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류/2022 빈

9월 24일 (토) : 9월의 Augarten

Augarten 앞

기분 좋게도 며칠째 환하게 맑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토요일. 이상하게도 빈에서는 주말에는 구시가나 공원에 가야 할 것만 같다. 

그렇다면 3년 전에 여행 왔을 때 좋았던 기억 가득한 아우가르텐 Augarten으로 가 보자고.

 

Augarten

빈 2구에 자리잡은 아우가르텐은 오래 전엔 도나우강이 범람하는 지역이었다고 한다.

사냥터나 별장지로 쓰이기도 했고, 지금은 시민들의 안식처인 평온한 공원이다. 

이곳은 출입문이 여러 곳인데, 한 입구를 따라 들어가보니 자그마한 밭 주변에서 상추류 모종을 판매하고 있다.

 

Augarten
Augarten 도자기박물관

저기 낯익은 출입문 쪽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단풍이 익어가는 나무가 호위하고 있는 익숙한 길을 따라가면 아우가르텐 도자기 박물관이 보인다.

실용적이고 가격 착한 그문덴 도자기에 비해 아우가르텐 도자기는 식기류 뿐 아니라 장식용품도 많은데 굉장히 고가다.

 

Augarten 도자기박물관
Augarten

박물관을 지나면 그 옆으로 펼쳐진, 하늘과 나무와 꽃과 잔디 그리고 벤치.

이들의 조화는 말 그대로 자연이다. 그림처럼 자연스럽고 평온하다.

오래된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아무 상념 없이 멍하니 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Augarten 대공포탑

정원 가운데 생뚱맞게 서 있는 건축물(?)은 대공포탑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폭격으로부터 이곳과 도심을 보호하기 위해 건립한 것이라고 한다. 

이곳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으니 철거해도 좋을 것 같은데, 유지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다.

1938년 오스트리아는 독일에 합병되었기에, 잔존하는 대공포탑이 주는 역사적 교육적 의미가 분명 있을 것이다.

 

Augarten

주말 아침을 평온히 즐긴 후, 숙소에서 먹는 새우 파스타도 천국이다.

내일이 일요일이고 월요일 아침엔 빈을 떠나야 하니, 마지막 남은 미션 하나를 수행하러 난 또 마트엘 가야 한다. 

미션은 완벽히 수행되지 못한 채 꿩 대신 닭으로 강제 종료시켜 버린 다음 약속 장소로 간다.

 

Deutsch Wagram의 레스토랑

U1 Kagranerplatz역 앞, 저편 승용차 안에서 H아빠 엄마가 우리를 부른다. 또 만나는 좋은 사람들.

승용차는 몰락한 슈트란트카페 대신 빈 22구에서 멀지 않은 도이치바그람의 레스토랑으로 달린다.

오후 5시, 교외의 한적한 동네, 이런 곳이 자꾸 좋아지는 걸 보니 나이듦의 증거인가 보다.

 

Deutsch Wagram의 레스토랑

맥주와 슈페어립이 자아내 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15년 전으로, 20년 전으로 타임머신은 무한대로 다채롭게 작동하고 있다.

예전에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지금껏 고스란히 남았듯, 세월이 흘러도 이 순간들은 오래도록 기억되겠지.

 

국립 빈 오페라하우스

Oper에서부터 숙소로 돌아오는 트램 안,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엄청나게 떠들어대고 있다.

트램 안에서 캔맥주를 마시는 이방인들까지 출현하다니, 여기가 대체 어딜까. 

 

혼자 보는, 드라마 '오월의 청춘'-이전 회까진 제대로 안 봄- 마지막회가 형용할 수 없이 저리다.

슬픈 역사와 고난의 세상은 우리 사회에서 밀려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과거가 현재가 되고 있다.

아프고 아픈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