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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5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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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8 (화) 후 : 미술사박물관에서 12시 40분, 오늘 아침처럼 트램 O를 타고 또 71번 트램을 타고 구시가로 향했다. 맑고 푸른 오후의 목적지는 오로지 미술사 박물관. 미술사박물관은 전시된 미술 작품들도 훌륭한 볼거리지만, 건물 자체도 그에 못지 않은 출중한 작품이다. 미술사박물관 앞에서 거리 공연하는 사람들의 차림새가 특이하다. 동물 입체가면을 쓰고 열심히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주목을 끌기는 했으나 그다지 흥미로운 공연은 아니었던 듯 싶다. 스치듯 지나쳐 바로 미술사박물관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미술사박물관의 관람요금은 14유로이고, 미술사박물관을 비롯해 신왕궁 등까지 1년동안 무제한으로 관람할 수 있는 연간회원 요금은 34유로다. 빈에 살 때, 연간회원으로 등록해서 이곳 관람을 자주 했으면 좋았을텐데, 왜 그땐 이런 생각을 안했을..
7. 28 (화) 전 : 링을 따라서 3시 30분, 알람이라 생각했던 소음은 벨소리였다. 이곳 시각을 모르고 울린 번호에, 수신거부를 누르고 잠을 청했지만, 더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빈에서의 7박 중 벌써 4박이나 지났구나 하는 아쉬움에 내다본 5시의 하늘은 이미 밝아오고 있었다. 이 아파트 건물 측면의 저편 도로엔 철길이 있는데, 기차 지나는 소리가 아스라히 들려온다. 6시 40분,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해는 이미 중천이고 할 일이 없으니 숙소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길을 걷다가 허전한 느낌에 목걸이가 사라진 사실을 알고, 도보 길을 되밟아 숙소까지 들어가 찾아봤으나 오리무중. 오래지 않아 확인된 목걸이 발견지는 뜻밖에도 숙소 건물 0층-우리식으론 1층-의 출입문 발판 위였다. 비엔나 여행의 최고 교통수단은 트램이다. 지하철보다 이동..
7. 27 (월) 후 : 쉔브룬과 마욜리카하우스 어느 새 오후 1시, 아침 일찍부터 여기저기 쏘다녔더니 배가 몹시 고팠다. 숙소로 가서 점심식사를 할까 하다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혼자 식당에 들어가기로 한다. 생전 처음 나홀로여행을 하다보니 숙소 아닌 밖에서 혼자 식사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생각해보니 서울에서도 한번도 식당에서 혼밥을 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작년에 아들녀석과도 와서 맛있게 먹었던 곳, 물론 이곳이 맛집은 아니다. 그저 빈에 살 때의 추억이 있는 곳이고 익숙해서 편안한 곳이다. 평일 점심엔 아주 착한 가격. 출입문을 밀고 들어가 2층에서 미네랄워터를 주문하고는 회전테이블에서 열심히 연어초밥과 새우튀김을 골라놓는다. 연어는 아주 뛰어난 품질은 아니지만 자연산인 듯한 빛깔과 식감으로 괜찮은 맛을 선사해 준다.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친 후 ..
7. 27 (월) 전 : 그라피티 천국, 도나우 이미 해가 오른 아침 5시 반에 떠진 눈, 시차 적응은 물 건너 간 듯하다. 오늘의 계획을 천천히 세우고, 카톡을 주고 받은 후 8시가 조금 넘어 길을 나선다. 트램 O를 타고 라데츠키플라츠에서 내리면 쿤스트하우스빈과 훈더트바써하우스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바로 보인다. 먼저 이정표 중 쿤스트하우스빈을 먼저 고른다. 내부 관람을 정식으로 한 적은 없지만 수없이 지났던 곳이다. 건축가 훈더트바써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이 건축물의 정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가려니 10시에 오픈이라고 말하는 직원. 물론 꼭 관람을 하려는 마음을 먹은 건 아니었지만 왠지 시큰둥해지려는 마음을 잡으며 시계를 보니 겨우 9시다. 그래, 그럼 훈더트바써하우스로 가지 뭐. 역시나 친절한 이정표를 잘 따르면 식은죽먹기로 이곳에 안전하게 도..
7. 26 (일) 후 : 구시가를 걷다 7시간 너머의 먼 서울에서 남편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두 남자는 저녁 식사 중이라며, 빈에서의 내 점심 메뉴를 궁금해한다. 오늘 점심으론 피맥이고, 와이파이로 열심히 관람하는 야구 중계는 덤이다. 일만킬로 저편에서 뛰는 선수들을 작은 휴대폰으로 볼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시차 적응이 안 되는 가장 큰 증상은 낮잠이다. 서울의 밤에 해당되는 오후 3-4시 무렵엔 엄청난 무게의 눈꺼풀이 얼굴을 덮는다. 서울에선 웬만해선 낮잠을 안 자는 나도 이 눈꺼풀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3시간을 뒤척이다 저녁 7시에 다시 몸을 일으켰다. 서머타임 생생한 7월이라 밖은 여전히 밝다. 18번 트램을 타고 중앙역으로 가서 U1을 타면 구시가로 가는 최단 코스다. 빈의 구시가는 빈 자체다. 궁전과 극장과 미술관과..
7. 26 (일) 전 : 휴일의 묘지 새벽 3시에 눈을 뜬, 빈에서 맞는 두번째 아침이다. 새벽인데도 어수선한 소음에 바깥을 보니 여행을 떠나는지 몇 사람이 주차된 승용차 앞에 서 있다. 남편과 1시간 동안 카톡을 주고받은 후 야무진 아침식사를 하고는 길을 나선다. 오늘 오전의 행선지는 묘지들이다. 우선 상트막스 묘지부터 들른 후, 중앙 묘지로 향하기로 했다. 오늘은 24시간 교통권-다음날부터는 1주일권 구입, 1주일권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으로 움직인다. 숙소 앞에서 18번 트램을 타고 상트막스 역 앞에서 내린 후 71번 트램으로 한 정거장이면 상트막스 묘지가 있다. 그런데, 처음 가는 그곳을, 지도를 들고 약도를 익혀 근처를 오락가락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이런이런, 최강 길치의 본색이 드러나는가. 이러다가 아무데도 못 가게 생..
7. 25 (토) 후 : 벨베데레의 여름 아침 내내 숙소 주변의 마트 순례를 한 후, 벨베데레의 위치를 캡처로 재확인한 후 드디어 벨베데레로 간다. 오후가 되어도 여전히 한적하고 고요한 빈의 평범한 주택가. 사건 사고 없는 심심함, 정적 속의 활기, 늘 그리웠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제대로 방향 잡아 벨베데레를 향해 걷던 중, 공사 중인 건물을 마주했다. 신축은 아니고 리모델링 정도의 공사인 듯한데,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장치가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돈보다, 경제 개념보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 생명이 먼저인 나라, 원칙이 먼저인 나라다. 15분 정도 걸었을까. 상궁 쪽의 벨베데레 정문이 딱 나타나 주신다. 아침에 떨어지던 빗방울 기운이 아직 남았는지 구름 뭉치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느 새 푸른 하늘이 구름을 밀어내고 있다. 구름..
7. 25 (토) 전 : 빈 3구 마트, 내 손 안에 새벽 4시도 안 되어 눈을 떴다. 시차 적응이 안 되니 당연하다. 빈의 여름은 서머타임이 적용되더라도 해가 참 길다. 4시 반이 넘으니 하늘이 환해지기 시작한다. 1주일 머물자고 날아온 유럽, 그것도 빈에서만 미적거리려 선택한 이 작은 아파트가 썩 마음에 든다. 카톡으로 남편과 아침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으니,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상갓집에 있다 한다. 그렇구나, 나도 잘 아는 남편 친군데, 서울에 있었다면 나도 그곳에 갔을 텐데 말이지. 새벽부터 허기-혼자 있으니 배만 고프다-가 느껴져, 컵라면도 먹고 치즈 넣은 셈멜도 반 개나 뜯어먹은 후 감자까지 삶았다. 이게 뭐래, 이른 아침부터 뭘 이렇게나 많이 먹어대는 거지. 아침 7시반, 어제 저녁의 Penny에 이어 숙소 근처의 Hofer와 Billa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