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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스페인

사족 2 : 내가 좋아하는 여행 방식

나는 천천히 여유있게 즐기는 여행을 매우 좋아한다.

한 도시에 오래 머물러, 미술관에서 오래 그림을 감상하고 거리를 천천히 걷고 거리 공연에 귀 기울이고 도시의 지하철과 트램을 타고

현지주민들이 가는 식당에 가고 역사 깊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경관 좋은 강변에서 생맥주 한잔 마시는 여행 말이다.

 

이번 겨울 여행에선 어느 것 하나도 하지 못했고 할 수 없었다.

그 도시의 대중교통을 한번도 이용하지 않는 여행, 단체여행객용으로 만들어진 주제 불명의 공연, 단체여행객만을 위한 음식점,

주민들은 없고 여행객만 있는 동네(?)의 호텔, 도시의 랜드마크 두세 곳만 보는 일정, 유명한 그림 몇 점만 보는 미술관 관람,

짧은 기간에 수많은 도시와 마을을 찍고 가는 일정, 자유가 제한된 수동적 여행은 나와는 맞지 않았다.

 

누군가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유럽에서 살았었고, 웬만한 유럽 도시는 가 봤고, 지금도 휴가가 길어 시간내기 자유로우니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은 1년 휴가 딱 1주일에 유럽이든 어디든 가야하고 한번 갈 때 당연히 다 들렀다와야 하니 패키지밖에 없다고.

 

일리있는 말일 수 있지만, 1년 휴가가 1주일이라 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 카페에서 보면 7박의 휴가동안 한 도시에만 머무는 사람도 있고, 같은 7박에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자그레브-플리트비체-

스플릿-두브로브니크-바리-로마-피렌체-베네치아)를 다니는 여행자도 있었다. 물론 둘 다 자유여행이다.

후자인 경우는 아마도 패키지여행보다 더 바쁜 일정이었겠지만 개인의 여행 취향이고 선택의 문제라는 거다.

요즘은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한 달짜리 유레일연속패스를 구입하여 한 도시에서 1박씩만 하며 무수한 곳을 여행한 걸 자랑하는

여행자도 있었는데, 그것 역시 본인의 취향인 거다.

 

나는 한 도시에 오래 머무는 여행을 좋아하고 도시의 랜드마크보다 도시의 색깔이 느껴지는 곳을 더 좋아한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보다 베르시 빌라주를 더 좋아하고,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보다 고딕지구를 더 좋아한다.

비엔나의 오페라하우스보다 도나우강변을 좋아하는 것 역시 나의 여행 취향이고 내가 좋아하는 여행 방식인 것이다.

나는 한 곳에 머물러 여유있게 즐기는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여행지에서 받은 자료
프라도미술관에서 구입한 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