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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밀라노·베네치아

2. 8 (금) 후 : 아, 아카데미아 다리

산탄젤로 광장 근처 피자가게가 있는 골목길에 'Rosa Rossa-붉은 장미-'란 이름의 레스토랑이 있다.

구글이나 트립어드바이저 평점이 괜찮고 출입문 밖에서 보이는 내부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듯하여 낙점한 곳이다.

 

레스토랑 Rosa Rossa

점심식사 하기엔 약간 이른 시각이었나, 식당에 들어섰을 때 실내는 거의 비어 있었다.

실내는 몇 개의 탁자가 놓인 작은 공간이 두세 곳은 마련되어 있었기에 밖에서 가늠한 것보다 내부는 넓은 편이다.

물과 맥주를 주문하고 이어서 깔라마리 파스타와 그릴 깔라마리를 요청했다.

 

먼저 빵과 안주인 듯한 짭조름한 스낵이 세팅되었는데, 무난한 맛이다.

내가 좋아하는 넓은 파스타면-아마도 링귀니-이 싱싱한 오징어와 깔끔한 조화를 이룬 깔라마리 파스타도 맛있고

구운 채소를 곁들인 그릴 깔라마리도 매우 입맛 당기는 요리다. 먹었으니 잠시 쉬어갈까.

숙소로 돌아가는 길, 샵에 들러 남편은 엊그제부터 눈빛을 얹어두었던 구두를 구입하고 또다른 샵에선 따스한 겨울 머플러를

하나씩 골랐다.

 

아파트에서 한두 시간, 노구(?)를 추스른 후 1번 바포레토를 타고 리알토 다리로 향한다.

그제 근처까지 왔다가 찾기를 포기했던 리알토 시장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 보는데, 역시나 이미 파장이다.

리알토 다리 근처에서 우연히 들어간 아이스크림 가게가 알고보니 유명한 'Amorino'다.

맛난 아이스크림을 장미 잎사귀 형태로 만들어 준 동양인 여직원이 참으로 친절하다.

 

아모리노

리알토 다리 근처의 샵들을 구경하고 리알토 위에 올라 다시또 대운하를 바라본다.

남편 왈, 이탈리아로는 신혼여행 오는 거 아니라 한다. 이탈리아 남자가 너무 잘 생겨서 신행 온 여자 도망간다고.

2004년 여름, 오스트리아를 3주 여행했을 때 갑작스레 5일간 버스여행-잘츠, 인스브루크, 루체른, 베니스-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인솔자-빈 한인여행사의-가 그랬었다고... 그랬어? 난 왜 기억이 안 날까.

이어 남편은 아침마다 산탄젤로 광장을 청소하던 미화원도 정말 잘 생겼다는 말을 덧붙였다.

 

베니스의 겨울 해는 매일 조퇴를 한다. 낮동안 별로 한 일도 없는데 해는 어느 새 서녘 끝에 걸려 있다.

래도 겨울 햇살이 베니스 여행 내내 너무나 맑은 날씨를 선사해 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오후 5시 반에 다시 숙소로 향하고 6시 넘어 베니스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탁에 앉았다.

 

어둠이 완전히 내린 7시 반, 야간 산책에 나선다.

야경을 즐기지 않는 우리지만 그래도 오늘은 베니스의 마지막 날이니까.

오전에 산타마리아 델라살루테성당으로 갈 때 바포레토에서만 올려다본 아카데미아 다리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아카데미아 다리 가는 길에 만난 산토 스테파노 광장

작은 운하의 다리를 건너고, 은은한 가로등이 멋진 어느 광장을 지나고, 콘서트 준비가 한창인 성당 앞도 지난다.

광장 한 켠엔 어김없이 야외 카페가 광장의 중심을 향해 시선을 드리우고 있다. 

낮에도 와 봤으면 정말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이곳, 후에 찾아보니 이 드넓은 광장의 이름은 산토 스테파노다.

 

아카데미아 다리에서 바라본 대운하

그리고 마주한 아카데미아 다리.

길이만 4km가 넘는 S자 형태의 베네치아 대운하엔 4개의 다리가 있는데, 대운하의 시작점인 산타루치아역 앞에 

코스티투치오네 다리스칼치 다리가 있고 대운하 중간쯤엔 가장 유명한 베네치아의 랜드마크인 리알토 다리있으며,

대운하 끝나기 두어 정거장 전에 아카데미아 다리가 자리해 있다.

 

아, 여긴 낮에도 반드시 와야 할 곳이었다.

살루테 성당으로 갈 때 분명 바포레토에서 이 아리따운 형태를 보았는데도 왜 그땐 그냥 지나쳤을까.

아카데미아 다리 자체도 예술적이지만 그곳에서 보는 살루테 성당쪽 대운하 전망은 그야말로 최고다.

 

아카데미아 다리

여행의 마지막 밤은 늘 아쉽다.

숙소 탁자에 마주 앉아 그제 마트에서 직원 추천으로 구입한 와인을 마시며 아쉬움을 흘려보낸다.

오늘따라 더욱 쌀쌀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