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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삶과 사랑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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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굳이 이겨내지 않아도 된다고, 그저 견디는 법만 전해주고 가면 될 것을, 부술 수 없는 담벼락엔 네가 떨군 상흔이 여전한데...
2월의 창 우연이란,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이다. - 영화, '엽기적인 그녀' 중 - 억지로 꾸미려 하지 말라. 아름다움이란 꾸며서 되는 것이 아니다. 본래 모습 그대로가 그만이 지닌 특성의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 법정, '홀로 사는 즐거움' 중 -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을 말한다. 현명하다는 것은 즐겁게 꿈꾼다는 뜻이다. - 실러 - 나는 죽음을 죽음으로써 각오할 수는 없었다. 나는 각오되지 않는 죽음이 두려웠다. 내 생물학적 목숨의 끝장이 두려웠기보다는 죽어서 무의미한 고통의 세상에 손댈 수 없게 되는 운명이 두려웠다. - 김훈, '칼의 노래' 중- 2월엔 봄맞이 채비도 해야 할 듯하고, 유배 보냈던 학구열도 되찾아야 할 듯하다. 그런데, 고..
감성 사전 섬 모든 이름들은 하나의 섬이다. 모든 영혼들도 하나의 섬이다 모든 혹성들은 하나의 섬이다. 모든 성단들도 하나의 섬이다 섬에서 섬으로 그리움의 바다가 흐른다. 가슴 안에 간절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자들만이 섬과 섬 사이를 오갈 수 있다. - 이외수, '감성사전' 중 - 시간 탄생과 소멸의 강이다. 모든 생명체는 그 강에서 태어나고 그 강에서 죽는다. 그러나 흐르지는 않는다. 흐르는 것은 시간의 강이 아니라 그 강에 빠져있는 물질들이다. -이외수,'감성사전' 중- 지난 연말, 잠시 한국에 갔을 때 친구가 가방을 뒤져 이 책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며칠 전, 비엔나의 저녁 풍경입니다. 9시도 훨씬 안 된 시각인데, 거리는 텅텅 비어있습니다. 식당이나 술집엔 젊은이들끼리나 또 가족끼리의 웃음으로 가득합니다..
젊음이라는 보석 젊음은 하나의 보석이다. 보석을 가슴에 지니고 있으려면 불안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 방황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 끝없이 회의하고 나부껴야 한다. 젊음이라는 빛나는 보석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노은, '키작은 코스모스' 중- 20년도 더 전에, 젊다못해 젖내나던 시절에 들췄던 글이 눈에 든다. 그때의 어린 마음으로는 20년쯤 지나면 헤맴도, 설렘도 다 그쳐버려서 아니 쉰내 날만큼 낡고 늙어버려서 숨쉬는 방편 이외에 심장의 할 노릇은 없으리라 여겼는데. 아직도 마음이 부대끼고 나부끼는 건 정말로 정말로 젊기 때문인지, 아니면 몰아낼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하릴없는 욕심 때문인지.
나뭇잎만도 못한 짝사랑 나뭇잎만도 못한 짝사랑 박재삼 네 집은 십 리 너머 그렇게 떨어진 것도 아니고 바로 코앞에 있건만 혼자만 끙끙 그리울 때가 더 많았다네. 말 못하는 저 무성한 잎새들을 보면 항시 햇빛에 살랑살랑 몸채 빛나며 흔들리고 있건만. 말을 할 줄 아는 심중에도 도저히 그렇게 되지를 않으니. 대명천지에 이 캄캄한 구석을 내보이기가 민망하던 아, 서러운 그때여. 그 건물 코너만 돌면 있을 것 같던 그가 왜 보이지 않았을까. 가슴 온통 퍼덕이게 만들던 그에게 왜 말 한마디 던지지 못했을까. 어느 스산함 끝에서 날아간 그를 왜 마음으로라도 붙들지 않았을까.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2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 보고 싶지 않은 내 뒷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햇살 살아있는 하늘에서 별안간 뚝뚝 떨어지는 빗줄기 사이에, 번화한 도로 한가운데서 연명되고 있는 가로등불에, 무심결에 귓가를 어지럽히는 수상한 단어들 안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저편 아니 더 저편 멀리에, 고개 너머 시간에게 모질게 전가하고 왔다고 여겼던 뒷모습이 독충의 독처럼 퍼진다. 아니, 어쩌면 뒷모습보다는 뒷모습을 끌고 가던 빈곤한 그림자가 내겐 독이었을지도 모른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은 되새기지 않기로 했었다. ..
삶이라는 것도 언제나 타동사는 아닐 것이다. 가끔 이렇게 걸음을 멈추고 자동사로 흘러가게도 해주어야 하는 걸 게다. 어쩌면 사랑, 어쩌면 변혁도 그러하겠지. 거리를 두고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아야만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삶이든 사랑이든 혹은 변혁이든 한번 시작되어진 것은 가끔 우리를 버려두고 제 길을 홀로 가고 싶어하기도 하니까. - 공지영, '길' 에서- 갑작스레, 지난 봄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우연히 들른 그곳의 빛깔은 우리네 삶 같았다. 화려함과 그 뒤안길의 쓰라린 공존.
세상에서 가장 느린 것 세상에서 가장 느린 것 미워하는 사람 좋아지는 데 걸리는 시간, 사랑하는 연인이 타고 오는 전철, 군에 간 남자 친구 기다리는 하루하루, 엘리베이터 문 닫히기 기다리는 3초, 주문한 음식 기다리는 시간, 수학 시간에 돌아가는 시계 바늘, 월급날, 용서하는 시간, 달팽이, 나 자신을 아는 데 걸리는 시간 - '좋은 생각'에서- 나를 알아내기도, 너를 알아버리기도, 그리고 용서하기도 너무 느려서 너무나 느려서 그건 영영 이루어지지 못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