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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6 두브로브닉·프라하·빈

8. 6 (토) 후 : 내가 아는 프라터

프라터슈턴 트램정류장

그린칭을 출발한 38번 트램 안에서 우연히 프라터 가는 5번 트램을 발견한 우린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정류장 주변이 공사 중이라 5번 트램-38 트램과 승하차 정류장이 다름-은 정류장에 무정차 통과란다.

다시 38번 트램을 타고 이전 정류장으로 가서 5번 트램을 타는 수밖에.

사실 원래 프라터까진, 38번 트램으로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 움직인 후 U1로 이동하려 했었다.

 

프라터
프라터
프라터

트램에, 트램을 갈아타고 프라터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반이다.

점심식사 때를 살짝 비껴간 시각이기에 프라터에 있는 야외식당 '슈바이처하우스'가 꽉차 붐빌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완전 만원이다.

슈바이처하우스는 여행객보다 빈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아차, 오늘이 토요일인 걸 간과했던 것이다.

 

프라터 내 '슈바이처하우스'
프라터 내 레스토랑

입장료가 무료인 프라터 공원의 주말은 늘 빈 시민들로 활기가 넘친다.

우리도 10년 전엔 빈 시민으로 이곳을 거닐었지.

어렸던 우리 아들녀석은 그때 퍽 순수했었지, 그때가 정말 참 그립다.

 

이젠 빈 시민이 아닌 빈 여행객이 되다보니 휴일이니 주말이니 하는 개념을 통째로 잊어버린 상황이다.

슈바이처하우스에서 멀지 않은, 안쪽에 위치한 야외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슈바이처하우스에 들지 못한 아쉬움은 남아있지만, 여기도 나쁘진 않다. 아니, 꽤 괜찮다.

맥주가 먼저 나오고, 슈니첼과 치즈튀김과 샐러드가 차례로 탁자 위를 가득 채운다.

특히 치즈튀김은 도나우강변의 슈트란트카페에서 먹던 딱 그맛인데, 맥주 안주로 아주 훌륭하다.

 

프라터 내 레스토랑
프라터 내 레스토랑
프라터 내 레스토랑

오후 4시, 프라터 야외레스토랑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비파와 유로스파에 잠시 들러야 하는데 문 일찍 닫는 토요일이니 서둘러야 했다.

그즈음 H 아빠와 통화를 하며 저녁 약속을 잡는 남편, 프라터의 하늘은 여전히 파랗다.

 

저녁시간, 약속 장소엔 H의 엄마와 아빠가 반가운 표정으로 나와 있었다.

아늑한 그곳에선 한국 음식과 맥주가 빠지지 않았고, 20년도 더 된 로맨스를 풀어놓고 있었다.

그랬구나, 유학시절 두 사람은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었구나.

빈의 선선한 마지막 밤은 기억과 추억과 사랑으로 잔잔히 물결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