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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남유럽 이야기

이탈리아 4 : 로마의 초상

< 2008년 12월 28일 일요일 >

 

아침부터 비가 부슬거린다.

오늘따라 식당 모닝커피는 왜 이리 맛이 없는지. 짐 정리를 대략 마치고 8시 10분, 마지막 로마 순례를 나선다.

 

산타마리아 델라안젤라 성당

테르미니 역 근처의 산타마리아 델라안젤라 성당은 미사 중이다.

신자는 몇 없어도, 미사는 오래 계속되고 있다. 잠시 그 자리에 앉아 미사에 참석하는 밥돌들.

2년 반 전 여름, 로마에 처음 왔을 때 처음으로 들어간 성당이 이곳이었는데, 이번엔 로마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둘러본 성당이 되었다.

 

공화국 광장
로마 박물관

산타마리아 델라안젤라 성당 앞, 비 내리는 공화국 광장엔 분수도 함께 내리고 있다.

성당 옆 로마 박물관에도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테르미니 역엔 대형트리가 아직도 자리하고 있었다.

나무엔 새해 소망들이 가득 걸려있는데, 이탈리아어와 병기된 ‘독도는 우리땅’이란 한글 가슴이 뭉클하다.

이제 로마를 떠나 또 빈을 떠나 서울로 돌아갈 때가 된 것인지.

 

테르미니역

9시 20분, 호텔 체크아웃을 한 후 테르미니 역에서 공항 행 기차에 올랐다.

창 밖엔 여전히 비가 내리는데 기차는 정시에 떠난다. 지연 출발하지 않는 이탈리아 기차는 처음 타 보는 것 같다.

 

로마공항 행 레오나르도다빈치 익스프레스

출발 2시간 전인데도 공항의 체크인 데스크 앞엔 U자형의 줄이 길다.

30여분 기다렸을까. 옆의 체크인 데스크를 추가로 오픈하면서 줄 뒤편에 서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U자형 줄의 오목한 위치에 서 있던 우리는 예상 못한 사태를 바라만 보다가 졸지에 거의 끝자락에 선 상황이 돼버렸다.

 

헉, 할 말이 없다.

이 상황은 아무 조치없이 새로 데스크를 연 직원의 잘못이다. 아니 이러한 시스템을 당연시하는 이 사람들의 문제다.

이러니 이탈리아가 선진국 소리를 못 듣는다며 투덜대다가 아까처럼 눈치로 권리를 찾아야 할 상황이 생기자 우리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랬지. 그러나 씁쓸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다.

 

로마 공항

로마, 아니 이탈리아의 무질서는 시민들의 몸에 철저히 배어있는 듯했다.

2년 반 전에도, 이번에도 로마는 무질서의 극치였다. 거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고, 상인들의 바가지 상술도 여전했다.

시민들은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았고 운전자들은 횡단 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무시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탈리아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넘치도록 많은 유적과 유산 때문만일까.

            

출발 15분 전에야 항공기 탑승이 시작되었고 20분이나 늦게 비행기가 뜬다.

빈에 무사히 착륙하자 3일 전 로마 안착 시처럼 기내엔 또다시 박수가 터진다.

오스트리아 생활을 마치며 마지막 여행지로 선택된 로마. 더 깊고 더 저린 추억으로 간직되리라.

눈 앞엔 여전히 바티칸과 판테온과 스페인 광장이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