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여의 오스트리아 생활에 온점을 찍고 귀국한 것은 2009년 1월이었다.
예정보다 빨랐던, 그러기에 아쉬움 투성이였던 오스트리아를 떠나올 땐, 애잔함과 뭉클함이 겨울 날씨처럼 가슴 속을 헤집었다.
2009년 봄, 귀국과 함께 시작된 서울살이로 정신없던 어느 날,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믿을 수 없는 여름 출발 특가 항공권을
발견했고, 곧바로 항공권 예약 수순은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항공권의 IN, OUT이 모두 빈이었고, 보물처럼 저장해 두었던 유럽 지도에 빈에서 출발하여 빈으로 돌아오는, 자동차 여행 코스를
굵은 선으로 그어 만들고 호텔 예약까지 완벽히 마쳤었다.
그러나 그 들뜸에 혼을 놓았다 잡았다 하던, 출발을 한 달 앞둔 그날, 바로 곁에서 들려온 폭발음을 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어렵겠다, 이번엔. 아주 어려워.”
체념은 힘들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가능성 없는 일엔 뒤도 돌아보지 않는 포기가 남다르게 빠른 나는, 항공권 취소에 따른 금전적, 정신적 손해가 헤아릴 수 없이
막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꿈꾸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던지 아주 가볍게 그것들을 훌훌 놓아버렸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대한 어스레한 확신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2010년 봄, 여행 카페에선 보이지 않는 소동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었다.
이른바 항공권 대란. 작년 해외여행 부진이 2010년으로 수요가 옮겨온 이유인지 항공권 가격이 유래 없이 치솟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잡아놓은 여름 항공권, 이번에도 낙점 받을 카드를 던져야 했다.
물론 허가나 허락의 의미는 아니고, 동행 가능 여부를 그때 독일 출장 중이었던 남편에게 타진해야 했던 것이다.
단박에 OK 사인이 났고 그때부터 길지 않은 여행에 대한 기나긴 준비가 시작되었다.
3년 5개월을 살았던 빈과 한번 슬쩍 지나쳤던 뮌헨.
숙소를 예약하고, 박물관엘 갈 계획을 짜고, 멋스러운 기억을 둔 그곳엔 다시 들러 그 기억의 깊이를 보듬을 생각을 하는 동안
시간은 금세 흘러가 버린다.
이제 떠난다.
설렌다, 한없이. 참을 수 없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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