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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9월 23일 (금) : 구시가, 빛나는 하루

숙소에서 트램정류장 가는 길 : 요양원

푹 숙면하고 기상한 아침.

하늘은 환상적이고 밖은 온통 공사 소음이다 .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도 냉장고를 털어 식탁을 차리고, 커피와 사과와 케이크까지 즐겁게 먹어주셨다.

 

10시에 오른 2번 트램 안에는 국적불명의 60대 남자가 스피커폰을 통해 큰소리로 오래오래 통화를 하고 있다. 

참나, 트램이 자기 집인가, 개념과 예의와 도덕은 어디다 물 말아 드셨나.

빈 어디서나 예전과는 달리 소란스러운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으나 저렇게까지 무례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

 

국회의사당

폭스테아터에 내려 5-6년 째 보수 공사 중인 국회의사당 앞까지 걸었다.

2016년에 왔을 때 멀쩡하던 이곳이 2018년과 2019년은 물론 지금도 공사 중이니 최소한 5년째 이상은 이 상태인 거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건물쯤이야 서너 개쯤 신축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이 나라는 보수 공사조차도 이렇게 오래 한단 말이지.

공사 중이라 펜스까지 설치해 놓은 덕에 트램이 정차하지 않으니 오히려 그 앞은 아주 여유로운 느낌이다.

 

미노리텐 성당

링 안쪽으로 들어와 마음 가는 대로 걷다보면 미노리텐 성당도 만나고, 건물 사이 소담스레 자리잡은 야외 카페도 만난다.

합스부르크 왕가 이전 바벤베르크 왕가의 터전인 암호프에선 자그마한 장식용품들을 파는 장터가 열리고 있다.

특히 불교 관련용품을 판매하는 곳이 두세 곳이나 되는 걸 보니 이들에겐 동양의 불교가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

무신론자인 난 어릴(?) 땐 우리나라 절 분위기를 좋아했는데, 이젠 향불 냄새-제사와 동일시-가 끔찍해져서 절조차도 싫어한다.

 

Am Hof
Am Hof

드디어 빈의 상징 중 하나인 슈테판 대성당이다.

이 앞까진 자주 오지만, 열심히 응시하지도 않고 잘 들어가지 않으나 외관 사진은 꼭 찍는 곳이다. 

오랜만에 성당 외관을 한바퀴 둘러 걷는 중, 1-2주 전과는 달리 익숙한 한국어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슈테판 대성당
슈테판성당 남탑 입구
슈테판 주변 프라이빌레 샵 : 오스트리아 브랜드

캐른트너 거리의 Steffl과 H&M에 들러, 길고 얇은 남자 스카프를 구입하려 했으나 마땅한 게 없다.

그럼, 저기 버거킹에 가서 햄버거나 먹을까.

서울선 1년에 두세 번 먹을까말까한 햄버거를, 한 달 여행 중 지난 번 잘츠부르크에 이어 벌써 두번째 먹는다.

체크카드를 숙소에 두고 왔기에, 키오스크 대신 직원에게 직접 계산한 후 간단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보니 좀 이상하다.

메뉴판 가격보다 더 받은 것 같아 계산한 아시아인 직원에게 확인했으나 자기네가 맞단다. 그래 뭐, 그렇다 하자고.

 

S-Bahn Hernals역

숙소에 다다른 후, 또 혼자 마트 순례를 한다.

가볍게 떠나려 했으나 귀국할 날이 다가오자 사야 할 것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새우튀김이나 춘권보다 못한 절망적인 안주거리일 뿐.

강아지녀석만 아니라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나의, 아니 남들의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