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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로마·피렌체·베니스·빈

5월 26일 (금) : 5월의 쉔브룬

쉔브룬 궁전

서울서 보내온 남편 톡 때문에, 염려를 한가득 안고 하루를 시작했다.

11번 트램을 타고 또 6번 트램을 타고 U4까지 갈아탄 후 도착한 곳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별궁인 쉔브룬 궁전이다.

숙소에서 쉔브룬까지는 가까운 거리지만 대중 교통으로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한다.

그러나 빈 지하철은 환승 거리와 운행 간격이 아주 짧은 편이라 그다지 불편하진 않다. 

 

10시, 친구들이 쉔브룬 정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동안 난 티켓발매기를 찾았다.

바로 발권을 했으나 그랜드투어 티켓에 명시된 입장 시각은 12시 20분,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졌으니 일정을 변경하여

정원과 글로리에테를 먼저 가기로 했다.

 

 

쉔브룬 궁전과 정원
쉔브룬 정원
쉔브룬정원과 글로리에테 (요것만 2022.8.31. 찍은것)

쉔브룬 정원은 궁전 건물 뒤편에 있는데, 십수 년동안 수십 번이나 늘상 들어가던 정원 입구 쪽이 막혀 있다.

그곳을 막아서 티켓 박스와 출입문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입장을 위해 그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8개월 전에도 두 번이나 왔었고, 일반 정원 유료화에 대한 얘기는 전혀 들은 바가 없기에 정말 난감했다.

일단 줄을 서서 궁전티켓으로 정원에 들어갈 수 있는지 직원에게 물었더니 더 걸어가면 무료정원으로 갈 수 있다 한다.

 

알고 보니 아까 그곳은 예전에 무료 입장 정원-유료 정원도 있음-이었던 곳 중 일부를 다듬어 유료화한 것이다.

이렇게  정원을 조금씩 유료화해서 베르사유처럼 쉔브룬 정원 전체를 유료화하려는 계획일까.

원래 있던 입구보다 더 쭉쭉 걸어가서 쉔브룬 정원으로 들어섰더니 이게 무슨 일, 온통 공사 중이다.

 

 

쉔브룬 글로리에테
쉔브룬 글로리에테 카페
쉔브룬 글로리에테 카페

정원 끝 포세이돈 분수 뒤 언덕엔 전승기념비인 글로리에테가 있다.

하늘엔 구름 조금, 낮 최고기온 24도에 미풍. 경사도 낮은 언덕에 천천히 오르기 딱 좋은 날이다.

쉔브룬을 내려다보기에 최고의 조망권인 이곳에는 실내와 야외에 카페 글로리에테가 성업 중이다.

야외를 사랑하는 우린 대기줄에서 기다리다가 야외 좌석에 앉았고, 멜랑쉬를 주문해 맛과 분위기를 즐겼다.

 

 

쉔브룬 궁전
쉔브룬 궁전

12시 20분, 시간 맞춰 친구들은 쉔브룬 궁전 그랜드투어로 입장한다.

난 빈에 살 때 쉔브룬 궁전에 다섯 번쯤 입장했다. 모두 오래 전이라 쉔브룬 내부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궁전-성(城)을

좋아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이번에 난 패스다.

게다가 입장권에 오디오가이드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한국어 오디오가이드가 제공되니 궁전 내부투어엔 최고다.

 

친구들이 궁전을 관람하는 동안 갈까했던 클림트빌라는 시간 관계상 포기하고 정원 입구 나무그늘 아래 벤치에 앉았다.

긴 의자에서 살랑거리는 바람을 기분좋게 맞으며 혼자 자유를 즐기는데, 옆에 중년의 한국인 부부가 와서 앉았다.   

그들이 쉔브룬 벤치에서 빵을 먹으며 큰소리로 나눈 대화는 S대기업 회장의 내연녀와 혼외자, 그리고 그 부부의 이혼소송 얘기였다.

이 멋진 5월의 쉔브룬 정원에서 말이다.

 

 

Wiener Grill Haus

오후 1시 50분, 쉔브룬 궁전 그랜드투어를 마친 친구들과 다시 만났다. 

점심식사 장소인 비너그릴하우스는 쉔브룬 다음 지하철역인 히칭Hietzing에서 주택가 사이로 몇 분만 걸으면 된다.

 

Wiener Grill Haus는 실내에도 좌석이 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야외가 제격이다.

작년에도 이곳에서 일하던 보이시한 여자서버-반가움-에게 슈페어립과 고르동블루, 오이샐러드를 주문했고 친구들은 암두들러,

난 맥주를 선택했다. 그녀의 기분좋은 유쾌함은 작년 그대로다.

 

 

Wiener Grill Haus

음식 가격은 작년보다 조금 올랐는데, 맛은 그때보다 살짝 못 미친다.

작년 9월-2번 방문-엔 한국인은커녕 동양인도 보이지 않았으나, 그새 이곳을 찾은 한국인들이 늘었나 보다.

작년과 달리 말짱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보이시한 서버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현지인 주거지에 자리한 레스토랑까지 여행객이 찾아들다니 한국인의 힘인가, 구글의 힘인가.

 

 

훈더트바써하우스
카페
기념품점

U4를 타고 슈베덴플라츠에서 1번 트램으로 환승해서 훈더트바써하우스로 이동했다.

1986년에 리모델링된 이 공공주택은 화가이자 건축가인 훈더트바써의 뛰어난 색감과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훈더트바써는 블루마우에도 그의 개성이 잘 드러난 리조트를 건립했는데, 제주도 우도에도 같은 분위기의 리조트가 있다고 한다.

역시 K는 쇼핑 에너자이저다. 기념품점과 샵을 오가면서 구경과 쇼핑에 여념이 없다.

 

 

MQ : 뮤지엄구역
구시가 케른트너 거리

1번 트램을 타고 구시가로 나간다.

쌍둥이 건물인 미술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이 마주보고 있는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을 걷고, 그너머 뮤지엄구역-MQ-을 걸었다.

그리고, 가깝지만 우리의 다리는 소중하니까, 다시 트램을 타고 Oper-오페라하우스- 앞에 내렸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이어진 케른트너 거리에서 클림트 그림을 소재로 한 물품을 판매하는 클림트샵에 들른 다음, BIPA도 들렀다.

 

 

케른트너 거리의 클림트샵

숙소에 들어오니 7시가 넘어 있었다.

고단함을 풀기 위해 30분만 누워 쉬려 했으나 깜빡 잠이 든 후 눈뜬 시각은 밤 10시였다.

오늘 저녁은 각자 도생하는 날. 난 컵우동과 살구요거트로 고픈 위장을 달랬다.

R과 오랜 대화를 나누며 오늘도 어제처럼 자정 넘어 취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