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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밀라노·베네치아

2. 10 (일) : 귀로

 

흐리기만 하던 바르샤바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인천 공항을 떠날 때와는 달리 귀국하는 항공편 비즈니스석은 만석이다.

 

인천행 폴란드 항공

베니스발 항공기에선 우리 뒷좌석에 탔던 한국인 부부가 이번엔 우리 앞좌석에 자리해 있다.

승무원이 건네주는 웰컴드링크를 마시며 여행의 여운을 가다듬는다.

 

또다시 폴란드 맥주를 고르고

재미 없는 한국영화를 골랐다가 또다른 자막 영화-인스턴트 패밀리-를 틀었다.

편안한 옷차림 덕에 출국시보다 평온한 기내~

 

한국어를 하는 폴란드 승무원이 차려주는 첫번째 식사를 들인 후

여행 내내 이어지던 새벽 기상에 사무친 듯

세상 없는 단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첫번째 기내식(저녁식사)

꿈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아주 오랫동안 꿈을 꾸었나 보다.

한참이 지났건만 불 꺼진 기내엔 작은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아직도 항공기는 먼 상공을 날고 있다.

 

두번째 기내식(아침식사)

밤으로만 향하던 항공기 창에 새아침의 빛이 퍼진다.

마치 처음 대하는 창을 맞듯 맑고 말간 빛이다.

 

우리, 이번에 여행한 밀라노와 베니스도 그러하다.

처음 대하는 도시처럼 맑고 경건하게 만났으며 

기쁘고 빛나게 떠나왔다.

 

그리하여 오래도록 잊지 않을 터, 오래지 않아 다시 만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