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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삶과 사랑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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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것 인정하기 틀린 것 인정하기 - J. 스위프트 -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기를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라. 그것은 당신이 어제보다도 오늘 더 현명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헝가리 소도시 '죄르' 일요일, 맑음. 월요일, 비. 오늘 화요일, 눈 또는 진눈깨비. 뜨끈한 봄바람이 살랑거린다 여겼는데 봄을 시샘하는 눈비가 종일 이어집니다. 이상하게도 가슴엔 바람이 몰아치고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봄 타는 청춘마냥 내내 심장 속을 스멀댑니다. 삶이란 틀렸다 말할 것이 그 무엇이 있을까요. 그저 다름일 뿐, 생각의 차이일 뿐이겠지요. 그나저나 이 시샘어린 눈꽃이 지나가면 잠시 멈췄던 봄꽃이 다시 오겠지요?
달자의 봄 서른 훌쩍 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본 여자가 삼각관계에 빠질 경우의 수는? 물론 거의 드물다, 현실에서는. 하지만 드라마에선 언제나 충분히 가능하다. 일상에서 발생하지 않을 만한 일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줄줄이 또 순순히 일어나주니까. 홈쇼핑회사 MD인 서른세 살의 오달자는 연애엔 완전무결한 잼병이고, 회사에서는 일 벌이기 대선수다. 그러나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지독한 로맨티스트이며 일에 대한 열정은 거침없이 뜨겁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두 남자. 명품 수입업체 대표인 매너가이 이혼남 엄기중과 정체 불명의 애인대행업자 연하남 강태봉. 엄기중과의 떨리는 데이트에 상담사가 되어주던 강태봉은 점차 미묘한 상대로 다가오는데... 씩씩하고 당당하며 무엇보다 인간적인 달자에게도 봄은 과연 찾아올까. 20년도 더 전,..
사랑할 시간 친구야, 넌 사랑을 믿니? 사랑이 무슨 종교니? 믿고 안 믿고 하게. 사랑은 그냥 달리기야. 하면 하는 거고 멈추면 멈추는 거고. 아니, 사랑은 마라톤이더라. 지금껏 달리고 있었는데, 이젠 언제 흰 수건을 던져야 하는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 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 - 비엔나 시청사 앞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크리스마스 시장엘 갔다. 지난 해와는 다른 무언가를 잔뜩 기대했는데, 100년 넘은 크리스마스 트리도, 상점의 모습들도, 사람들의 눈빛도, 4시가 되자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것마저 그대로였다. 아침에 쇼핑몰에서 봤던, 레고로 만든 트리도 작년 것 그대로 재활용이더만. 변하는 것 많은 세상. 옛것이나 사랑처럼, 변하는 것들에 대해 시름까지 풀어가며 목놓아 한탄하면서도, 늘 새로움을 갈구한다..
내가 만약 내가 만약 누군가의 마음의 상처를 막을 수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내가 만약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새 한 마리를 다시 둥지 위에 올려놓을 수만 있다면 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 에밀리 디킨슨- 가을이 흠뻑 여물어갑니다. 며칠 새, 공중 아래 모든 생명체들은 늦가을 정경을 드러냅니다. 곧 이어질 차가운 계절이 없다면 이 시간에 대한 감사를 기억하지 못할 지도 모르지요. 잠시 마음을... 바다에 정박시켰다가 오렵니다. 내가 가을에게 주었을지도 모를 상처와 가을이 전해주고 간 상처들을 말갛게 씻어버리렵니다. 그리고는, 아드리아 해의 바다빛을 아름다운 당신께 이식해드리렵니다.
살마키스 이야기 열다섯 살의 그. 제우스의 아들이자 천상의 심부름꾼인 헤르메스와 애욕의 여신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자신이 살던 이다 산을 떠나 낯선 세상으로 향한다. 어느 날, 호수에 멈추어 있는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보게 된 요정 살마키스. 여느 요정과는 달리 뜀박질에도, 사냥에도 관심 없는 살마키스의 즐거움은 자신을 치장하는 것. 그날도 살마키스는 수면을 거울 삼아 빗질을 하며 호숫가에 피어있는 꽃을 꺾고 있었다. 바로 그때, 상아빛 몸을 호수에 담그고 있는 아리따운 한 소년이 살마키스의 숨을 가로막는다. 살마키스는 헤르마프로디토스에게 불 같은 열정을 느끼며 사랑을 고백하고 그를 찬미하지만,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살마키스를 거부한다. 어쩔..
9월이 오면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 안도현, '9월이 오면' 중 - 저 여름날, 쉔브룬 정원에 떨어지던 빗방울도 훈더트바써 하우스의 때묻은 듯한 고운 색채도 잘츠 거리의 아리따운 하프 소리도 심장 막히던 프라하 하늘의 뜨거움도 9월에는 모두 풍성함으로 덮히겠지요. 지나가,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은 이제 더 큰 따스함으로 기억하렵니다. 새로이 가꿀 풍요로운 가을로 안으렵니다.
그래서 괜찮습니다 저로 인해 모든 것을 버리셔야 합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저로 인해 천민으로 사셔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붓을 잡던 손에 흙을 묻히셔야 합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초목으로 끼니를 연명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얼마나 더 다짐 받으셔야 나와 함께 떠나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다 괜찮습니다. 저로... 인해서인데요? 그래서 괜찮습니다. - 드라마 '대장금' 중 - 나라서 괜찮다구요? 나이기 때문에 다 괜찮다구요? 나도 당신이라서 괜찮습니다. 당신이기 때문에, 내 마음 당신으로 번졌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다 괜찮습니다.
별에 못을 박다 별에 못을 박다 류시화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세상 변덕을 다 긁어모은 듯한 날들만 이어지더니 , 오늘은 몸서리쳐지게 화창한 날입니다. 그 햇살 맞고 싶어 테라스에 앉으니. 금빛 줄기가 마치 긴 가시처럼 내 낯을 향합니다. 어떤 일이건 그렇겠지만 부절의 반쪽처럼 완벽히 부합될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혹여 내 안에 가시나 못자국이 남아있진 않은지 숨돌릴 겨를이 생긴 이제야 두리번거립니다. 빈의 부신 햇살 한 쟁반, 가득 쏟아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