자크강으로 향한다. 잘츠부르크의 구시가와 신시가를 가르는 잘자크강에 이르기 전, 모차르트가 청년기의 7-8년을 지냈던 '모차르트하우스'가 보인다. 10년 전인 2004년, 처음 모차르트 하우스를 보았을 땐 연분홍빛 건물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제는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는 듯이 익숙하고 친숙하다.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