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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스페인

11. 다시 마드리드 : 1. 17 (화)

사라고사호텔 식당 : 탁자들이 연결된 오른쪽이 단체석

단체 패키지여행에서 마지막 숙박 호텔은 별 많고 시설 좋은 곳이라고 들었는데, 과연 그랬다.

다른 곳으로의 도보 접근성은 별로였지만 위치도 기차역-역이름 모름-이었고, 서울에서 백화점과 지하철역 연결되듯 아니

그보다 더 근접하게 기차역과 호텔이 바로 이어졌고 호텔 객실 전망도 기차역 플랫폼이거나 완전 뻥 뚫린 넓은 도로였으니까.

 

내가 예민한 건지 모르겠지만, 저녁식사 장소로도 사용됐던 조식당에 단체석과 일반석(?)이 구별되어있던 건 아주 별로였다.

단체석 모양새가 연결된 탁자가 아니었으면 괜찮았을텐테, 탁자를 잔뜩 밀어넣어붙여 좁은 공간의 단체석을 만들어야 했을까.

이 호텔도 단체는 다 한국인이다. 우리나라 패키지여행의 일정이 다들 비슷하다보니 거쳐가는 호텔도 다 같다.

어쨌든 조식은 훌륭했다. 호텔 조식에 등장할 수 있는 음식은 거의 다 나온 듯했으니까.

 

레알마드리드 전용구장
레알마드리드 전용구장

8시반에 출발한 우리는 정확하게 12시반 수도 마드리드에 입성했다.

마드리드 첫 일정은 스페인 축구명문구단인 레알마드리드 전용구장 외관이다.

레알마드리드 구장 내부는 선택관광이었고, 이 일정을 원하는 팀원은 3명뿐이었기에 버스에서 하차하여 잠시 외관만 감상한다.

 

프라도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레알마드리드구장에서 걸어서 한식당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한 후, 프라도 미술관에 입장한다.

난 프라도 미술관엔 처음이다. 2008년 마드리드를 여행할 때, 프라도와 소피아를 다 관람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때 우린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기 위해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선택했었다.

수신기를 받고 한국어로 된 안내 브로슈어를 받았다. 이번 여행 중 현지에서 처음 접하는 한국어자료다.

 

신고전주의 건축가들이 설계한 프라도 미술관은 1819년 역대 왕실의 소장품을 관리하고 공개하기 위해 설립하였으며

엘 그레코, 고야, 벨라스케스의 대표작을 전시하고 있다.

모든 미술품을 합하면 3만점이 넘고 상설전시하는 작품만 해도 3,000점이 넘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1시간 동안 보고 들은 작품은 보쉬의 '쾌락의 정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318×276cm/1656~1657년)',

루벤스의 '삼미신', 고야의 '옷 입은 마하'와 '옷 벗은 마하'와 '마드리드, 1808년 5월 2일'과 '5월 3일 '등 10여점이었다.

 

이후 미술관에서 주어진 달랑 20분 동안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길을 잃을까봐 '시녀들'을 한번 더 보기 위해 전시실로 갈 수도 없고, 그리스로마신화를 소재 삼은 그림을 찾아나설 수도 없다.

화장실에 다녀오고 샵에서 프라도 미술관 소장 그림을 인쇄한 엽서 몇 장을 고르는데 정확히 20분 걸린다.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1시간반 머무르고 더이상은 그림도 볼 수 없고 그무엇도 할 수 없는 단체여행의 화나는 현실.

 

버스 안에서 본 레티로 공원
솔 광장
솔 광장

차창 밖으로 보이는 레티로 공원을 가이드씨가 가리킨다.

그래, 2008년엔 레티로 공원에 들어갔었지, 그때 미술실기대회가 열렸는지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말야.

구시가의 중심 솔 광장엔 인파도 여전하고 곰 조형물도 여전하고 광장 근처의 KFC-2008년에 들어갔던-도 여전하다.

 

마드리드의 최중심

솔 광장에서부터는 즐거운 도보다.

보도 바닥에서 마드리드의 최중심을 알리는 표식을 만나고 자신들만의 역사를 자랑하는 구시가의 건물들도 만난다.

마드리드 구시가를 걷고 걸으니 여행 마지막날 잠깐이나마 진짜 여행을 하는 것 같다.

 

마요르 광장
마요르 광장
마요르 광장

폭 94m, 길이 122m의 마요르 광장은 17세기에 조성되었고 국왕의 취임식과 종교의식, 투우와 각종 행사가 열렸던 곳이다.

이 아름답고 근사한 광장에서 2008년엔 싱거운 샹그리아와 맛없는 빠에야를 먹었었지.

겨울 햇살 따사로운 마요르 광장엔 현지인과 여행객이 평화롭고 정겹게 어우러지고 있다.

 

산미구엘 시장

이제 모든 일정이 끝나고 마드리드 공항으로 가기 전 해야 할, 아니 하게 될 과정이 하나 남아있다.

왕궁 근처에 있는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가 운영하는 샵에서의 쇼핑이다. 무려 50분이 주어진다.

쇼핑에 관심 없는 난 쉬리언니, 영후배와 같이 주변 정찰에 나서 약국에서 약국화장품도 살펴보고 마트에서 치즈도 구입했다.

 

오후 5시반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고, 가이드씨에게 당부한 대로 우리 6명은 모두 앞뒤로 나란히 기내 좌석을 차지했다.

두 번의 기내식에 컵라면 간식까지 잘 먹고,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종일 쏘다녔기에 좁은 좌석에서도 아주 잘 잤으며,

한국영화 '밀정'과 '봉이 김선달'도 재미있게 보면서 1월 18일 수요일, 서울로 무사히 돌아왔다.

 

여행은 항상 즐거움과 환희를 준다.

쉽지 않은 여행 방식이었지만, 함께 하고 함께 나눈 여행이었기에 우린 여행 내내 마음을 주고 받았다.

또, 떠나야지~ 우린 늘 여행을 꿈꾸고 여행은 늘 우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