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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밀라노·베네치아

2. 8 (금) 전 : 산 조르조 마조레 종탑에서

하루를 일찍 열었다는 이유로 무려 6시 50분부터 라면을 끓이고 카푸치노를 마셨다.

이번 여행에서 시차 적응은 이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완전 빵점이다.

나이 탓~산탄젤로 광장은 이른 아침부터 산책 나온 개들이 즐거운 개판을 벌이고 있다. 완전 강아지 천국이야.

우리 막내녀석이 생각나는 아침이란 말이지...

 

8시, Punto Simply로 마지막 장을 보러 혼자 나섰다.

난 서울에선 대단한 길치지만, 신기하게도 유럽 도시에선 구글맵 없이도 매우(?) 길을 잘 찾는 편이다.

역시나 단번에 Punto Simply에 도착하여 포켓커피와 원두, 초콜릿 등과 마트표 티라미수를 구입했다.

대성당 북쪽에 위치한 디저트 가게인 'I TRE MERCANTI'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마트표 티라미수를 먹으며 달래보는데,

오호라, 예상보다 맛있다.

 

숙소 앞 산탄젤로 선착장

10시, 베니스 마지막 날의 일정은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에서 시작한다.

산탄젤로 선착장에서 1번 바포레토를 타고 대운하 끄트머리에 자리한 Salute 선착장에서 내리면 2개의 돔을 지닌 바로크 양식의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을 만날 수 있다.

 

아카데미아 다리와 산타마리아 델라살루테 성당

팔각형의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은 수상버스를 타고 오가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성당이다.

'살루테'란 건강과 구원을 의미하는데, 1630년경 흑사병이 발생했을 때 성모 마리아에게 지어 바친 성당이라 한다.

이 성당을 짓기 위해 그 자리에 110만여개의 말뚝으로 기초를 세웠다고 하니 당시 시민들의 집념과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성당 내부에선 예수의 열두 제자가 방문객을 맞고 푸른 하늘과 푸른 빛의 성당 돔은 멋진 조화를 자아낸다.

살루테 성당은 대운하를 막 벗어난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그 앞에서 바라보는 트인 바다가 정말 근사하다.

한참동안 바다를 바라보다가 살루테 선착장에서 1번 바포레토를 타고 산마르코에서 내려 그곳에서 다시 2번에 승선하여

산마르코 남쪽에 있는 작은 섬 마조레로 향한다.

 

1번 바포레토에서 본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산마르코 광장에서 보이는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산마르코 광장에서 바다 쪽을 보면 정박된 곤돌라 사이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섬이 마조레섬이고

이곳에 종탑과 함께 16세기에 건립된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이 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성당이 특별한 이유는 이곳에 16세기 베네치아 출신 화가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이 있기 때문이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과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

틴토레토가 사망하기 몇 개월 전인 1594년에 완성한 '최후의 만찬'은 예수와 주변 인물, 천사 및 전경의 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공간적 통일성 없이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강렬한 명암 대비를 통해 산만하면서도 뛰어난 역동성을 표현하였다.

 

산 조르조 마조레 종탑에서 본 전망

관람자의 입장에선 그림 위치가 애매하여 감상하기 불편했지만 둘러보는 사람이 적어서 온전히 우리 것이었던 성당을 나와

종탑으로 향했다. 역시 온전히 우리만의 것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360도 전망의 종탑에 오르니, 푸르게 출렁이는 바다와 함께

산마르코 종탑과 광장, 두칼레 궁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른 방향으로는 주변 섬들과 살루테 성당까지, 산마르코 종탑과는 다른,

아니 산마르코 종탑에서보다 훨씬 멋스럽고 베니스다운 경관이 펼쳐진다.

 

산 조르조 마조레 종탑에서 본 산마르코 종탑
베니스에선 앰블런스도 배

마조레로 갈 때와는 거꾸로, 2번 수상버스를 타고 다시 산마르코에서 1번으로 환승하여 산탄젤로에 도착했다.

두 성당을 보면서 정신이 충만해졌으니 이젠 육신을 채우러 숙소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