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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런던

10. 6 (금) 후 : 그곳이 주는 위안

런던의 마지막 오후는 70번 버스로 시작한다.

11년 전의 성탄절 연휴와는 다르게 자연사 박물관도, 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도 모두 문전성시다.

 

자연사 박물관

런던 자연사 박물관은 1881년 영국박물관 중 자연사에 관한 것들만 옮겨 개관하였다.

입구에 들어서면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공룡-아마도 익룡인 듯-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사실 자연사 박물관 관람은 계획에 없었고 이곳을 둘러보려면 다른 일정을 포기해야 했기에 로비만 보고는 바로 근처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1909년에 개관한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장식미술공예 박물관으로,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 미술을 중심으로 세계의 조각, 건축, 도자기, 공예, 가구, 보석, 의복 등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린 유명한 작품을 찾아다니는 대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전시실을 쏘다닌다.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그러다가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품과 공예품 사이에서 발견한 진정한 조각품들.

반갑게도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과 영웅들이 긴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랑의 신 에로스와 그의 연인 프시케, 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치는 영웅 테세우스, 신탁을 이겨내기 위해 아들 아킬레우스를

영생의 강에 담그는 테티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사랑과 애욕의 여신 아프로디테까지 눈이 행복한 시간이다.

 

에로스와 프시케
테세우스
테티스와 아킬레우스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아기자기한 번화가인 사우스켄싱턴 역에서 튜브에 올랐다.

퇴근 시간과 맞물려 엄청나게 혼잡한데, 숙소 근처의 베이스워터 역에 이르니 튜브 운행에 대한 안내판이 걸려 있다.

 

역무원에게 내일 새벽의 튜브 운행에 대해 문의하니, 토요일과 일요일인 내일과 모레(10월 7,8일)에 지하철역 점검이 있어서

Circle 라인과 District 라인이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휴, 안 물어보고 내일 새벽 베이스워터역-여기서 패딩턴역까지 이동 예정이었음-으로 왔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

그럼 내일 우린 패딩턴역까지는 어떻게 가야 한담. 결국 선택한 방법은 런던의 첫날처럼 도보다.

 

사우스켄싱턴 역 근처

햄버거, 감자튀김, 치즈스틱, 청포도에 맥주를 곁들여 식사를 한 후, 드럭스토어 Boots와 Waitrose 마트에 들렀다.

여행하면서 누구나 아는 명소를 보고 느끼는 것도 좋지만 현지인들의 삶이 드러나는 시장이나 마트 구경도 그에 못지 않게 

신나고 재미있다. 

 

즐거웠지만 아쉽고 짧기만 한 런던의 마지막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