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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0 뮌헨·빈

에필로그 : 깊고 오랜 후유증

뮌헨 도이치박물관

여행의 후유증은 길었다. 예상보다 더 깊었다.

19개월 만에 날아가 겨우 9일, 특히 4년여간 삶의 터전이었던 빈에서도 단 네 밤을 보냈을 뿐이다.

 

마음 한 편이 공허해서 여행기를 쓸 기력이 없었다.

오스트리아에 살다 4년 만에 귀국했을 때처럼 심장 박동 수가 불규칙했다.

여행을 마친 후 바로 출근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일상의 분주함에 치이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몇 달이고 계속

비틀거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뮌헨의 트램
뮌헨 구시가

2004년 여름, 처음 유럽에서 3주를 지내고 귀국했을 때, 여행을 마쳤다는 아쉬움 때문에 한참동안 가슴이 허전했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에서의 생활이 결정된 후, 사전 적응을 위해 그해 겨울 6주 동안 머물 때는 겨울 날씨가 주는 음울함

때문에 도저히 그곳에서 살아낼 것 같지 않았었다.

 

뮌헨 근교의 오버아머가우
뮌헨에서 빈으로 가는 길

그리고 2005년 3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오스트리아에서의 삶.

서울에 대한 그리움은 잠시였을 뿐 오스트리아 국내로, 이웃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로 여행 다니는 행복과 즐거움은

무엇에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여행을 다녀와서도 우리 집은 빈이었기 때문에, 유럽 한복판의 도시에 내 집이 있었기

때문에 여행의 종료가 아쉽지 않았다. 언제든 떠날 수 있었으니까.

 

빈 쉔브룬 궁전
도나우젠트룸 복합쇼핑몰

빈에 살 땐 한 나라씩 또는 한 지역씩 여행을 다녔기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많은 날짜가 필요하진 않았다.

그러나 귀국 후, 서울에서 유럽으로 날아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남편은 1주일 이상 회사를 비울 수가 없었다. 2009년 여름에 유럽행이 무산된 이유 중 하나였으니까.

그렇다고 4-5일 여행을 위해 장시간의 비행과 고비용을 참아낼 수도 없었다. 2010년 여름에도 우여곡절 끝에

열흘이란 시간을 내서 어렵사리 유럽엘 다녀왔듯이 앞으로도 유럽행은 쉽지 않다. 당분간은 더 어려울 것이다.

 

빈 구시가

부르크극장

유럽을 다시 이루고 싶은 작은 목표, 그러나 천천히 가야 할, 다급하지 않은 목표로 삼는다면 조금 위안이 될 것 같다.

당분간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다음에 올 기회엔 더 길게, 더 가깝게 유럽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싶다.

이미 마음은 그 작고 끝없는 목표를 향해 도약하고 비상하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