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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남유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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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7 : 귀로 이탈리아 여행 마지막 날~ 어제처럼, 진한 에스프레소와 함께 아침을 열였다. 저 건너편엘 가볼까. 일요일이라 미사가 한창인 성당, 낡은 겉모습과는 달리 화려하고 섬세한 내부에 깜짝 놀랐다. 두 번이나 찾아갔던 맛있는 피자 가게~ 어제 저녁엔 긴 줄의 사람들 틈에 끼어 피자를 받아왔다. 차오 하며 반갑게 맞아주던 젊은 이탈리아 주인이 떠오른다. 다른 성당에서도 미사는 이어지고 있고 집집마다 걸려있는 이탈리아 국기의 물결, 그 틈으로 보이는 이탈리아 빨래의 물결~ 낡은 건물의 출입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지만, 나폴리 바다와 소렌토 바다는 활짝 펼쳐져 있었지. 여전히 요란한 로마를 거쳐 다시 비엔나로 돌아왔다. 베란다에 새로 심은 패추니아가 부쩍 자라있다. 인생도, 가슴도 저 꽃처럼 부쩍부쩍 자라기를. < 20..
이탈리아 6 : 소렌토 내음 폼페이를 나와 폼페이를 바라보며 야외 카페에 앉았다. 힘들고 지친 모습으로 바닥만 보며 따라다니던 작은밥돌 얼굴이 그제서야 펴진다. 발을 보니 먼지가 얼마나 쌓였는지 까마귀 사촌이 되어버렸는데, 밥때 놓치기 일쑤인 이번 여행, 오늘 점심도 예외 없다. 폼페이에서 소렌토까지는 사철로 30분 거리. 결코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 상쾌한 바닷 바람. 소렌토 출신 시인 이름을 딴 타소 광장에서 보이는 푸르른 바다. 얼른 늦은 점심을 먹고 바다로 향한다. 서민적인 나폴리보다 소렌토는 휴양지 느낌이 많이 난다. 로마와 나폴리보다 훨씬 덜 시끄럽고 덜 뜨겁고 덜 지저분하다. 넓지 않는 거리엔 가로수들이 정연한 행렬을 하고, 곳곳의 자그마한 공원들도 기분 좋은 내음을 준다. 레스토랑에서 알려준 대로 내리막길을 따라 후딱 ..
이탈리아 5 : 폼페이에서 만난 그녀 나폴리에서 폼페이까지 가는 방법은 둘. 국철을 이용할 수도 있고 사철을 타는 방법도 있다. 우리가 고른 철도는 사철. 호텔에서 가까우니까. 아침에도 이어지던 축포와 경적을 뒤로 한 채, 지하철처럼 한번씩 역에 멈추고 냉방까지 안 되는 사철에 몸 싣기를 40분. 화산재 속에 묻혔던 신비의 도시 폼페이가 눈앞에 있다. 폼페이는 79년 8월,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도시 전체가 한순간에 화산재 속으로 묻혔다고 한다. 당시 폼페이는 상업의 중심지였고, 모습이 발굴되기 시작한 것은 1748년부터이며 현재 도시의 3/5정도가 드러나있다고 한다. 입구부터 드넓은 대지에 부서진 고대 유적들이 자리해 있다. 사라져 버렸던 도시 순례를 위해 지금부터 햇빛 제치고 전진~ 처음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기원전 2세기에 지어..
이탈리아 4 : 나부끼는 나폴리 아침이 늦었다. 지난 이틀은 7시에 한가로이 아침 식사를 챙겼는데, 8시 지난 오늘 조식당은 꽤 북적거린다. 그제 이미, 오늘 아침에 출발하는 나폴리행 기차표를 받아두었기에, 늦어버린 아침식사를 마치고선 서둘러야 했다. 체크아웃 후 역까지 걷는 5분 동안 벌써 땀이 흐른다. 로마보다 위도가 더 낮은 나폴리는 어떨지 명확히 짐작되는 상황. 10시 27분 출발 기차. 출발 예정 5분 전에야 열차가 플랫폼에 선다. 열차에 올라 좌석을 확인하고 앉아 출발을 기다리는데, 출발 시각 20분을 넘겨도 기차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이탈리아어로 방송이 나오긴 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으니 이유를 모를 수밖에. 옆자리 젊은 이탈리아 남자들에게 영어로 물어봤지만 말이 안 통하고. 기차는 시간을 낭비하며 1시간이나 늦..
이탈리아 3 : 로마의 휴일 어제 다리를 너무 혹사시켰나 보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리라 여겼던 몸이 여전히 천근만근이다. 겨우 하루 돌아다니고 이러니 남은 며칠을 어찌 한담. 오늘은 예정대로 바티칸이다. 전 세계 카톨릭의 총본산인 산 피에트로 성당과 이탈리아 미술의 핵심인 바티칸 박물관이 있는 곳. 비가 내린다는 예보도 있어서 덥지 않고 다행히 바람 서늘한 아침이다. 테르미니역으로 나가 바티칸 행 버스에 올랐다. 어제 걸어다녔던 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에서 내려 로마 안의 작은 나라 바티칸에 들어서자, 드넓은 광장과 함께 검색대가 사람들을 삼킨다. 그리고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경찰들. 박물관 입장 첫 관문인가 했는데, 그곳은 박물관이 아닌 산 피에트로 성당이었다. 일정이 뒤바뀌었지만 들어왔으니 성당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그..
이탈리아 2 : 콜로세움 속에서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성능 괜찮은 에어컨 덕에 밤엔 더위와 싸우지 않아서인지 몸이 제법 가볍다. 호텔에서의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선크림과 선글라스, 모자로 중무장을 한 후 테르미니역으로 향했다. 8시 조금 넘은 시각인데도, 쏟아지는 햇살이 꽤 부담스럽다. 역에 설치된 자동 발급기에서 모레 아침에 떠날 나폴리행 승차권을 발권한 후, 지도 따라 열심히 걷는다. 디오클레치아노 욕장 앞을 지나 공화국 광장으로 가려는데, 횡단보도를 찾을 길이 없다. 다른 사람들의 행태를 보니 와, 무단횡단이 대세다~ 경주하듯 쌩쌩거리며 달려드는 자동차들을 피해서 길을 건너고 복잡한 거리를 걸어 이른 곳은 퀴리날레 언덕이다. 오벨리스크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쌍둥이 조각상이 있는 이곳엔 대통령 관저도 자리해 있다. ..
이탈리아 1 : 로마 가는 길 로마 행 항공기의 출발 시각은 늦은 오후인 6시. 오랜만의 긴 여행이라 아침부터 마음이 들썩거린다. 큰밥돌이 출근한 사이, 집에 남은 우리 둘은 6일 간의 이탈리아 여행에 필요한 짐을 챙기고 저녁으로 먹을 유부초밥과 과일, 음료까지 가방 한 구석에 채워 넣으니 준비 완료. 집에서 비엔나 공항까지는 승용차로 30분 거리. 5시가 거의 다 되어 도착한 공항은 늘 그렇듯 한가하다. 금세 수속을 마치고 우리가 탑승한 항공기는 유럽 저비용 항공. 4개월 전에 재빨리 예약했기에 상상할 수 없이 저렴하다. 게다가 버스나 지하철처럼 지정 좌석 없이 아무데나 앉아가는, 이 항공기만의 재미있는 황당함~ 남서쪽으로 1시간 반을 날아 다다른 고대 유적 도시 로마. 첫 인상은 재작년의 베니스처럼 후끈하고 소란스럽다. 공항에서 ..