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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포르투·리스본

4월 18일 (화) : Tchau, 리스본

리스본을 떠나는 아침, 6시에 알람이 울리고 밖은 이미 환하다.

냉장고를 털어 마지막 아침식사를 하고 마지막 캡슐커피까지 마신 후, 어제 챙겨둔 짐을 다시 살펴본다.

 

 

숙소 거실 창 밖
숙소 건물 복도 창 밖

알파마의 오래된 이 집을 떠나야 할 때가 됐다.

첫날 느낀 가파른 계단에 대한 두려움은 2-3일 만에 사라졌고 알파마를 즐기기에 이곳은 최고의 숙소였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은 불통, 우린 짐을 다 확인한 후 7시 40분에 숙소를 출발했다.

 

테주강변 따라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강변에 조깅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서울이나 빈이라면 출근 러시아워일 텐데, 지하철 승강장도 객차도 승객이 적어 매우 한산하다.

열차에 승차해서 10분 후 공항행 노선으로  환승한 다음 20분을 더 가니 금세 리스본 공항이다.

 

리스본 지하철 열차 : 코르크 의자
리스본 공항
리스본 공항

출발 3시간 가량 남은 시각인데, KLM 체크인카운터는 미오픈이었다.

열리지 않은 카운터 앞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 있었기에 우리도 대열에 합류했다. 

오래지 않아 체크인이 시작되었으나 탑승권엔 탑승구 미정이다.

사람 많은 검색대를 통과한 후에도 게이트는 정해지지 않았기에 아무데나 앉아 서울로 톡을 했다.

게이트 확정이 뭐 이리 늦나, 출발 1시간 전에야 탑승구가 확정되었다.

 

게이트 앞  20대 백인녀들이 몰상식하게 떠들어댄다.

KLM 체크인카운터 앞에서도 큰소리로 또 지속적으로 항의-대단한 일도 아님-하던 사람들이다.

저런 인간들은 피하는 게 상책이고 얼른 탑승하는 게 최선인데, 탑승이 늦어지고 있다.

암스테르담발 항공기가 늦게 도착한 건지, 계속 조금씩 탑승이 지연되더니 결국 예정보다 30분 늦게 리스본을 출발했다.

 

암스테르담행 KLM 기내
암스테르담행 KLM 기내
암스테르담행 KLM 기내

나란히 이어진 3좌석 중 한 좌석이 비니 비행이 편안하고 여유로웠다.

승무원이 나눠준 샌드위치를 먹은 후 바로 잠이 들었고 이후 초코케이크와 커피가 제공될 땐 딱 잠에서 깼다. 

 

암스테르담 공항
암스테르담 공항
암스테르담 공항

리스본에서 지연 출발했으나 대기 시간이 조금 줄었을 뿐 암스테르담에서의 환승이 촉박하진 않았다.

그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마음이 한없이 아쉬웠을 뿐이다.

자동출국심사를 마친 다음, 탑승구 옆 한적한 다른 게이트 의자에 누웠다. 긴 비행을 위해선 좀 누워있어줘야 한다.

 

인천행 KLM 기내 10열 ABC
인천행 KLM 기내

인천행 KLM 777기의 이코노미컴포트석 10열-맨 앞- 왼편 3좌석 중 10B와 10C가 우리 좌석이다.

탑승해 보니, 창가석이자 옆 좌석인 10A석에 이미 초고도비만녀가 앉아있어서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이륙 1시간 후 첫 식사가 제공되었는데, 남편은 치킨 요리를 골랐고 내가 선택한 파스타도 괜찮았다.

 

인천행 KLM 기내 : 영화 '장르만 로맨스'
인천행 KLM 기내

오후 9시가 넘자 기내는 소등되었다.

조용한 어둠 속에서 10A석, 즉 옆 좌석의 여자가 특이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계속 중얼거리고 허공을 보며 계속 혼자 웃고,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나를 지속적으로 건드리고 때론 휘파람을 불기까지 했다.

틱 증상이 아닐까 짐작하면서도 같은 행동과 소리가 반복되니 신경 쓰이고 피곤했다.

그나마 내 뒷좌석이 비어있어서 의자를 완전히 젖히고 짧게라도 잠을 잘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착륙 1시간반 전에 주어진 아침식사가 참으로 부실하다.

딱 봐도 간식 수준인 치즈 크루아상과 요거트와 과일만 제공되었다.

게다가 비행 시간은 더 짧은데, 포르투갈 갈 때보다 귀국할 때 더 힘든 건 왜일까.

 

인천행 KLM 기내
인천행 KLM 기내

4월 19일 수요일, KLM 항공기는 예정 시각에 정확히 맞춰 2터미널에 무사 착륙했다.

귀국한 인천 공항에선 아직도 건강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고 여전히 세관신고서-23년 6월부턴 해당자만 신고-를 적어야 했다.

여행을 마치고 공항을 떠나는 시간은 늘 아쉽기-말릴 수 없는 타향병-만 하다. 

정상 운행 중인 공항버스를 타고 돌아온 서울엔 사랑스러운 두 녀석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