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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0 뮌헨·빈

8. 9 (월) : 오버아머가우 그리고 린더호프

이제야 시차 적응이 되었나보다. 아주 잘 잤고 아주 잘 일어났다. 하늘마저 아주 맑다.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선 시각은 8시 50분.

오늘은 뮌헨 근교 오버아머가우로 갈 예정이라 지금껏 쓰던 뮌헨 시내 교통권 대신 바이에른티켓을 구입했다.

 

바이에른 티켓은 뮌헨이 속한 바이에른주를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는 티켓으로, 티켓을 구입하고 스탬핑한

하루종일 승하차 횟수에 관계없이 유효하며 함께 하는 여행객이 많을수록 훨씬 경제적이다.(2010년 8월 기준)

그리고 바이에른주에 속한 도시도 아니고 독일 도시도 아니지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도 바이에른 티켓으로 갈 수 있다.

 

오버아머가우(Oberammergau)에 가려면 뮌헨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야 하는데, 직행이 없기 때문에 환승을 해야 한다.

오버아머가우는 마을 민가에 그려진 프레스코화와 10년마다 상연되는 예수수난극은 물론 외곽에 위치한 린더호프(Linderhof)성이

유명한 마을로, 린더호프 성은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을 지은 루트비히 2세가 건립한 성이기도 하다.

 

중앙역에 도착한 우리는 우선 미텐발트(Mittenwald) 행 기차를 탔다.

출발할 땐 조용했던 기차 내부가 캠프를 가는듯한 초등학생들이 승차하면서 재잘거림으로 가득하다.

무어나우(Murnau)역에서 내려 이미 기다리고 있는 오버아머가우 행 기차에 올랐다.

가이드북에서 본 그대로 뮌헨 중앙역을 떠난 지 정확히 1시간 50분만인 11시 20분, 오버아머가우에 도착했다.

 

우리가 오버아머가우에 온 이유는 두 가지, 오버아머가우 마을 둘러보기와 린더호프 성 관람하기다.

둘 중 먼저 해야 할 일인 린더호프 성 관람을 위해선 오버아머가우 역 앞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오버아머가우 역

무어나우 역에서도 본 한국 여학생 셋 중 하나가 버스에 오르며 기사에게 독일어로 질문을 한다.

아마도 그 여학생이 유학생이고 나머지는 고국에서 날아온 친구인 듯.

한적했던 버스는 10여분 후 많은 사람들이 승차하며 여행 기분을 한껏 돋워준다.

알프스 자락에 싸여있는 린더호프 가는 길은 그야말로 그림처럼 아름답다. 곧 린더호프다.

루트비히 2세의 사치와 허욕이 화려함의 극치를 자아낸 린더호프성은 외관과 정원만으로도 내부의 호화로움을 짐작할 수 있다.

 

린더호프 성

린더호프성 탐색을 마친 후, 우린 계획대로 12시 50분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왔지만, 버스가 오지 않는다.

이런, 독일에선 좀처럼 없는 일인데, 다시 버스 시각표를 확인하니 뭔가 이상하다.

시각표 아래쪽에 깨알보다 더 작게 12시50분과 1시50분 버스는 방학이 아닌 때만 운행한다고 쓰여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다니, 학기중과 방학의 버스시각표가 다르다는 건 기본인데.

그러나 한편으론 다행이었다. 오버아머가우에서 제대로 된 버스시각을 확인했다면 린더호프엔 오지 못했을테니까.

 

계획을 수정한 우리는 린더호프에서 점심을, 그것도 아주 천천히 먹기로 했다. 

린더호프 호텔의 야외 레스토랑에서 멋진 자연과 함께 맛있는 식사와 근사한 맥주를 하는 기분이라니.

오버아머가우로 오는 기차 안에서 남편이 받은 전화의 우울함까지 떨쳐지는 것 같았다.

그 전화 내용이란, 여행을 마친 후 남편은 업무로 인해 귀국하는 대신 독일 북부로 가야 했고, 그래서 예정된 귀국은

우리끼리만 해야 하는 것이었다.

 

다시 온 오버아머가우는 역시 예뻤다.

5년 전에 본 가미쉬처럼 온 마을은 프레스코화로 덮여있었는데 주택도, 상점도, 호텔도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나 열심히 찾아다닌 동화 속 이야기를 그린 집들은 얼마나 멋졌는지.

빨간 모자, 브레멘의 동물 음악대, 그리고 헨젤과 그레텔 까지. 마음은 동심이 되어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시간은 후딱 지나가고 기차 시각이 되어 Lidl에서 얼른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기차에 올랐다.

오래 쏘다닌데다가 낮술까지 마셨으니 나른하고 피곤하다.

기차 안에서 꿈 속을 헤매고 있는 아들. 하루 종일 햇살이 너무나 맑고 밝다.

 

기차에서 내린 후, 밥 생각이 간절하여 찾아간 곳은 마리엔플라츠 근처 일식집.

그곳을 찾기 위해 마리엔플라츠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데, 카메라를 조심하라며 백인 할머니가 경계를 준다.

어느 새 뮌헨도 소매치기의 활동지가 되었나. 하긴 유럽 어느 곳이든 여행객은 소매치기의 표적이 된다.

 

호텔에서 김치와 함께 먹는 초밥은 단연 최고다. 우리에겐 역시나 밥이 간절했다.

고단했지만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또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