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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삶과 사랑 사이

향수

 

세상 모든 사물에는 향기가 있고,

그 향기를 가두는 방법에 빠졌던 한 남자가 있다.

 

 

천재적인 후각을 지닌 장 밥티스트 그르누이는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맡겨지고 13살부터는 가죽 제작상인에게 팔려가

혹독한 노동에 시달린다.

청년이 된 그는 어느 날, 심부름 가게 된 시내 중심가에서 갖가지 냄새에 빠지고,  우연히 만난 한 여인의 향기를 따라 

그녀를 쫓다가 뜻하지 않게 그녀를 죽이게 된다.

센 강 다리 위엔 한때는 잘 나갔던 30년 경력의 향수 제조상인 주세페 발디니의 향수 가게가 있다.

염소 가죽 배달을 하러 발디니의 가게에 들른 그르누이는 발디니 경쟁자의 새로운 향수의 배합을 완벽하게 알아맞히고 

지금껏 없었던 또다른 향수까지 만들어내는 천재성을 발휘한다.

 

 

 

그르누이를 고용한 후 발디니의 향수 가게는 날로 번창한다.

향기를 보존하는 방법에 집착하는 그르누이에게 발디니는 수천송이의 장미를 증류시켜 향수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러나 모든 냄새를 증류하는 다른 방법이 궁금했던 그르누이는 향수의 낙원인 '그라스(Grasse)'로 떠난다.

그라스 초입에서 만난 마차 속 여인 로라, 그녀의 향기는 그를 매료시켜 어느 새 그녀의 집 앞에 그르누이를 세워놓는다.

 

 

 

향수 공장에서 일하게 된 그르누이는 어느 날, 한 여인을 증류 기계에 넣어버린 채 그녀만의 냄새를 끌어낸다.

그날 이후 그라스의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을 차례로 살해하기 시작한다.

이유는 단 하나, 그르누이는 세상에서 하나 뿐인 그녀들의 체취를 간직하려했던 것이다. 

 

 

 

마을은 미지의 범인에 대해 공포에 빠진다.

그는 악마이자 악령이었고, 마을 사람들은 회의를 거듭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실행한다.

엉뚱하게도 그르누이 아닌 다른 범인이 잡혔지만, 진범이 아님을 확신한 로라의 아버지는 간밤의 꿈을 불길해하며 

로라를 데리고 마을을 떠난다. 

로라의 향기에 극도로 집착한 그르누이는 로라를 쫓아가고 그르누이의 작업장에선 살해된 여인들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날밤 그르누이는 로라의 체취를 향수병에 담는다.

 

 

 

그르누이의 처형을 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광장을 가득 메웠다.

감옥에서 그르누이를 끌어내려던 호송인이 향수에 취해 쓰러지고 그르누이는 마차를 타고 성장을 한 채 광장에 나타난다.

그의 '사랑의 향수'를 맡은 사람들은 모두 그의 죄를 부정하며 그를 천사라 칭송한다.

향수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광장을 가득 채웠을 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향수의 마법에 빠진 사람들이 서로의 몸에서 사랑을 끌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르누이는 파리로 돌아와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간다.

'사랑의 향수'의 향기를 느낀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천사를 외치며 그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바로 그곳에서 그르누이는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거리엔 그의 향수병만이 바람에 이끌려 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향수'는

'좀머씨 이야기'로 알려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소설과 영화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과 경로가 전혀 다른 예술이긴 하지만,

보통은 원작보다 괜찮은 영화가 많지 않다고 한다. 

소설 '향수'를 읽어보지 않았기에 소설과 영화를 비교 대조할 수는 없지만

영화의 줄거리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자신만의, 또는 최고의 향기를 위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수단으로 여기다니...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얘기이긴 했지만 흥미로운 분위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르누이가 향기를 들이마실 때의 강렬한 표정,

보는 사람을 몸서리치게 만드는 눈빛은 단연 압권이었다.

'그라스'의 건조한듯 이국적인 마을 분위기와

넓은 들판의 꽃을 담은 영상도 이채로웠다.

 

 

< 그라스 (Grasse ) >

 

정말 독특한 영화였습니다.

DVD로 두 번 보았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달랐습니다. 

이 영화의 매력 때문에 얼마 전  '그라스'에도 다녀왔습니다.

향수의 본 고장이라 마을 전체엔 로맨틱한 향기가 배어있었습니다.

내리는 비마저 로맨틱한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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