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칭을 출발한 38번 트램 안에서 우연히 프라터 가는 5번 트램을 발견한 우린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정류장 주변이 공사 중이라 5번 트램-38 트램과 승하차 정류장이 다름-은 정류장에 무정차 통과란다.
다시 38번 트램을 타고 이전 정류장으로 가서 5번 트램을 타는 수밖에.
사실 원래 프라터까진, 38번 트램으로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 움직인 후 U1로 이동하려 했었다.
트램에, 트램을 갈아타고 프라터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반이다.
점심식사 때를 살짝 비껴간 시각이기에 프라터에 있는 야외식당 '슈바이처하우스'가 꽉차 붐빌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완전 만원이다.
슈바이처하우스는 여행객보다 빈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아차, 오늘이 토요일인 걸 간과했던 것이다.
입장료가 무료인 프라터 공원의 주말은 늘 빈 시민들로 활기가 넘친다.
우리도 10년 전엔 빈 시민으로 이곳을 거닐었지.
어렸던 우리 아들녀석은 그때 퍽 순수했었지, 그때가 정말 참 그립다.
이젠 빈 시민이 아닌 빈 여행객이 되다보니 휴일이니 주말이니 하는 개념을 통째로 잊어버린 상황이다.
슈바이처하우스에서 멀지 않은, 안쪽에 위치한 야외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슈바이처하우스에 들지 못한 아쉬움은 남아있지만, 여기도 나쁘진 않다. 아니, 꽤 괜찮다.
맥주가 먼저 나오고, 슈니첼과 치즈튀김과 샐러드가 차례로 탁자 위를 가득 채운다.
특히 치즈튀김은 도나우강변의 슈트란트카페에서 먹던 딱 그맛인데, 맥주 안주로 아주 훌륭하다.
오후 4시, 프라터 야외레스토랑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비파와 유로스파에 잠시 들러야 하는데 문 일찍 닫는 토요일이니 서둘러야 했다.
그즈음 H 아빠와 통화를 하며 저녁 약속을 잡는 남편, 프라터의 하늘은 여전히 파랗다.
저녁시간, 약속 장소엔 H의 엄마와 아빠가 반가운 표정으로 나와 있었다.
아늑한 그곳에선 한국 음식과 맥주가 빠지지 않았고, 20년도 더 된 로맨스를 풀어놓고 있었다.
그랬구나, 유학시절 두 사람은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었구나.
빈의 선선한 마지막 밤은 기억과 추억과 사랑으로 잔잔히 물결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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