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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스페인

사족 1 : 패키지여행의 주관적인 장단점

이번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한 패키지 여행의 장단점을 느낀대로 정리해보려 한다.

나와 남편은 주말 저녁, 홈쇼핑의 유럽 패키지여행 상품 판매 방송을 즐겨 시청한다.

물론 패키지여행을 가기 위함은 아니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행지가 어딘지, 여행 일정은 어떠한지를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여행상품을 볼 때마다 늘 놀라고 궁금하고 의아했다.

한정된 기간동안 아주 많은 여행지를 들르는데 그 비결은 무언지, 여행자 입장에서 무리가 되진 않는지.

 

 

내가 느낀 패키지 여행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한정된 시간에 많은 가짓수의 도시를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7박 동안  '마드리드-톨레도-세고비아-푸에르토 라피세-코르도바-세비야-미하스-그라나다-

(발렌시아:숙박만)-바르셀로나-몬세라트-사라고사-마드리드'의 일정으로 11개 도시를 여행했다.

개인적으로 자유여행을 했다면 7박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정이다.

 

이런 일정을 가능하게 해 준 건 대단한 기동력이다.

자유여행시 접하게 되는 열차와 버스, 트램, 지하철 대신 전용 버스로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그곳 관광이 끝나면 그자리에서

다시 전용버스로 다음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이동한다.

자유여행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라 기다리고 갈아타는데 드는 시간이, 패키지여행에선 전혀 없다.

 

또,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여행 준비가 전혀 필요없다는 것이다.

여행 상품만 고르면 될 뿐 항공권이나 호텔, 기차를 예약할 필요가 없고 일정을 짤 필요가 없다.

유적이나 미술관, 박물관, 도시와 문화, 교통에 대해 공부할 필요도, 맛난 식당이나 카페에 대해 알아볼 필요도 없다.

여행시 필요한 자신의 캐리어만 챙기면 될 뿐 여행 전엔 모든 걸 여행사에서, 여행 중엔 인솔자와 가이드가 다 해결해 준다.

 

 

세고비아 알카사르
세비야 대성당
바르셀로나 구엘공원
사라고사 필라르광장

그렇다면 직접 경험한 패키지여행의 단점은 무얼까. 패키지여행의 치명적 단점은 자유가 없다는 거다.

여행객은 여행사에서 만든 일정대로 따라야 하고 가이드는 그 일정을 거의 그대로 소화한다.

방문지마다 대부분 잠깐씩의 자유시간이 주어졌지만 그것도 가이드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극히 한정된 공간에 한해서였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은 한 곳에서 30분 내외였고 때론 자유시간 자체가 없는, 기념품 구입을 위한 짧은 시간-5분-을 요청해도

시간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패키지여행의 커다란 단점은 인솔자나 가이드에 의해 여행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패키지여행 유경험자인 선배들에 따르면, 아니 초보인 내가 봐도 이 가이드는 완전 최악이었다.

요점 정리되지 않은 장황한 설명, 시간과 상황에 대한 고압적 자세, 유연성과 서비스 마인드의 심각한 부재...

 

또,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곳을 여행하다보니 일정이 빡빡하고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없다는 것도 큰 단점이다.

우리나라 5배 면적의 스페인 중 11개 도시를 7박 동안 움직인 이번 우리 여행이, 다른 패키지에 비해 여유 있는 일정이라 하는데도

내겐 벅찼다.

많은 여행지를 들르지만 한 도시에서 많은 곳을 볼 수는 없고 유명한 한두 곳만 허락된다. 수박겉핥기다.

도시의 랜드마크만 잠시 밟고 찍는 패키지여행은 도시의 가장 유명한 과거의 정점만을 만나는 여행이다.

 

여행이란 여행지의 과거 뿐만 아니라 현재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역사가 만들어 준 또는 자연이 이룩한 과거의 흔적만 훑는 것이 아닌, 그 도시 사람들이 타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그들이 가는

시장과 마트엘 가고, 그들이 가는 음식점엘 가고 또 그들이 자주 앉는 카페에 드나들 수 있어야 진짜 여행이다.


가이드 기사 팁과 선택 관광, 쇼핑도 패키지여행에 대해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가이드와 기사 팁은 여행객 모두가 마땅히 내야 하고 선택 관광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옵션이다.

처음부터 여행 상품에 포함되어 있어야 마땅한데, 그런 경우 명시되는 상품 가격이 올라가버리니 여행사들이 다 관행적으로

편법을 쓰는 것이다.

물론 국내여행사와 현지여행사 간의 수익 배분 때문에 현지에서 팁과 선택관광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이유가 더 크다고 한다.

쇼핑 시간 역시 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있는, 여행사와 가이드가 계약(?)한 그곳에서 긴 쇼핑 시간이 강요된다.

 

또, 호텔의 위치와 현지 음식점, 정체 불명의 공연도 단점이었다.

호텔 시설은 심각하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호텔 위치는 도시 변두리나 여행지 옆 소도시 또는 이동 길목에 있는 호텔이었다.

주택가나 공장 지대나 폐업한 주유소 옆이었는데, 대부분의 패키지여행에서 묵는 호텔 위치가 다 그렇다고 한다.

호텔 조식은 대체로 평범했지만 조식당에서도 단체석이 따로 마련되어 학생식당처럼 탁자들이 길게 붙어있는 곳도 있었다.

현지식당의 경우, 바르셀로나에서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국인 단체들만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내가 언급한 패키지여행의 장점과 단점은 지극히 주관적인이고 취향에 따른 것다.

난 가족과 함께 2004년부터 유럽으로 자유여행을 다녔고 그중 4년은 유럽 도시에 거주하며 주변 나라와 도시를 자주 여행했다.

늘 직접 준비하고 부딪치는 여행만 겪었기에 내게 패키지여행은 맞지 않는 옷일수밖에 없다.

내가 느낀 단체여행의 단점이, 준비할 시간이 없고 단시간에 많은 도시 수를 가기 원하는 누군가에겐 큰 장점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