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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남유럽 이야기

스페인 11 : 아디오스 에스파냐

어젯밤, 작은밥돌은 리셉션에 전화를 했었다.

내가 미리 인지한 바에 의하면, 호텔 예약 사이트의 설명엔 명시되어있지 않은 사항이 리뷰에 쓰여 있었는데, 바로 객실 미니바

이용요금이 무료라는 내용이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어젯밤 미니바를 살펴봤을 때 당연히 있어야 할 가격표가 없었던 것이다.

 

큰밥돌을 앞서 얼른 리셉션에 확인 전화를 하는 작은밥돌. 대답은 '무료'였다.

사실 그런 중요한 건 체크인할 때 미리 알려줘야 하는 사항 아닌가. 리셉션 직원 표정이 별로더만 서비스도 영 별로다.

상황이 이러하니 아침에 일어나 미니바에 들어있는 시원한 물 한 잔 정도는 들이켜줘야 했다. 크하~

 

커튼을 살짝 열어 햇빛을 들여보내봐도 넓은 객실 안 두 남자는 8시가 되도록 널브러져 있다.

스페인의 대표 간식인 추러스가 포함된 맛난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훑어보는 마드리드 거리.

 

호텔 앞 그란비아에서부터 솔 광장 쪽으로 걷기로 했다.

'그란비아'는 말 그대로 '큰길'이란 뜻인데, 우린 그 발음이 비슷한 '비아그라'를 찍어붙이며 깔깔거렸다.

거리에는 어젯밤엔 보지 못했던 야릇한 표정과 야시시한 차림의 여인들이 띄엄띄엄 하나씩 서 있다.

후각을 자극하는 지저분한 거리엔 흑인과 남미인들도 많이 보인다.

 

그란비아 지하철역

문 열기엔 이른 시각이었지만 백화점이 영업 중이다.

그제 세비야에서 본 플라멩코의 감동이 잊혀지지 않아서 플라멩코 공연 DVD 타이틀을 찾아보았으나 가짓수도 적은데다가

겉그림들이 조잡해 부실해보이는 느낌이라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호텔 체크아웃 후 마드리드 공항으로 가기 위해 그란비아 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 객차에 들어서는 순간, 메고 있던 크로스백을 살짝 당겨지는 느낌이 났다.

나도 모르게 '누구야'라고 입을 떼면서 바로 즉시 사태 파악이 되어 버렸다.

 

우리 뒤로 객차에 마지막으로 탄 여자 3명이 문이 닫히기 전 다시 내렸는데, 그들이 바로 악명높은 스페인 매치기였던 것.

다행히 내 크로스백의 지퍼엔 그들의 손동작을 물리칠만한 튼튼한 옷핀이 걸려 있었기에, 그들은 지퍼를 열지도 못했고,

물론 지퍼 속의 여권과 지갑도 안전했다.

여행 내내 크로스백의 지퍼에 옷핀을 걸고 다니던 나를 향해 '대단하셔'를 연발하던 밥돌들.

그덕 봤다며 다시 한번 같은 멘트를 날린다.

 

마드리드 공항

항공기 출발 2시간 전에 체크인을 했지만 우리 세 사람의 자리가 다 떨어져있다고 한다.

2시간 전인데 이건 또 무슨 일이람, 요즘은 다들 인터넷으로 체크인을 하나.

게다가 검색대를 통과할 땐 기내용 캐리어에 있던 스테인레스 젓가락과 칼, 선크림까지 압수 당해버렸다.

짐 싸면서 수화물로 부치는 큰 캐리어에 넣어야 할 것들인데 완전 깜빡했다. 빈 떠날 땐 말짱했는데, 이런 정신머리하곤.

 

기내엔 다음날 유로 2008 결승전 응원단인지 스페인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 시끄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꿈자리엔 스페인 풍경이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었다.

 

< 2008. 6. 28. 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