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뮌헨을 떠나 빈으로 가는 날이다.
미리 예약한 기차 시각에 맞추기 위해 7시에 아침식사를 하러 갔더니, 조식당이 아주 아주 한가롭다.
8시가 넘으면서 체크아웃을 하고 어제처럼 중앙역으로 간다.
지하철 안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렇지, 오늘은 화요일이었지.
우리가 승차한 RJ가 매겨진 기차는 오스트리아철도청에서 운행하는 기차다.
기차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역무원이 운행표를 나눠준다.
그런데 출발시각이 지나도 떠나지 않는 기차. 출발 시각이 6-7분 지나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기차에 오른다.
아마도 다른 도시에서 출발해서 뮌헨까지 오는 기차가 연착하여, 환승객을 위해 우리가 탄 기차도 출발이 지연된 듯했다.
기차가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독일 역무원이 티켓 검사를 한다.
예약할 때 사용한 신용카드까지 확인하며 아주 꼼꼼히 본연의 임무를 마친다.
앞자리의 소음-떠드는 독일 젊은이들 셋-에 익숙해질 무렵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다.
헤아릴 수 없는 추억과 그리움이 있는 곳, 오늘 이곳에 온 것처럼 다시 찾게 될 곳, 볼수록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곳.
내 눈은 창 밖으로만 향하고 있는데, 잘츠부르크를 지나 12시경 이번엔 오스트리아 역무원이 티켓 검사를 한다.
뮌헨에서 기차를 탄 지 4시간만인 1시 40분, 빈의 서역이다.
오스트리아에 살 땐 늘 한 나라씩만 여행을 다녔기에, 국경을 넘나드는 기차를 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거의 다 내리는구나 싶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하차한다.
우리도 빈에 도착한 감흥을 풀어놓을 겨를도 없이 짐을 챙겨 기차에서 내렸다.
입구를 향해 무심코 걸어가는데 플랫폼이 끝나기도 전에 낯익은 얼굴이 꿈인 듯 보였다.
빈에 살 때 마음을 터놓고 지냈던 H의 엄마와 H였던 것이다.
뛸 듯이 기뻐하며 안부를 묻는 사이, H의 아빠와 동생이 나타난다.
‘나오지 말랬더니’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을 짓는 우리.
H의 아빠는 예약한 8구 아파트까지 바래다준 후, 오늘 저녁을 기약하고는 돌아갔다.
아파트주인으로부터 아파트에 대한 설명을 다 들은 후, 라면을 끓여먹고는 난 아들과 함께 장을 보러 나갔다.
Zielpunkt에서 장을 보는 사이 녀석의 눈은 내내 반짝거린다. 고향을 다시 찾은 듯한 간절한 기쁨의 눈빛이다.
남편은 인터넷으로 회사 업무를 확인하고, 나는 남편의 항공기 귀국편 변경을 문의했다.
5시가 넘어 아파트를 나섰고 약속한 장소인 지하철 1호선(U1) 카그라너 플라츠에 도착했다.
우리를 마중 나온 H의 아빠와 동생, 예전에도 두어 번 가본 적이 있는 그 동네는 한적하고 깔끔했다.
새로 조성된 라인하우스-2층집과 작은 정원이 아파트처럼 이어진-단지인데, 이젠 제법 예쁘게 정돈된 단지가 되었다.
보고픈 얼굴들과 마주한 채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익어가고, 삼겹살도 더할 수 없이 맛있게 익어간다.
오랜만에 마시는 도수 높은 오스트리아 맥주는 우리 가슴을 흠뻑 적신다.
자정 넘어 돌아온 아파트 중정엔 나무들도 우리의 마음처럼 빛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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