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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0 뮌헨·빈

8. 6 (금) : 두 번째 뮌헨

밤새 비가 오락가락했다. 덕분에 두어 번 잠에서 깨어 어두운 바깥을 살피는 수고를 해야 했다.

4시 반, 다행히 비가 그친 흐린 창밖을 확인하며 자리를 털었다.

 

공항에서 아침으로 먹을 간단한 도시락을 챙기고 냉장고에 동여매둔 식품도, 이미 싸둔 캐리어에 집어넣었다.

인천공항까지 가는 방법은 둘. 하나는 공항버스를 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인천공항 홈피에서 확인한 바, 승용차 장기주차장의 요금이 주차 6일째부터는 반액이라 했으니, 왕복 버스요금이나

공항도로 통행료+주차요금이나 비슷했다. 6시20분, 남편의 의견을 존중하여 승용차로 공항으로 향한다.

 

인천공항

인천공항 가는 도로엔 비가 자주 흩뿌린다. 1시간 걸려 도착한 공항 주차장에도 가랑비가 떨어지고 있다.

캐리어가 젖을세라 뛰다시피 들어간 청사엔 생각보다 여행객이 많진 않았다. 여름 성수기라도 좀 이른 아침이긴 하다.

 

우리가 탈 항공기는 2년 전인 2008년에 처음으로 서울 운항을 시작한 핀에어.

빈에 살던 2008년 8월에 아들과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할 때 타 보았던 항공기로, 꽤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을 받았다.

핀에어 체크인테스크는 아주 한산했고 체크인 후 의자에서 도시락을 먹는데, 맞은편엔 우리와 같은 항공기를 타는 것으로

보이는 여인들이 활기찬 대화에 빠져 있디.

 

인천공항

민생고 해결을 끝내고 이젠 정말 출국이다.

검색대를 거쳐 출국 심사대와 면세점을 지나 모노레일을 타고 탑승구로 간다.

자국기가 아닌 장거리 노선 항공기의 탑승은 모노레일을 타고 가야 하는 탑승구에서 이루어지는 듯했다.

 

출발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보니 탑승구 앞은 아주 한적했다.

새벽에 나오느라 마시지 못한 커피도 테이크아웃으로 들고와 마시고, 작은 면세점들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TV뉴스에도

눈길을 주다보니 어느 새 주변엔 사람들이 가득하다.

 

핀에어

출발 예정시각인 10시 30분을 훨씬 넘겨 11시가 지나서야 항공기가 뜬다.

음료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식사가 나오고, 난 우리나라 영화 ‘하모니’에 빠져 눈물을 쏟았다.

그 절절한 모성애에 어찌 눈물이 흐르지 않겠는가.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되던 두통이 그이후에도 여전히 멈추질 않는다.

남편이 승무원-기내엔 한국인 승무원이 셋이나-에게 두통약을 요청했는데, 복용 후 1시간이 지나도 우리나라 약만큼

시원스레 두통이 가시지는 않는다. 오스트리아에 살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역시 우리나라 약이 강하고 독하다.

  

핀란드 헬싱키 도착 2시간을 남기고 나온 식사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달랑 샌드위치라니. 2년 전의 핀에어 기내식에선 샌드위치는 분명 간식이었다.

남편은 자주 타는 KLM이 그리웠는지 KLM에서 간식으로 주는 컵라면 타령까지 하고 있다.

 

서울과 6시간의 시차가 나는 헬싱키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20분, 대략 9시간을 날았다보다. 

우린 비행 체질이라 이 정도의 비행쯤엔 절대 지치지 않는다.

 

헬싱키의 하늘은 아주 맑았다.

크지 않은 헬싱키 공항을 걷다보니 2008년의 기억이 새록거린다.

간단한 입국심사를 마치고, 이젠 목적지인 뮌헨 행 항공기에 탑승해야 한다.

그런데 4시 20분 출발 항공기는 4시가 넘어도 탑승객을 태우지 않는다.

주변에서 들리는 독일어는 오랜 만에 들어도 낯설지 않은데, 동양인은 우리 외엔 보이지 않았다.

결국 5시가 넘어 출발한 항공기는 2시간반을 날아 6시30분에 뮌헨 공항-헬싱키와는 1시간 시차-에 도착했다.

 

헬싱키공항

아, 춥다. 뮌헨 공항엔 다들 긴소매 옷으로 무장을 하고 있다.

수하물 컨베이어벨트에서 짐을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은 큰 캐리어.

재작년에 빈에서 서울 올 때 캐리어 하나가 제때 도착하지 않은 악몽이 있기에 나도 모르게 그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나 보다.

다시 보니 다행히 씩씩하게 돌아가고 있는 우리의 캐리어, 얼른 낚아올렸다.

긴소매 옷을 꺼내 우리도 무장을 한 다음 호텔로 가기 위해 공항 지하철티켓 파트너 1일권을 구입했다.

 

뮌헨공항

호텔 근처 역에서 내리니 비가 내린다.

오가는 사람들 곁에 쭈그려 앉아 캐리어를 열어 우산을 꺼내 호텔로 향했다.

8시 넘은 시각, 친절한 호텔 데스크 직원과는 대조적으로 예상보다 작은 객실.

빗속을 걸어 호텔 직원이 알려준 주유소샵-편의점인 셈, 마트의 2배 가격-에서 음료수와 물, 맥주를 샀다.

 

긴 하루, 19개월 만에 닿은 유럽.

이 뮌헨에,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