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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3 오사카

1. 13 (일) 후 : 우메다, 초파를 찾아서

# 이 사람들의 질서 의식

 

산넨자카, 이넨자카의 계단길 끝 모퉁이 찻집을 나선 우리는 큰길로 나와 어렵지 않게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그곳엔 우리 말고도 계단길에서 내려온 듯한 여행객 몇몇이 우리와 같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온과 청수사의

중간쯤 되는 그 정류장에서 교토 가와라마치 역으로 되돌아오는 207번 버스를 탔다.

가와라마치 역까지는 3정거장, 그러고 보니 일본의 택시기사처럼 버스기사도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있다.

 

교토 가와라마치 역

우리가 오사카로 돌아가기 위해 탈 열차는 16시 50분에 출발하는 특급열차다.

열차를 타고온 사람들이 종착역인 가와라마치에서 다 내리고, 청소 후 출입문이 열려있는데도 승객들은 줄 선 채로 대기 상태다.

잠시 후 출입문이 닫혔다가 다시 열리며 안내 방송이 나오자 그제야 질서있게 열차에 오른다.

이것저것 말도 안 되는 민족성과 국민성을 가진 일본이지만, 질서 의식-같은 민족끼리라서 배려하나-만은 정말 선진국.

 

출발역인 가와라마치에서부터 서서 가는 승객이 꽤나 많다.

다행히도 자리를 잡은 우리는 우메다까지 가는 50분간의 어느 순간, 잠이 들어버렸다.

정신줄을 놓아버린 채 빠져든 열차 내에서의 낮잠, 오늘 하루가 길고 고단했음을 보여주는 절실한 증거.

 

한큐 1번가

# 초파를 찾아서

 

교토에서부터 50분만에 다다른 오사카 우메다 역, 이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저녁이다.

그러나 숙소로 가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는데, 바로 한큐 1번가의 거대하고 다양한 캐릭터 샵이다.

몇 백 평에 이르는 캐릭터 샵엔 키티를 비롯하여 미피, 리라쿠마 등 수많은 캐릭터들-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남-이 다채로운

모습과 용도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캐릭터샵을 샅샅이 뒤져, '원피스'에 등장하는, 아들녀석의 소중한 캐릭터 모형과 캐릭터 스티커를 손에 넣었다.

오늘의 목표 달성! 힘들어~

 

 

쇼핑 목표를 달성하고 우메다 역으로 가려는데,  호라이 만두 가게가 눈 앞에 확 나타나 주셨다.

골고루 먹어보고 싶었지만,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은 관계로 호라이의 대표격인 왕만두만 먹어보기로 했다.

엄청나게 훌륭한 맛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맛, 괜찮다.

 

이젠 과거 오사카의 중심지이며 쿠시카츠(꼬치튀김)의 원조인 신세카이로 가 볼까.

원래 오늘 여정은 '교토-우메다 캐릭터샵-신세카이'로 계획했고, 그래서 교통권도 1일권을 구매했었다.

그런데, 교토 여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또 고단해서 저녁에 가려 했던 신세카이는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일단 호텔로 철수하자고~

 

도톤보리 야경

# 쿠시카츠, 괜찮은 걸

 

호텔 객실에서 1시간을 쉬다 다시 거리로 나선 시각은 저녁 8시.

신세카이에 본점을 둔 쿠시카츠 전문점인 다루마 도톤보리 분점엘 가려 했으나 줄이 긴 관계로, 괜찮아보이는 다른 쿠시카츠

가게엘 들어갔다. 이곳 역시 우리가 자리를 잡은 후 바로 좌석이 꽉 차 버렸다.

 

여기 분위기 괜찮다. 딱 오사카 분위기다.

세련되지는 않지만 무언가 깊은 의미가 부여될 것만 같은 분위기~

게다가 이 쿠시카츠 가게는 오코노미야키 '오모니'보다 맥주 가격이 훨씬 저렴한 것이 아닌가.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맥주와 함께 제대로 즐겨주기로 했다.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쿠시카츠는 전용 간장에 찍어 양배추를 곁들여먹으면 정말 맛있다.

 

오사카의 많은 샵에서는 다양한 인조 속눈썹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오사카 젊은 여인들은 모조리 긴 속눈썹을 붙이고 있다.

이 쿠시카츠 가게에서 서빙하는 동남아 출신의 귀여운 여인네-아마도 태국이나 필리핀 출신인 듯-도 긴 속눈썹을 하고 있었는데,

바쁘게 왔다갔다 하는 중에도 친절한 말씨와 선한 눈웃음이 참 예뻤다.

 

쿠시카츠 그리고 맥주와 함께 지는, 한껏 고조된 여행지에서의 어느 하루.

겨울 10시, 오사카 도톤보리에 가랑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